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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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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진달래능선 마다가스카르의 혹등고래를 닮은 청계산 진달래 능선을 만나는 설렘은 괜한 흥분이 아니다. 돌풍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만나러 오르는 길은 즐거움이다. 그를 만나러 청계산에 와락 껴 안기니 좋기도 하지만 왠지 쑥스럽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거주춤 그에게 안부를 전한다.  앞뒤 재지 않고 어설프게 덤비는 것은 실례다. 그의 가슴이 뜨거워질 때까지 포근하게 쓰다듬고 어루만져야 한다. 헛물켜는 속물로 보이고 싶지는 않다.  제비꽃, 현호색, 개별꽃들이 반긴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보라색, 흰색, 노란색 땅속에 숨겨뒀다가 봄이 되면 예쁘게 색을 올리는 모습이 마냥 신기할 뿐이다. 자연은 언제나 위대한 아름다움이다. 목이 탄다. 헬기장에 올라 막걸리 한 잔 쭈욱 ..
북한산 길 위에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 진달래가 피고 눈이 내린다.진달래가 온다길래 봄맞이 갔다가 춘설을 만났으니 낭패였다.아니다 행운이었다. 꽃이 피나 눈이 오나 경계를 짓는 일은 의미 없는 가설이다.꽃과 눈은 다름이 아니었다.그 시작은 언제나 아름다움이었다. 봄은 언제나 겨울 다음에 맺히는 꽃인 줄 알았다.하나, 봄은 혼자 오는 게 아니라 겨울에 섞여서부대끼며 오는 것이었다.  [산행 일시] 2025년 3월 29일[산행 경로] 불광역 - 탕춘대 능선 - 비봉 - 문수봉 - 대남문 - 백운봉 암문 - 북한산성 탐방센터(16.8km)[산행 시간] 6시간 30분
청광종주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어내고 따뜻하고 예쁜 봄을 만나기 위해 봄마중을 나선다. 그런데 그 길이 만만치 않다. 청계산에서 광교산까지 장거리 산행이어서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털어내기보다는 더 지치게 만드는 역설이다.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봄이야 만나겠지만, 내 마음에 묵혀 있던 미운 감정들은 어떻게 덜어낼까. 솔직히 세상 살면서 사람을 그리 미워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간간이 가슴에 옹이처럼 박혀있는 미운 감정들이 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삭여낼 수는 없겠지만, 상처가 있는 듯 마는 듯 연하게 남길 수 있다면 더 바람이 없겠다. 마라톤을 하거나 장거리 산행을 하다 보면 내 마음의 상처들을 긴 호흡으로 만지고 달랠 수 기회를 얻게 된다. 몸을 비틀어 마음을 정화하는 의식인 셈이다..
대모산, 구룡산 야트막한 도심의 산에도 봄물이 돋는다. 하지만 얼었던 눈이 녹으면서 길은 진창이 되어 미끄럼 사고가 잦다. 앞서가던 초로의 산객이 넘어졌다. 외상은 크지 않아 보였는데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호흡이 고르지 못한 게 예사롭지 않다. 함께했던 친구가 부축을 하고 다른 산객이 119를 불렀다. 산은 언제나 겸손으로 무장을 하고 조심성 있게 접근해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유달리 추웠던 겨울을 견뎌낸 진달래 꽃봉오리를 연둣빛 감상이 둘러싸고 있다. 버들강아지 보송보송 깃을 세우고, 매화 꽃봉오리 간지러워 더듬거리는, 칡뿌리가 몸을 풀고 살을 찌우는, 화분에 묻어뒀던 수선화가 뾰족뾰족 파란 영혼을 싹 틔우는, 얼음 풀린 호수에 윤슬이 유난히 넘실거리는,  깡다구 있게 버티던 서릿발이 햇볕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2월..
민주지산 어깨를 적시는 진눈깨비가 종일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산을 오른다. 당초 남덕유산 산행을 계획했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관리공단에서 미처 러셀을 마치지 못해 출입을 통제했다. 머리를 돌려 민주지산으로 향했지만, 이곳도 허벅지까지 빠지는 적잖은 적설량으로 산행 길이 만만치 않다. 다행히 러셀이 되어 있어서 뚜벅뚜벅 앞사람 발자국을 따라서 불평 없이 오른다.  오랜만에 오른 민주지산이라 멋진 풍광을 기대했지만, 산행 내내 시야가 트이지 않아 답답함이 많다. 그렇지만 산은 아무 요동이 없다.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산은 자신을 텅 비웠기 때문에 별다른 아름다움을 쫓지 않는다. 누구든 빈 마음으로 산에 오르면 산은 아름다움을 그 문안으로 들인다.  산 길을 걷은 것은 힘들다. 더군다나..
소백산 바람을 만나기 위해서 소백산을 오른다. 겨울 소백산은 한 해를 버텨내기 위한 백신 같은 것이었다. 올해도 망설임 없이 백신을 맞으러 소백산에 올랐는데 어쩐 일인지 바람이 없다. 십 수년 소백산을 친구처럼 만났지만 바람이 사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봄날에도 바람이 만만찮은 소백산에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사실 소백산행을 준비하면서 마음을 다졌다. 아무리 거친 바람이어도 하나의 바람일 뿐이니 잘 견뎌내자. 힘겹게 버티다 보면 바람은 지나간다는 믿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산에 올랐는데, 바람이 사라졌으니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늘 피하고만 싶었던 바람이었기에 좋아할 만도 한데 오히려 바람을 기다린다. 어디에서 바람을 구할까. 너무나 흔한 바람이었기에 대수롭잖게 여겼는데, 막상 바람이 사라진 소백산 능..
서오릉 2009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은 그 원형이 거의 완전하게 보존되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등 수많은 외침에도 도굴되거나 훼손되지 않았던 점은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다. 외형을 500년 동안 안전하게 잘 지켜왔을 뿐만 아니라 왕릉 속 부장품들의 종류와 수량에 대해서도 의궤 등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점은 우리 선조들이 기록에 얼마나 진심이었나를 짐작케 한다.왕릉 주변에는 소나무, 전나무들을 많이 심었는데 서오릉의 경우에는 소나무가 능 주변을 둘러싸고 호의 하듯 버티고 있다. 겨울 초입에 내린 폭설로 이곳도 많이 꺾여서 미처 정리가 끝나지 않아 아픔이 남아 있다. 능의 하단부에는 오리나무를 많이 심었다. 오리나무는 수분이 많아서 화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지..
가리왕산 고대 맥국 갈왕의 전설이 깃든 곳. 지금은 흔적만 남아 간간이 안부를 묻는 산객을 기다린다. 7년 만에 다시 찾은 가리왕산은 예나 지금이나 아름드리 주목이 가파른 등로를 지키고 있다. 숙암역에서 하봉까지는 평창올림픽 때 알파인 스키장이 개설되었는데, 지금은 폐쇄되고 케이블카만 덩그러니 남아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며 관광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마저도 환경단체의 철거 주장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키장 만들 당시에도 자연 훼손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그래서 올림픽 끝나고 복구하는 조건으로 입막음을 했는데, 올림픽 끝나니까 스키장은 방치된 상태로 자연에 묻혀가고 있지만, 케이블카는 정선군에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더 이상 자연을 크게 훼손할 일은 없으니까 행정기관에서 본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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