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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관악산] 비 예보가 있어 산에 들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서울대 입구에 들어섰을 때, 마침 비가 멈췄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삼성산으로 길을 잡았다. 가끔은 하늘이 하는 일을 원망해 보기도 하지만, 부질없는 일임을 잘 안다. 주말이면 줄을 지어 오르던 산객들도 오늘은 듬성듬성 보인다. 변덕스러운 날씨 앞에서는 누구나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기보다 순응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절기는 어느새 맹위를 떨치던 여름을 물리려 처서에 닿았다. 이를 알아챈 매미 소리의 기세가 한 풀 꺾이고 그 틈새로 귀뚜라미 귀뚤귀뚤 찾아든다. 팔봉능선에 오르기까지는 바람도 간간이 불고 비도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늘의 구름이 점점 짙어지며 비를 예고했지만, 조금 내리다 그치겠지 생각하며 걸음을 멈추..
천상의 화원, 곰배령 [천상의 화원, 곰배령] 하늘마루 찾아벌 나비 날아드니나도 꽃이 되었다. 이 꽃 저 꽃어우러진 꽃물결에나도 노을이 되었다. 점봉산 아래오두막 하나 지어계절 따라시절 따라꽃향기에 젖으리라. 벌 나비 벗 삼아해 지는 줄 모르다가이슬 내리는 밤이 오면나 또한 꽃으로 남으리라. [산행 일시] 2026년 8월 16일[산행 경로] 점봉산 산림 생태 관리센터 - 정상(원점회귀) (7.5km)[산행 시간] 3시간 30분
[칼럼] 8.15 올공 데이, 선거의 신뢰를 묻다 [칼럼] 8.15 올공 데이, 선거의 신뢰를 묻다 광복절을 맞은 8월 15일, 올림픽공원에서는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참정권을 둘러싼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개표 과정에서 발견된 여러 오류에 대해 선관위는 직원의 실수나 단순한 관리 부실이라는 설명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드러나는 여러 정황을 바라보면 과연 이것을 단순한 실수로만 치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커진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선관위의 권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특히 시간대별 투표자 수 입력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사례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정 시간대에 100표, 150표, 200표씩 일정하게 증가하거나, 상당 시간 투표자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는 선거구가 있는가 하면, 서로 다른 투표소에서..
마장호수 둘레길 [마장호수, 잠시 마음을 내려놓다] 마장호수는 1970년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조성된 저수지다. 2010년대 들어 파주시가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면서 둘레길을 만들었고, 2018년에는 출렁다리까지 놓이면서 걷기 좋은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호수를 따라 조성된 둘레길 대부분이 데크로 이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호수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아도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마장호수의 화룡점정은 역시 출렁다리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시야가 탁 트인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주변 산자락은 걷는 동안 쌓였던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하다. 주차비 외에는 별도의 입장료가 없다는 점도 부담 없이 찾을 ..
[書評] 위대한 개츠비 지은이 : F. 스콧 피츠제럴드 1896년 9월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출생 소설가 (저서) 낙원의 이쪽, 밤은 부드러워, 마지막 거물 외 옮긴이 : 김욱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 미국 미시시피 대학교 영문학석사, 뉴욕주립대학교 영문학 박사 서강대학교 인문대학 명예 교수 (저서) 디지털시대의 인문학, 포스트 모더니즘, 지구촌 시대의 문학 외 (번역) 노인과 바다, 왕자와 거지, 그리스인 조르바 외 발행일 : 2023년 11월 10일펴낸곳 : 민음사(249쪽) [욕망과 환상의 초상,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는 소설 ‘낙원의 이쪽’과 그의 걸작 ..
아침가리골 [아침가리골에 청춘을 담그다] '아침에 밭을 갈러 나가면 저녁에야 돌아올 수 있는 깊은 골짜기'라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아침가리골. 조경동 계곡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국내를 대표하는 오지 트레킹 명소다. 서울의 찜통더위를 피해 이곳에 들어서면 하루 종일 더위를 잊고 지낼 수 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부터 마음은 어느새 아이가 된다. 물장구를 치고 첨벙거리며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아침가리골은 아름다움만큼 경외심도 필요한 곳이다. 상류 계곡인 만큼 폭우가 내리면 수위가 순식간에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찾은 날도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려 물이 크게 불어 있었다. 인제군청에서는 수위와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을 통제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이날은 길이 열려 있었다. 깊은 곳에..
