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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山 行

남한산성

by 桃溪도계 2023.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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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예보가 있어서 긴가민가 결정이 쉽지 않았다. 휴일에 비를 핑계로 집에 박혀 있어도 답답한 일이다. 비가 얼마나 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먹은 대로 결행하고 본다. 산성역에 하차하여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건강한 안부를 나누고 등로를 오른다. 등산객이 많지 않다. 비가 오락가락 하지만 맞을 만하다. 

 

중간쯤 올랐을 때, 하품이 길어지는 친구가 있다. 판을 벌려 막걸리 두 어잔 돌리니 하품이 닫힌 입으로 수다가 늘어진다.

오랜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 같고, 엊그제 만난 친구도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관계는 참 편하고 좋다. 말을 세심하게 가리지 않아도 허물이 없으니 상처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남문에 이를 쯤에 비가 그친다. 안개가 장막을 열었다 걷었다 하는 서울 도심의 풍경이 이채롭다. 성곽을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니 없던 여유도 생긴다. 목표를 정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던 친구들이지만, 이제는 앞 뒤 좌우를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또한 행복이다.

 

삶의 궤적을 살필 줄 알아야 함을 자주 되뇌는 요즘이다. 밖을 내다보는데 걸림이 없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때에도 까치발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높이로 울타리를 치고 조금은 모자란 듯이 살아가고 싶다. 나의 속살을 내어 놓고도 부끄럽거나 과하지 않게 산길을 걷듯이 조용히 걸어가고 싶다.

 

[산행 일시] 2023년 10월 14일

[산행 경로] 산성역 - 남문 - 수어장대 - 옹성 - 북문 - 중앙로터리(7.9km)

[산행 시간] 3시간 30분

 

진달래
누리장 나무
배초향
서양 등골나물
감국
물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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