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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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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음과 얻음 잃음과 얻음 인간은 누구나 잃을 때는 조금 잃고 얻을 때는 많이 얻고 싶은 욕망이 있다. 잃음과 얻음 조금과 많음의 기준은 무엇인가. 거울을 거꾸로 들어도 얼굴은 똑바로 보이듯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잃음과 얻음의 근본적인 경계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잃어도 잃는 게 아니며 얻어도 얻는 게 아닐 것이다. 2023. 11. 1.
2023 춘천마라톤(Full-44) "마라톤은 빠름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애당초 빨리 뛰는데 체력적인 한계를 가진 내게 꼭 맞는 가르침이다. 빨리 뛰지는 못하지만 꾸준하게 달릴 수는 있을 것 같아 오랫동안 친구 삼아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세월을 쌓다 보니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타이틀을 내어준다. 동 대회를 10번 참가한 마라토너에게 꾸준함을 응원하기 위하여 마련한 이벤트다. 타이틀 하나의 무게가 그리 크거나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내심 으쓱함은 있다. 2009년 춘천마라톤 처음 참가했던 때를 기억한다. 마라톤 경험이 많지 않아 패기로 달리던 때였다. 마라톤 시작하고 처음으로 SUB-4를 기록하여 나름 우쭐했던 기억을 되새긴다. 돌이켜보면 한 걸음 한 걸음 고통스럽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다. 가을이 농.. 2023. 10. 30.
칠장사 밤새 뒤척이던 갈대가 샛노랗게 흔들린다 농익은 은행잎이 후드득 떨어지니 삐쳤던 마음이 부끄럽다. 가을 맞으러 일주문 열고 보니 설레었던 감상 허리춤에 걸려있다 서둘렀던 발걸음에 그대 생각 빠뜨렸구나 한 열흘쯤 저몄다가 흥얼흥얼 단풍잎에 새겨보리라 [일 시] 2023년 10월 27일 2023. 10. 28.
쑥부쟁이 쑥부쟁이 고단한 몸 일으켜 새벽 들 일 나가시던 제 어미 떨어지기 싫어 꽁무니 빼는 배내기 송아지 우시장에 팔고 처진 어깨에 달빛을 지고 오시던 청운의 꿈을 안고 객지로 떠나는 아들을 눈시울 붉히며 배웅하시던 아버지 2023. 10. 26.
지리산 종주(17) 변화는 아름다움이다. 단풍 마중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겨울 산호초를 만났다. 상고대를 만날 수 있으려나 기대하면서 겨울 산을 뒤질 때에도 시절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 뜻밖의 행운이 있어 가을산에 들렀다가 상고대를 만나는 기분은 별유천지다. 지리산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위해 가을을 열심히 밀어내고 있었다. 산에 닿으면 스트레스로 가득 찼던 가슴이 비워지면서 그 빈자리에 산향기로 가득 채워진다. 산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행여 견딜만하거든 지리산에 오지 말라했건만, 세상살이에서 견딜만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역설적이게도 지리산을 꼭 오라는 당부일 것이다. 나는 내 삶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산에 오르는 게 아니라, 산에 올라서 여유를 찾는다. 지리산을 처음 오르며 가슴 벅찼던 일을 떠올.. 2023. 10. 22.
사랑의 미투리 인터넷에서 원이 엄마의 사연을 접했다. 부부간의 인연이 모질었을까.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저토록 절절하게 영혼을 울리는 사연을 남겼을까. 원이 엄마가 남편 병환의 쾌유를 빌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삼과 함께 미투리를 만들었는데, 정작 남편은 신어보지도 못하고 죽자, 아내는 미투리와 편지를 관 속에 넣으면서 절절한 기도를 했다. 미투리를 신고 꿈속에서라도 몰래 와서 보여 달라고 애원한다. 누가 한 여인의 소박한 사랑을 탐내었을까. 그들의 사랑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애틋한 향기를 낸다. 편지를 읽으면서 몇 번이고 되짚어 봤다. 어디 하나 허튼 곳이 없다. 진실되고 반듯한 사랑으로만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 검소한 애정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도 색깔을 바뀌어버린 탓일까. 요즘엔 저렇게 지고한 사랑을.. 2023. 10. 20.
두물머리의 아침 아침이 부스스 잠에서 깨었지만, 어젯밤의 뇌성을 다 지우지 못한 듯 혼미하게 흔들리는 틈을 타서 두물머리로 향했다. 가을이 가기 전에 한 번은 가 봐야 할 것 같아서 훌쩍 떠나는 길에, 성난 바람이 제 성질을 다 재우지 못했나 보다.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인연을 끊으려는 듯 광풍이 매몰차게 내리 꽂힌다. 거리의 가로수를 마구 흔들어댄다. 낙엽이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휘감기며 거리를 헤맨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 알 수 없을 바람은 내가 두물머리로 떠나는 이유를 알까. 입구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서로 맞붙어서 터널을 만들었다. 지난여름의 모진 풍상도 고스란히 몸을 보존했던 은행잎이 떠나는 가을에게 시위하듯 샛노랗게 하늘에 걸려있다. 소녀의 감성을 다 지우지 못한 한 여인이 블랙홀에 빨.. 2023. 10. 19.