아버님께 드리는 여름 안부 [아버님께 드리는 여름 안부] 산소를 둘러싸고 기개 넘치던 소나무들이 재선충을 이기지 못한 채 붉게 말라 쓰러지고 있습니다. 산 전체가 황폐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산림청에서도 방제에 애를 쓰지만 병이 번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듯합니다. 결국 자연의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는가 봅니다. 멧돼지들이 제집인 양 봉분을 마구 헤집어 놓아 하는 수 없이 철조망을 둘렀습니다. 보기에는 다소 흉하지만, 그 뒤로는 멧돼지가 다녀간 흔적이 없습니다. 대신 잔디는 점점 힘을 잃고 개망초와 잡풀이 산소를 뒤덮고 있습니다. 아까시나무도 곳곳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몇 해 전 아까시나무를 없애려고 베어낸 자리에 제초제를 조금 발랐더니, 아까시나무만 죽은 것이 아니라 주변 잔디까지 함께 말라 버렸습니..
8년 만의 외출 [8년 만의 외출] 잊고 지냈던 골프. 오랜만에 골프채를 잡으니 모든 것이 낯설다. 예전에는 엄격했던 복장 규정도 이제는 반바지 착용이 허용되어 한결 편안하다. 골프장이라기보다 공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잔디를 밟는 감촉도, 카트를 타는 승차감도 어딘가 어색하다. 15년 넘게 골프장을 드나들며 우정도 쌓고 비즈니스도 이어갔다. 그러나 사업을 접으며 골프와 함께했던 시간도 자연스럽게 내려놓았다. 어느덧 8년이 흘렀다. 처음 몇 해는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연습하지 않아도 되고, 스코어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넉넉해졌다. 골프를 치고 돌아오는 길, 만족보다 아쉬움이 더 많았던 날들이 떠오른다. 왜 그토록 골프에 매달리며 스스로를 몰아세웠을까. 결국 나를 옭아맨 것은 골프가 아니라 내 욕심이..
[書評]인연을 그리다 [書評] 인연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삶이 된다― 김산옥 『인연을 그리다』를 읽고 지은이 : 김산옥수필가(2005년 현대수필 ‘들림집’으로 등단)(저서) 하얀 거짓말, 비밀 있어요, 왈왈 외 다수 발행일 : 2026년 04월 26일발행처 : 도서출판 우인북스(150쪽) 김산옥은 등단 이후 일곱 권의 수필집을 펴낸 중견 수필가다. 사람을 보듬고, 드러내지 않게 정을 베푸는 그의 삶의 태도는 수필가의 기질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하늘이 한 뼘밖에 보이지 않는 평창의 깊은 산골에서 보낸 유년은 그의 글에 산골 특유의 뚝심과 따뜻한 배려를 스며들게 했다. ‘인연을 그리다’는 작가가 인연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기도와 정성을 다해 민화를 그려 선물하며, 그 마음을 조용히 풀어낸 글과 그림의 에세이다. 작가에..
得 보다 失 [得 보다 失] 염천더위에도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일까. 지루한 장마가 끝나자 도심은 거대한 찜통이 되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손끝에 습기가 들러붙는다.그런데도 달리는 사람들은 관성처럼 출발선에 선다. 양재천을 출발해 동호대교를 돌아오는 길.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고, 머리는 어질어질하다. 열사병이 오는 것일까. 소나기라도 한 줄기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성수대교 아래에서 동료를 만나 생수를 들이켜도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벤치에 몸을 눕혀 잠시 눈을 붙였다. 눈을 뜨니 조금은 개운하다.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나는 무엇을 얻으려 이 더위 속을 달리고 있는가. 한강 합수부 다리 밑에 이르러 다시 맨바닥에 누웠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도, 복잡한 마음도 조금씩 ..
