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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102

할배 신분증 며느리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아이가 귀한 요즘 세상에 앞뒤 재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따라 생명을 잉태하고 건강하게 자식을 순산한 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세상에 이 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으랴. 우리 가족에게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이벤트다. 아울러 국가에서도 귀한 자산을 얻었으니 든든하고 복 된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출산을 기피하는 사조가 팽배해 있다. 사회 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연의 질서를 경시하는 풍조는 극단적인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즉,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너무 자만적이고 겸손하지 못하다. 혼자만의 능력으로 충분히 행복을 꾸릴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자신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거추장스럽게 생각하.. 2024. 1. 17.
아름다운 꿈 가물한 우주에 별 하나.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그는 예쁘고 상냥한 또 다른 별을 만나 아름다운 별을 잉태하였으니 천지간에 이 보다 더 기쁜 일이 있으랴. 내가 할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고 신기하기만 하다. 그 보다 더 신기한 것은 사랑하는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새 아기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이다. 새해가 기지개를 켜고 열리는 문틈으로 건강한 에너지를 품은 태양이 떠오르면, 아름다운 꿈을 간직한 예쁜 별 하나 생긴다는 사실이 이토록 좋을까. 생각할수록 흐뭇해지는 상상하지 못할 기쁨이다. 위대한 우주의 질서가 흐트러짐 없이 만들어 내는 인연에 감탄할 뿐이다. 새 아가! 새 생명을 잉태하고 만삭이 될 때까지 건강한 마음으로 키워 온 계묘년은 참 고마운 한 해다. 이.. 2023. 12. 29.
시아버지 입성을 축하합니다. 좋은 인연으로 함께 해온 지 20년은 족히 되었다. 나이는 서너 살 많지만 허물없이 형님처럼 가까이 지낸다. 아름다운 가을을 맞아 예쁜 며느리를 보게 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 염치없이 축사 원고 부탁을 허락받고는 부끄러운 축사를 건넸다. 예식장에서 내가 쓴 축사를 듣는 기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한다. [축 사] 안녕하세요. 저는 신랑 아버지 OOO입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의 결혼을 축복해 주시기 위해 귀한 걸음 해 주신 하객 여러분과 가족, 친지 분들께 양가를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여름의 폭염과 폭풍우를 견뎌내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계절에, 높고 푸른 하늘이 응원해 주는 오늘은 저희 아들 OO 군과 OO 양이 부부의 연을 맺고 새롭게 출발하는 뜻깊은.. 2023. 10. 10.
밀주 [막걸리] 술을 두 번 빚었었는데 아직은 술이 익는 생리를 정확하게 습득하지 못했다. 낮 기온이 상승하는 오월은 술 빚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이때다 싶어 구석에 숨겨져 있던 누룩을 찾아냈다. 2017년 인터넷으로 구매했던 부산 금정산성 누룩이다. 밀봉은 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잡균들이 베이지는 않았을까 고민이 깊어졌다. 내킨 마음이 조급해졌다. 술을 빚기로 마음을 정하고 고두밥을 쪄낸다. 맵쌀과 찹쌀을 이대 일의 비율로 섞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깨끗이 씻어 전기 압력 밥솥에 안치고 물을 자박하게 맞추고 쌀 위에다 엄나무 가지를 올려 취사. 30분 후에 맛있는 향기가 솔솔 나는 고두밥 완성. 고두밥이 충분히 식도록 펴 놓고 술단지를 고르는데 마땅치 않아서 장아찌 담그던 유리단지를 깨끗.. 2023. 5. 6.
어머님 전상서! 아버님 기일을 맞아 석 달 만에 어머님을 뵈었습니다. 다행히 표정이 밝아서 안심이지만, 작년에 수술했던 허리가 욕심껏 개운치 않아 많이 불편해하시는 모습이 마냥 안쓰럽기만 합니다. 이제는 운전을 못하시겠다며 모닝을 세워두고 노인용 전동차를 새롭게 구입하셨네요. 천하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기개도 세월 앞에서는 한 풀 꺾일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얼마나 많은 고뇌를 곱씹었을까요.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렇게라도 세월 따라 늙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익히지 못하면 마음의 상처만 깊어질 테니까요. 어머님! 당장은 끼니를 혼자서 해결하시고 계시니 아들 입장에서는 이만한 다행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못난 아들은 내일의 어머님을 걱정합니다. 이 시간이 마냥 길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거동이 더 불편해지면 맏아.. 2023. 4. 28.
큰 아들 결혼식 [축 사] 안녕하세요. 저는 신랑 아버지 현광환입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의 결혼을 축복해 주시기 위해 귀한 걸음 해 주신 내빈 여러분과 가족, 친지분들께 양가를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세상 만물이 푸르고 아름다운 오늘은 저희 아들 동훈 군과 혜림 양이 부부의 연을 맺고 새롭게 출발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사랑하는 아들 동훈아!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30년 전 너와 내가 처음 만나던 날을 잠시 떠올려보면 아버지의 오늘 이 자리는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자리다. 아울러 오랜 시간 동안 무한한 신뢰로 함께 연정을 쌓아 부부의 연을 맺게 된 혜림 양에게도 따뜻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 새로운 출발을 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아버지가 전해주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말은 ‘청춘’이다. 청춘이란 .. 2022. 5. 17.
