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580) 썸네일형 리스트형 설악산 공룡 능선 내일의 빛을 품고 키우는 시간인 설악의 밤을 깨워 곤한 새벽을 연다. 며칠 전 마라톤 연습을 한 탓일까 발걸음이 무겁다. 산에 오를 때마다 버려야만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곱씹으며, 험한 산 길을 통해서 내 삶의 방향성을 찾는다. 깜깜한 밤길을 따라 발자국마다 땀으로 채워도 길은 끝나지 않겠지만, 그 길의 발자국에 옹졸하고 못난 내 마음자리 하나 내려놓는다. 대청봉을 만나기 전에 여명이 열린다. 구름이 많아 일출을 만날 수 없지만, 태양이 오르는 방향을 향해 무사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대청봉에 오르니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세다. 힘센 바람을 견뎌내며 털진달래 군락지의 진분홍 꽃잎들이 떨어지지 않으려 옹골지게 붙어 있다. 그들은 왜 이렇게 험한 조건을 피하지 않고 맞서려 했을까. .. 양주 불곡산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양주역에 내리면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그동안 미답지로 남겨뒀다. 가까이 있어서 별 시답잖게 생각했던 산이었는데, 막상 샅바를 잡고 겨뤄보니 예사롭지 않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 이름값 하는 산들이 많지만, 불곡산 또한 그에 못지않다. 상봉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평범한 육산의 면모를 갖췄다. 상봉 정상에 올라서면 그리 높지 않은데도 바다 한가운데 섬에 올라선 듯 사방이 탁 트인다. 하늘 맑은 가을날에 올라서면 참 좋겠다. 상봉에서 임꺽정 봉우리 까지는 암릉 구간이 많지만,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산행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암릉 구간에는 기암들이 즐비해서 산행하는 맛이 짭짤하다. 동물농장을 연상케 하는 갖은 동물 형상을 한 바위.. 지리산 종주(19) 깜깜한 새벽, 비가 오락가락하는 갈등을 재우며 지리 능선에 오른다. 나의 지리산 종주 산행은 단순하게 산을 오르는 행위라기보다는 엄숙한 의식이다. 지리에 대한 경외심을 시험하려는 듯 비와 바람과 어둠이 길을 막는다. 행여 일출을 만날 수 있으려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침이 열리는 삼도봉에 다다랐다. 해는 구름뒤에 가려 있고 운해가 끝없이 펼쳐져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신 탄성만 질러댄다. 얼마만의 영광인가. 장쾌한 산맥을 따라 걷는 걸음이 가볍다. 숲길에는 새소리 바람소리가 장단을 맞히고, 그 소리들 틈에 들리는 나의 숨소리를 저미며 자아를 뒤적거려 본다. 매번 산에 오를 때마다 힘이 들지만, 햇볕과 구름, 새소리 바람소리가 반겨주니 토라질 이유가 없다. 운해는 종일 걷히지 않아 꼭 비행기를 타고 구.. 대모산, 구룡산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린다.약속된 산행을 진행할까 말까 망설인다.일단은 산 밑에서 만나자며 문지방을 넘는다. 비가 많이 오면 막걸리나 마시자. 견딜 만큼 비가 내린다.산에는 산객이 많지 않다.정상에 오르니 보슬비가 오락가락한다.구름에 에워싸인 산은 시야가 막혔다. 비가 내려도 우리는 산에 오른다. 문지방만 넘으면 못 할 게 없다. [산행 일시] 2025년 5월 10일[산행 경로] 수서역 - 대모산 - 구룡산 - 달터공원(7.5km)[산행 시간] 3시간 30분 지리산 7암자 순례길 道를 구하는 일이 그리 쉽기야 하겠냐만은 함양 음정마을에서 도솔암 오르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길이 없는 길을 가야 하는 산객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소쩍새가 밤을 새워 산길을 밝힌다. 부처님 오신 날 딱 하루 열리는 7 암자 순례길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세상 살면서 엉킨 감정들을 풀어내고 새로운 마음을 여미기 위하여 求道의 마음으로 들어선 순례길이다. 도솔암 오르는 길에서 선두에 섰던 리더가 길을 잘못 잡았다. 가파른 돌무더기 길을 개척하는 일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사람이 많아 걷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는 전날 하프 마라톤을 달리고 왔던지라 아직 피로가 덜 풀린 상태였으므로 가다 서다 쉬엄쉬엄 오르는 길이 그나마 다행이다. 깜깜한 밤에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길이 ..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인데 한번 걸어 본 경험이 있다. 물론 여러 번에 나눠서 걸었다. 둘레길이라 해서 평탄한 산책길이 아니라 산 길도 있고 마실길도 있다. 친구들과 북한산 둘레길을 한 번에 완주하자고 모의했다. 실패하더라도 두려워 말자. 그것은 또 다른 문을 열기 위한 창조의 과정이니 덤비고 보자. 저녁 8시 30분 불광역 장미공원을 출발하여 둘레길 역방향인 탕춘대 방향으로 출발했다. 옛성길(7구간) 구간 지나고 평창마을 길(6구간)에 접어들어 평창동 가는 길을 찾지 못해 알바했다. 밤 길이어서 이정표 인식이 쉽지 않은 점은 야간 산행에 장애요소다. 평창동 길을 걸으며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맛은 이국적인 분위기다. 웅장한 대저택들이 문을 잠그고 사회와 격리할 태세로 담.. 청계산 진달래능선 마다가스카르의 혹등고래를 닮은 청계산 진달래 능선을 만나는 설렘은 괜한 흥분이 아니다. 돌풍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만나러 오르는 길은 즐거움이다. 그를 만나러 청계산에 와락 껴 안기니 좋기도 하지만 왠지 쑥스럽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거주춤 그에게 안부를 전한다. 앞뒤 재지 않고 어설프게 덤비는 것은 실례다. 그의 가슴이 뜨거워질 때까지 포근하게 쓰다듬고 어루만져야 한다. 헛물켜는 속물로 보이고 싶지는 않다. 제비꽃, 현호색, 개별꽃들이 반긴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보라색, 흰색, 노란색들을 땅속에 숨겨뒀다가 봄이 되면 예쁘게 색을 올리는 에너지가 마냥 신기할 뿐이다. 자연은 언제나 위대한 아름다움이다. 목이 탄다. 헬기장에 올라 막걸리 한 잔 .. 북한산 길 위에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 진달래가 피고 눈이 내린다.진달래가 온다길래 봄맞이 갔다가 춘설을 만났으니 낭패였다.아니다 행운이었다. 꽃이 피나 눈이 오나 경계를 짓는 일은 의미 없는 가설이다.꽃과 눈은 다름이 아니었다.그 시작은 언제나 아름다움이었다. 봄은 언제나 겨울 다음에 맺히는 꽃인 줄 알았다.하나, 봄은 혼자 오는 게 아니라 겨울에 섞여서부대끼며 오는 것이었다. [산행 일시] 2025년 3월 29일[산행 경로] 불광역 - 탕춘대 능선 - 비봉 - 문수봉 - 대남문 - 백운봉 암문 - 북한산성 탐방센터(16.8km)[산행 시간] 6시간 30분 이전 1 2 3 4 ··· 7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