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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103

기일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스무세 번째 기일이다.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달이 아직 여물지 않은 시간에 아버지는 별 달리 유언도 없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돌이켜보면 참 아쉬움이 많다. 건강이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술을 끊지 못했던 아버지께서는 결국 자신을 절제하고 관리하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산은 그대로이고 물도 그대로인데 인간 삶의 궤적만이 궤도를 바꿔갈 뿐이다. 마침 어머니께서는 허리가 아프셔서 수술을 하고 병원에 계시는데, 당연히 제사에는 참석도 못하시고 혼자 병실에서 통증을 감내하고 계신다. 수술을 하면 깔끔하게 없는 듯이 통증이 가실 줄 알았는데, 통증이 쉬 가시지 않으니 불안하고 졸갑증이 나시는가 보다. 입맛도 없다며 아들, 며느리한테 투덜대며 어릉장이 .. 2021. 4. 21.
가족여행 자존심과 자존감 참 오랜만의 나들이다. 적어도 칠팔 년은 된 듯하다. 그 사이 식구가 한 명 더 늘었으며 나는 그만큼 더 늙어있다. 이럴 때마다 삶을 되짚어보곤 한다. 나는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차피 정답이 없는 게 인생의 행로일진대 우리는 매 순간 쉽게 그 행로를 찾고자 한다. 아이들 키우면서 나는 어떤 철학을 심어주고 싶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굳이 명제를 만들라 한다면 자존심과 자존감이 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작은 이익이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만은 그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자존심 있게 뿌리박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 다닐 때 커닝의 유혹에 흔들려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솔직.. 2021. 4. 21.
고향 고향 세월의 풍파가 쌓이는 만큼 고향의 색깔도 바래어간다. 그나마 노모가 지키고 있어서 아직은 향기가 남아있다.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되돌아 갈 수 있어야 할텐데 조바심이 인다. 복숭아꽃 붉게 핀 들판 사이로 싸움소가 묵상하듯 먼 하늘을 응시하는 모습에서 나 자신의 모습이 반.. 2019. 4. 14.
너 늙어봤냐? 너 늙어봤냐? 한 때는 1,500명의 함성이 넘실대던곳.. 올해 6학년 졸업생이 22명.. 격세지감을 느낀다. 같은 면소재지에 있던 2개의 학교를 폐교한지 꽤 되었는데도 올해 신입생은 12명. 총 학생의 80%이상은 다문화 학생으로 구성되었다하니 세월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만 가슴이 채워질까. .. 2019. 4. 6.
이서고국 학창시절의 향수를 더듬으며 교정에 들어서면 왠지모를 쓸쓸함이 베인다. 온갖 잔꾀와 술수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다가도 팔조령 고개를 넘으면 자신도 모르게 홑겹의 순수함을 깨닫게 된다. 고향 들녘을 가로질러 언덕위에 자리잡은 교정 정문을 마주하면 학생이 .. 2018. 5. 1.
산귀래 산귀래별서(山歸來別棲) 산으로 돌아오는 길 꽃, 나무, 바람, 사람 그리고 자연 굳이 돌아올 필요도 없었는데 왜 그리 애절하게 허둥댔을까. 다시는 돌아가지 않아도 될까 여기나 거기나 꽃, 나무, 바람, 사람 그리고 별 하나 꽃 한 송이 내 마음에 깃들면 별 그리고 자연 너나 나나 별다를.. 2018. 4. 22.
태극기 또 다시 태극기를 들고 역사!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입법, 사법, 행정, 언론... 모두가 미쳐 돌아간다. 그 어떤 것도 정상이 아니다. 왜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아무도 제재하지 못하는 것일까. 태극기를 든 시민들. 그들만이 발을 동동 구른다. 역사를 이렇게 넘겨 줄 수는 없.. 2018. 3. 2.
강화 제적봉 평화전망대 평화전망대 '필승' 아들은 북한이 빤히 보이는 이곳에서 적들의 동태를 살피는 임무를 맡은 해병대 장교다. 세월이 참 무섭다. 태어날 때부터 핏기가 없고 연약해보여 안쓰럽기만 했던. 자랄 때에도 언제나 맨 끝자리에서 겨우 머리카락만 보이던. 척박한 환경에서 몸도 마음도 약해서 유.. 2017. 11. 12.
막걸리 막걸리 어릴때 어머님께서 정성을 다해 담으시던 막걸리. 그냥 눈대중으로만 봐왔던 역사였는데 마음이 동했다. 누룩을 구매하고나니 조급한 마음이 앞선다.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고두밥을 짓고 술을 담그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과연 술이 될 수 있을까. 하룻밤을.. 2017. 5. 25.
2017년 매경오픈 2017년 매경오픈 골프채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던 시절에도 대회는 열렸었다. 매경오픈이 36회 대회를 성대하게 치뤘다. 취미 아닌 취미가 된 골프. 다른 운동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만만찮게 들지만 우리나라는 골프 강국이라 할 수 있다. 일견 현대사회에서 운동의 능력은 국가의 능력.. 2017. 5. 7.
2017년 이서중고등학교 동창 체육대회 우정 그리고 가끔은 꿈속에서 무대로 등장하던 교정. 정문에 들어서면 깔깔거리며 조잘대던 꿈.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진 초로의 청년들이 꿈을 따라 한달음에 들어선다. 선배들 맞느라 페인트칠로 깔끔하게 단장한 교정 환갑은 훌쩍 지났을법한 40년 전에도 제법 나이가 느껴졌던 향나.. 2017. 4. 24.
양재천 양재천 때에 따라 시에 따라 밤낮에 따라 마음에 따라 풍경은 모습을 달리한다. 그런데 우리는 얼핏 같은 풍경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아마 그게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진리다. * 일 시 : 2017년 4월 2일 2017.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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