아버님 전 상서 세월은 말없이 흘러 이십오 년이 되었습니다. 대구 경북대학병원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앰뷸런스를 타고 밤길을 재촉하던 때, 며칠 묵으러 집에 들렀던 외할머니께서는 급한 통기를 받고 사위의 죽음을 마주할 수 없어서 황급히 집을 떠나 쫓기듯 친척집으로 옮기던 날 세상이 참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집에 도착하셔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한 시간 정도 지났을 즈음 고개를 떨구셨습니다. 평생을 별러 지은 대궐 같은 집 안방 병풍 뒤에 아버지를 모시고 빈소를 차려 상주 복장으로 하객을 맞으려 서 있는데 앞뒤 분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상례 절차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슬픈 마음만 조아리고 있는데 작은아버지와 당숙부님을 비롯해 집안 어른들께서 상례를 의논하고 부고를 작성하는 등 정신을 바짝 차린 시간은 바.. 2022. 4. 11.
어머님 전상서 한 해가 다르게 주름이 늘어가는 어머님! 당신은 작년 어렵사리 수술한 허리 통증이 개운치 않아 얼마나 답답하십니까. 거기다가 최근에는 귀가 불편해서 보청기까지 끼셨으니 또 얼마나 불편하십니까. 삶은 불편함의 끼니로 배를 채우고 고통이 엄습해오는 현실에서 스스로 참아내고 오롯이 견뎌내어 종착역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입니다. 지난밤은 잘 주무셨는지요? 늘 괜찮다 하시는 말씀 속에는 괜찮지 않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시는 모습이 짠합니다. 어머님 당신을 통하여 미래의 제 모습을 봅니다. 이십 년쯤 지나면 허리 수술을 하고, 보청기를 끼고 불편함을 꾹꾹 참아가며 투덜거릴 겁니다. 남은 생애에 대하여 큰 미련이 없다 하면서도 쉬 애착을 놓지 못하겠지요. 어머님! 아들이 환갑 될 때까지 살아계셔서 고맙습니다. .. 2022. 2. 3.
추석 명절이 명절 같지 아니하고, 삶이 삶 같지 아니한 시간이 벌써 2년 째다.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정부를 향해 거센 저항의 메시지를 보낸다. 백신 접종이 좀 더 많았더라면 지금쯤 조금은 수월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수천억 원 대의 돈을 홍보비로 사용하고도 백신을 제 때에 구입하지 못했다. 같잖은 변명을 둘러대며 감옥 같은 방역수칙을 지키라고만 명령한다. 추석이 다가왔는데도 가족끼리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들 만나는 것을 바이러스는 꼴 보기 싫은가 보다. 어떻게든 갈라놓으려 한다. 일부 국민들은 더 이상의 방역수칙은 바이러스와 상관없는 정치 방역이라고 규정하고 목청을 돋운다. 도대체 바이러스는 왜 이렇게 까탈스러운가.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는 창궐을 한다. .. 2021. 9. 23.
必敬齋 [상견례] 아직 어른 될 준비가 모자라는데 떠밀리듯 어른 행세를 하려니 부담감이 많다. 한 번의 경험이 있으니 안정감이 있으려나 했는데 막상 기일이 닥치니 두렵고 졸린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다. 한 여름에 딸아이 상견례를 준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런 일은 경험이 쌓이거나 시일이 흐른다 해서 익숙해지는 일은 아닌가 보다. 강남에 자리한 필경재란 한정식 집에서 사돈을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지푸라기 같은 아들을 얻어 바람을 막으려 노심초사 애를 태우던 일을 떠올려본다. 울며불며 자라면서도 큰 과오없이 건장하게 자라 준 아들이 대견스럽다. 남들처럼 잘해주지 못한 마음이 가슴 한편에 짠하게 걸려있다. 그보다도 아이를 바르게 키우겠다는 욕심으로 어설픈 훈육 과정을 흉내 내며 상.. 2021. 6. 14.
시간을 낚으랴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왔었는데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수술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리가 불편하신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수술이 두려웠던 어머님께서는 주변의 허리 박사님들한테 들어온 이야기가 많으니 쉬 수술을 결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어느 한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며 스스로 수술을 결정하셨다. 척추 협착증이 고착화 되어 수술을 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핀으로 고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나마 연세에 비해서 골다공증 증세가 없어서 금속 핀 고정술을 사용하여 수술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그나저나 수술이 끝나고 나서 회복기에 엄청난 통증을 경험한 어머님께서는 겁을 많이 집어 먹었나 보다. 세상에 살아 있는 자체가 두려워서 안절부.. 2021. 5. 12.
기일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스무세 번째 기일이다.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달이 아직 여물지 않은 시간에 아버지는 별 달리 유언도 없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돌이켜보면 참 아쉬움이 많다. 건강이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술을 끊지 못했던 아버지께서는 결국 자신을 절제하고 관리하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산은 그대로이고 물도 그대로인데 인간 삶의 궤적만이 궤도를 바꿔갈 뿐이다. 마침 어머니께서는 허리가 아프셔서 수술을 하고 병원에 계시는데, 당연히 제사에는 참석도 못하시고 혼자 병실에서 통증을 감내하고 계신다. 수술을 하면 깔끔하게 없는 듯이 통증이 가실 줄 알았는데, 통증이 쉬 가시지 않으니 불안하고 졸갑증이 나시는가 보다. 입맛도 없다며 아들, 며느리한테 투덜대며 어릉장이 .. 202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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