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 行 (245) 썸네일형 리스트형 경포호 경포호에 연꽃이 피면, 경포 비취에서는 해수욕장을 개장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아 해수욕장을 개장해도 사람들이 붐비지는 않는다. 물이 차갑기 때문일 것이다. 연밭에 만개한 연꽃은 볼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일단 꽃송이가 크고 그 기품이 담백하다. 잘난 체하지 않고 수수하게 자기가 가진 매력을 겸손하게 보여준다. 연꽃을 만날 때마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니까 사진을 막 찍어댄다. 문제는 예쁨에 홀려 찍은 사진을 훑어보면 모두 비슷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하지만, 지금 마주한 꽃 한 송이가 이토록 아름다운 건 존경받을 만하다. 그대는 이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흔들리고 흔들리며 걸어왔기 때문이리라. [일 시] 2024년 7월 13일 청산도 [청산도 가거든] 서두르지 마라 욕심부리지도 말고 아니 온 듯 천천히 걸어라 그리고 엎어지듯 낮은 자세로 세상을 보라 진한 삶의 잿물을 뒤척거리다 잊었던 향기를 찾을지도 몰라 청산도 가거든 유채꽃 노란 향기를 탐하지 마라 가끔은 지친 마음에 삐칠지도 몰라 잰걸음으로 가던 느린 걸음으로 가던 항구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 청산도는 또 그렇게 인생을 닮아 있다. [일 시] 2024년 4월 6일 [이동거리] 13.7km 풍도 바람을 피해 바람을 기다렸을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양지 녘에 모여, 바람에 쓸려 바람을 쫓아온 객들에게 쌉싸름한 향기를 품은 사생이 나물과 알싸한 달래를 안긴다. 풍도 바람꽃의 가녀린 꽃대를 닮은 할머니들의 연한 미소에 발목을 묶고 이러쿵저러쿵 흥정을 한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지만, 겨우내 언 땅을 이불 삼아 봄을 기다렸을 노루귀와 차가운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풍파를 견뎌내고 온정을 내미는 할머니들과는 묘하게 닮아있다. 풍도 대극이 그 자리에서 사시사철 향기를 물어내듯, 할머니들의 작은 꿈들도 더 이상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사생이 나물 한 봉다리를 덥석 뺏어 배낭에 넣었다. 풍도 할머니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돌아오는 뱃전에 허리가 굽은 할머니의 주름진 웃음이 바람 자락을 놓칠.. 청와대 윤석열 신임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을 두고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신임 대통령은 청와대에 한 발 짝도 들이지 않겠다는 각오로 버텼다. 이를 두고 풍수지리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리배쯤으로 비아냥거리며 야당에서는 협조를 하지 않았다. 당시에 대통령실로 지정한 국방부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을 승인을 해주지 않아 입주가 늦어지기도 했다. 신임 대통령이 청와대를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에 대한 명분을 뚜렷이 밝힌 바는 없다. 굳이 마다할 이유가 딱히 없는데, 끝까지 버텼던 것은 청와대 건물의 허술한 보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실제로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 근무한 공조 기사가 간첩이었는데, 근무를 마친 뒤 북한으로 입북했다는 사실을 탈북한 고위급 인사가 밝힌 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청와.. 세미원 장마 진 자리에 연꽃도 따라가고 연꽃 진 자리에 연탄을 닮은 연밥이 태양을 삼킨다.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어찌 씻어낼까 씻지는 못할망정 잠시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두려움이 없겠다. 세미원을 떠올리는 순간부터 더 예쁜 연꽃을 만나리라는 욕심을 내었으니 애당초 마음 씻기는 걸렀다. 세미원에 연꽃 졌다고 아쉬워 마라 수련이 반겨주니 시간 낼 만하면 바람처럼 다녀 가더라도 조금은 씻어 낼 수 있을지도 몰라. [일 시] 2023년 7월 30일 일본 기행(5일차) - 오사카 성 오사카성은 그 명성이 자자해 성 자체에 대한 내용은 부연할 필요가 없겠다. 개인적인 감상을 한 마디로 말하면 실망이 크다. 천수각을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가 기다린다. 항상 멋지게만 보였던 천수각의 외관은 유럽의 성을 닮아 독특한 감상이다. 고풍스러운 외관과 달리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은 옥에 티다. 이 건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건물이 아니며, 도쿠가와 이에야쓰가 개축한 건물도 아닌, 2차 세계대전 때 완전 소실되어 철골을 이용하여 현대식 건물로 지었다는 것이다. 속 빈 강정에 엘리베이터로 채웠으니 겉모습은 그럴싸한데 씁스럼하다. 해자의 넓이가 웬만한 강 만하다.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느낌이 든다. 그 외에도 성을 쌓은 밑돌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큰 돌을 이용했는데, 저 큰 돌을 .. 일본 기행(4일차) - 고후쿠지(흥복사) 흥복사는 후지와라노 가마타리가 그의 아내 카카미노 오키미의 병환 회복을 기원하며 699년에 세웠다고 한다. 처음에 세운 곳은 교토였는데, 672년에 후지와라쿄로 이전하였다가 710년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금당을 중심으로 전각이 있었던 초석이 남아 있어 옛 영화를 짐작케 한다. 금당 건물은 새롭게 개축하여 불상을 모시고 있고, 동금당과 오 층 목탑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동금당 옆 국보관에는 국보급 불상과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더운 날씨에 지쳐서 들리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일 시] 2023년 7월 18일 일본 기행(4일차) - 가스가타이샤(春日大社) 동대사, 흥복사, 춘일대사가 나란히 나라시의 나라공원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춘일대사는 지금으로부터 1,300년 전 나라시에 도읍을 정하던 시기에 건립된 유서 깊은 신사다. 768년 쇼토쿠 천왕의 칙령에 의해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춘일대사에는 3,000여 개의 등롱이 있어 신앙의 깊이를 말해준다. 그중에 석등의 갓에 파랗게 피어있는 이끼에는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석등에 불을 켠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밤마다 이 많은 석등에 불을 켜면 장관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일본의 신사에 대해서 깊은 지식이 없다. 신사를 들릴 기회가 있어도 대충 건승으로 보면서 소원지에 쓰인 해독 하지도 못하는 글을 스치듯 보는 게 전부다. 그런데 .. 이전 1 2 3 4 ··· 3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