남한산성 비 예보가 있어서 긴가민가 결정이 쉽지 않았다. 휴일에 비를 핑계로 집에 박혀 있어도 답답한 일이다. 비가 얼마나 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먹은 대로 결행하고 본다. 산성역에 하차하여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건강한 안부를 나누고 등로를 오른다. 등산객이 많지 않다. 비가 오락가락 하지만 맞을 만하다. 중간쯤 올랐을 때, 하품이 길어지는 친구가 있다. 판을 벌려 막걸리 두 어잔 돌리니 하품이 닫힌 입으로 수다가 늘어진다. 오랜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 같고, 엊그제 만난 친구도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관계는 참 편하고 좋다. 말을 세심하게 가리지 않아도 허물이 없으니 상처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남문에 이를 쯤에 비가 그친다. 안개가 장막을 열었다 걷었다 하는 서울 도심의 풍경이 이채롭다. 성곽을 따.. 2023. 10. 16.
2023 국제 평화 마라톤(Half-35) [마라톤은 친구다] 마라톤을 함께하는 친구 김 사장님은 1938년 생이다. 20년 전 65세 되던 해에 마라톤을 시작해서 국내의 수많은 마라톤 대회 및 보스턴 마라톤과 동경 마라톤에도 참석하여 풀코스를 완주하신 열혈 청년이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쇠어 세월의 무게가 쌓였지만 그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청춘이다. 나와는 아버지 뻘 되는 나이 차이지만 마라톤 주로에 서면 친구가 된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김 사장님이 마라톤을 시작한 나이도 되지 않았는데, 매번 달릴 때마다 힘들어하며 멈춰야 할 때를 가늠해 보는 노쇠한 마라토너다. 친구 김사장님은 자기 관리 철저하시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하고 꾸준히 노력하신다. 흔히들 노익장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렇.. 2023. 10. 11.
시아버지 입성을 축하합니다. 좋은 인연으로 함께 해온 지 20년은 족히 되었다. 나이는 서너 살 많지만 허물없이 형님처럼 가까이 지낸다. 아름다운 가을을 맞아 예쁜 며느리를 보게 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 염치없이 축사 원고 부탁을 허락받고는 부끄러운 축사를 건넸다. 예식장에서 내가 쓴 축사를 듣는 기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한다. [축 사] 안녕하세요. 저는 신랑 아버지 OOO입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의 결혼을 축복해 주시기 위해 귀한 걸음 해 주신 하객 여러분과 가족, 친지 분들께 양가를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여름의 폭염과 폭풍우를 견뎌내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계절에, 높고 푸른 하늘이 응원해 주는 오늘은 저희 아들 OO 군과 OO 양이 부부의 연을 맺고 새롭게 출발하는 뜻깊은.. 2023. 10. 10.
설악산 공룡능선 공룡을 만나기 위해 오색약수터의 새벽을 열어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대청봉에서 일출을 맞았다. 대청봉 정상석에는 인증숏을 찍기 위해 늘어선 줄이 제법 길었다.  일행 중에 대청봉 정상을 첫 상봉하는 친구가 있어서 우리도 인증숏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내 바로 뒤에는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 친구가 둘 있었다. 그 뒤로 우리 일행들이 서 있었다. 나는 대수롭잖게 친구들에게 내 앞으로 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뒤에 섰던 젊은 남자가 대뜸 목소리를 돋워 당신이 뒤로 오면 되지, 왜 친구들을 앞으로 오라고 하느냐고 성을 낸다. 말문이 막혔다. 나는 그만한 일에 큰 산에 올라서 아침부터 성을 내느.. 2023. 10. 4.
고향소경故鄕小景 명절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고향에 노모가 계시니까 좌고우면 하지 않고 명절이면 고향으로 내려간다. 어머님께서 제사 준비 하는 일이 힘에 부치셔서 맏아들인 제게 제사를 모셔가라고 의견을 냈었는데, 동생들과 삼촌께서 고향 가까이 기거하고 있어서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궁리 끝에 손 많이 가는 일들은 제가 서울에서 준비하고, 시골에서 준비할 수 있는 일들은 어머님께서 맡아서 준비하기로 분담했다. 주변에 제사를 본인이 모시기로 결정하고 고향을 내려가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명절에 차가 막히는 고생길을 피할 수 있으니 편해서 좋기는 하겠지만, 그들에게서 고향은 차츰 잊혀가는 기억이 되었다. 삼십 년이 훌쩍 지난 시절, 승용차가 없던 때에 기차표를 예매해서 아이들 데리고 고향을 드나들던 기억을.. 2023.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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