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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記 行242

풍도 바람을 피해 바람을 기다렸을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양지 녘에 모여, 바람에 쓸려 바람을 쫓아온 객들에게 쌉싸름한 향기를 품은 사생이 나물과 알싸한 달래를 안긴다. 풍도 바람꽃의 가녀린 꽃대를 닮은 할머니들의 연한 미소에 발목을 묶고 이러쿵저러쿵 흥정을 한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지만, 겨우내 언 땅을 이불 삼아 봄을 기다렸을 노루귀와 차가운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풍파를 견뎌내고 온정을 내미는 할머니들과는 묘하게 닮아있다. 풍도 대극이 그 자리에서 사시사철 향기를 물어내듯, 할머니들의 작은 꿈들도 더 이상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사생이 나물 한 봉다리를 덥석 뺏어 배낭에 넣었다. 풍도 할머니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돌아오는 뱃전에 허리가 굽은 할머니의 주름진 웃음이 바람 자락을 놓칠.. 2024. 3. 11.
청와대 윤석열 신임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을 두고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신임 대통령은 청와대에 한 발 짝도 들이지 않겠다는 각오로 버텼다. 이를 두고 풍수지리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리배쯤으로 비아냥거리며 야당에서는 협조를 하지 않았다. 당시에 대통령실로 지정한 국방부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을 승인을 해주지 않아 입주가 늦어지기도 했다. 신임 대통령이 청와대를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에 대한 명분을 뚜렷이 밝힌 바는 없다. 굳이 마다할 이유가 딱히 없는데, 끝까지 버텼던 것은 청와대 건물의 허술한 보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실제로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 근무한 공조 기사가 간첩이었는데, 근무를 마친 뒤 북한으로 입북했다는 사실을 탈북한 고위급 인사가 밝힌 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청와.. 2023. 12. 13.
세미원 장마 진 자리에 연꽃도 따라가고 연꽃 진 자리에 연탄을 닮은 연밥이 태양을 삼킨다.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어찌 씻어낼까 씻지는 못할망정 잠시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두려움이 없겠다. 세미원을 떠올리는 순간부터 더 예쁜 연꽃을 만나리라는 욕심을 내었으니 애당초 마음 씻기는 걸렀다. 세미원에 연꽃 졌다고 아쉬워 마라 수련이 반겨주니 시간 낼 만하면 바람처럼 다녀 가더라도 조금은 씻어 낼 수 있을지도 몰라. [일 시] 2023년 7월 30일 2023. 7. 30.
일본 기행(5일차) - 오사카 성 오사카성은 그 명성이 자자해 성 자체에 대한 내용은 부연할 필요가 없겠다. 개인적인 감상을 한 마디로 말하면 실망이 크다. 천수각을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가 기다린다. 항상 멋지게만 보였던 천수각의 외관은 유럽의 성을 닮아 독특한 감상이다. 고풍스러운 외관과 달리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은 옥에 티다. 이 건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건물이 아니며, 도쿠가와 이에야쓰가 개축한 건물도 아닌, 2차 세계대전 때 완전 소실되어 철골을 이용하여 현대식 건물로 지었다는 것이다. 속 빈 강정에 엘리베이터로 채웠으니 겉모습은 그럴싸한데 씁스럼하다. 해자의 넓이가 웬만한 강 만하다.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느낌이 든다. 그 외에도 성을 쌓은 밑돌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큰 돌을 이용했는데, 저 큰 돌을 .. 2023. 7. 20.
일본 기행(4일차) - 고후쿠지(흥복사) 흥복사는 후지와라노 가마타리가 그의 아내 카카미노 오키미의 병환 회복을 기원하며 699년에 세웠다고 한다. 처음에 세운 곳은 교토였는데, 672년에 후지와라쿄로 이전하였다가 710년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금당을 중심으로 전각이 있었던 초석이 남아 있어 옛 영화를 짐작케 한다. 금당 건물은 새롭게 개축하여 불상을 모시고 있고, 동금당과 오 층 목탑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동금당 옆 국보관에는 국보급 불상과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더운 날씨에 지쳐서 들리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일 시] 2023년 7월 18일 2023. 7. 19.
일본 기행(4일차) -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 동대사, 흥복사, 춘일대사가 나란히 나라시의 나라공원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춘일대사는 지금으로부터 1,300년 전 나라시에 도읍을 정하던 시기에 건립된 유서 깊은 신사다. 768년 쇼토쿠 천왕의 칙령에 의해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춘일대사에는 3,000여 개의 등롱이 있어 신앙의 깊이를 말해준다. 그중에 석등의 갓에 파랗게 피어있는 이끼에는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석등에 불을 켠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밤마다 이 많은 석등에 불을 켜면 장관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일본의 신사에 대해서 깊은 지식이 없다. 신사를 들릴 기회가 있어도 대충 건승으로 보면서 소원지에 쓰인 해독 하지도 못하는 글을 스치듯 보는 게 전부다. 그런데 .. 2023. 7. 18.
일본 기행(4일차) - 동대사 나라시대인 743년에 지어졌다는 동대사는 세계 최대의 비로자나불이 모셔진 세계 최대의 목조건물이라 한다. 비로자나 청동불상의 높이가 15m라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주목한 만한 내용은 비로자나 청동불은 백제인이, 본당인 다이부스덴(대홍전)은 신라인이 지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서 한국 사람들에게 은근 자부심을 심어준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260만 명이 동원되었으며, 청동대불을 건설하는데 나라시대의 청동을 거의 다 써버려서 경제가 파탄에 이르렀으며, 이 사건을 빌미로 나라시대도 저물어갔다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1180년에 건물이 소실되어 막부시대 때에 복구를 거듭하다가 1692년 명치시대에 완성되었으며, 현재의 것은 18세기 초에 완공된 것이라 한다. 현재의 동대사 규모는 .. 2023. 7. 18.
일본 기행(3일차) - 도톤보리 도톤보리는 난카이센 난바역과 신사이바시 역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써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특별히 즐길거리나 유적지가 존재하지 않는 곳인데도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를 딱히 모르겠다. 굳이 꼬집어서 찾아보자면 풍부한 먹을거리와 쇼핑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서 고객의 요구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사람 구경하러 사람이 몰리는 곳. 도톤보리에는 수로가 있어 작은 배나 보트를 이용하여 관광객들이 유람할 수 있다. 이 수로는 과거에 물자 수송을 위하여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였는데, 지금은 그 기능은 거의 상실되었고 관광용으로만 이용된다. 오사카의 명물이 된 도톤보리 수로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의 낭만 넘치는 관광지가 되었다. 서울 탄천과 양재천을 준설하여 .. 2023. 7. 18.
일본 기행(3일차) - 기온 마쓰리 축제 일본에는 1년에 2,400여 개의 마쓰리가 있는데, 그중에 유명한 3대 마쓰리는 도쿄의 간다 마쓰리, 교토의 기온 마쓰리, 오사카의 텐진 마쓰리 라고 한다. 그중에 7월에 열리는 교토 기온 마쓰리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니 행운이었다. 기온 마쓰리는 869년 당시 수도였던 교토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역병이 창궐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자, 전염병과 무더위를 물리치기 위하여 신에게 제를 올린 데서 유래하여 1,000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전통 있는 축제다. 당시에는 헤이안 신궁의 정원에서 66개 소국가 단위별로 각자의 신을 상징하는 창을 세우고 가마를 만들어 '야마호 준코'라는 퍼레이드를 진행했다고 한다. 현재는 매년 7월 한 달간 열리는데, 야스카 신사의 뒤쪽에 있는 마루야마 공원과 시조도리 부근에서 .. 2023. 7. 18.
일본 기행(2일차) - 야사카 신사 야사카 신사는 고구려인 이리시오미가 서기 656년에 기온신사를 창건한 것을 그 유래로 하고 있다. 교토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역대 권력층으로부터 비호를 받아 왔다고 한다. 야사카 신사는 역병을 물리치려 시작된 기온마츠리 축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신사 내부는 여느 신사와 같이 소원을 비는 소원지들이 빼곡히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불확실성과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일 시] 2023년 7월 16일 2023. 7. 17.
일본 기행(2일차) 기요미즈데라(청수사) 798년 설립된 기요미즈데라는 잦은 화재로 소실되고 재건하기를 반복했었는데, 1633년 도쿠가와 이에미쓰가 재건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요미즈데라는 물이 좋기로유명한데, 이 물을 마시면 건강과 행운이 깃든다는 설화가 있어 지금까지도 물을 마시는 관습이 남아 있다. 기요미즈데라는 일설에 의하면 백제 도래인이 창건했다는데 자세하게 확인하지는 못했다. 정문인 인왕문에 올라서서 시내를 내려보면 교토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찰이 들어서기 딱 좋은 위치라 달리 말이 필요 없다. 인왕문과 목탑을 주황색으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기는 했는데 해결하지 못했다. 점괘를 뽑아 길사는 부적처럼 가져가면 되고 흉사는 묶어두고 내려오면 흉사를 떼어낼 수 있다고 하니 재밌는 게임이다. 많은 사람들이 점괘를 .. 2023. 7. 17.
일본 기행(2일차) - 산넨자카 닌넨자카 산넨자카 닌넨자카는 서울의 북촌 한옥 마을 같은 느낌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길 양옆으로 식료품이나 기념품 가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서 고유의 전통 일본 가옥 마을이라는 느낌보다는 상업시설이 즐비한 명승지 분위기다. 청수사와 인근하고 있어서 그런지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어 제대로 걷기도 쉽지 않다. 일본의 전통 골목길을 경험해 보겠다는 기대와는 달리 장사꾼들의 파시가 열려 도떼기시장이 되었다. 호기심에 한 번쯤 들리기는 하겠지만 두 번은 오고 싶지 않은 골목길이다. 생각할수록 사람들이 왜 몰리는지 더 궁금해진다. 기모노 차림의 젊은 아가씨들이 딱딱거리는 게다를 신고 불편하게 걷는 모습에서 전통의 풍경보다는 왠지 인위적으로 작위 된 일본 정원의 모습이 보인다. [일 시] 2023년 7월 16일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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