후지산 [바보가 오른 후지산] 후지산은 세 번의 화산 폭발로 형성된 원추형 활화산이다. 해발 3,776m, 둘레 126km. 등산로는 험하고 가파르지만 예로부터 신성한 산으로 여겨져 정상의 신사에는 기도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폭설과 기상 여건 때문에 일반인의 등반은 매년 7~8월, 두 달 동안만 허용된다. 해발 2,500m, 후지노미아 코스 6 합목 운해산장에서 성근 잠을 깼다. 밤 11시 30분. 세상은 숨을 죽였지만 산장은 코 고는 소리로 지붕이 들썩인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했고 은하수가 또렷했다. 낮 동안 비가 오락가락하고 구름이 산을 감싸 정상은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쉬움을 안고 산장에 들었는데, 정작 밤이 되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펼쳐졌다. 별들은 조..
후지산 언저리 [후지산을 품은 시즈오카에서]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6시 무렵 후지산 시즈오카공항에 닿았다. '조용한 언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즈오카는 바다와 도시, 농촌이 조화를 이루는 목가적인 풍경이 매력적인 곳이다.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 남쪽 기슭에 자리하며, 후지산 면적의 상당 부분을 품고 있는 지역답게 후지산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곳곳이 후지산 조망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장마철의 두터운 구름은 끝내 그 모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아쉬움이었다. 시즈오카를 대표하는 특산물은 고추냉이와 장어, 그리고 녹차다. 특히 녹차는 일본 최대의 생산지로 손꼽힌다. 첫 식사는 장어덮밥이었다.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장어 한 점에 시즈오카의 정취가 스며든다. 여행은 눈으로 풍경을 담는 일이지만,..
[書評]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書評]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지은이 : 알랭 드 보통 1969년 스위스 취리히 태생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 (저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외 다수 옮긴이 : 박중서 출판기획 및 번역가 (번역)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해바라기’ 외 다수 발행일 : 2011년 9월 26일펴낸곳 : 도서출판 청미래(336쪽) [종교를 비운 자리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 책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종교의 허무와 비합리성을 비판하는 글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앞섰다. 그러나 책은 예상과 다른 길로 독자를 이끈다. 신을 부정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종교의 ..
대암산 용늪 [용이 쉬어간다는 곳, 대암산 용늪] 강원도 인제의 대암산 용늪을 만나기까지 세 번의 걸음이 필요했다. 앞선 두 번은 짙은 안개와 비에 가려 끝내 모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더욱 반갑고, 오래 기억될 만한 순간이 되었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전설을 품은 큰 용늪은 해발 1,280m에 자리한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습원'으로, 오직 빗물만으로 유지되는 매우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지형으로, 생태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자연유산이다. 대암산 용늪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탄습지다. 평균 1~1.8m의 이탄층이 형성되어 있으며, 연중 170일 이상 안개가 싸여 습도가 높고, 5개월 이상 영하의 기온이 이어지는 환경 덕분에 식물들..
[書評]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書評]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지은이 : 어니스트 헤밍웨이 1899년 7월,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파크 출생, 1961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케첨에서 사망 소설가, 기자 (저서)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등 옮긴이 : 안은주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 박사, 동의대학교 교수 (번역) ‘피터팬’, ‘베이비 인 맨해튼’ 등 펴낸곳 : ㈜시공사(761쪽)발행일 : 2012년 3월 [나를 향한 종소리]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독자에게도 익숙한 제목이지만 처음 접하는 고전이다.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가하여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4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937년 5월 말의 어느 사흘간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의 참상과 허무를 응시해 온 작가는, 이..
앵봉산 [칠월단상七月斷想] 병오년 한 해의 절반이 꺾였다. 나름 각오를 단단히 다지며 시작했었는데, 어영부영하는 사이 각오는 간데없고 세월만 흘렀다. 행여 남은 부스러기라도 있을까 싶어 주머니를 뒤져봐도 잡히는 게 없다. 반성할 만큼 잘못한 것은 없을까. 굳이 반성을 한다면 무미건조하게 세월만 보낸 것 같다. 아니면 속이 빈 쭉정이처럼 잘난척하며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닌 적은 없는가. 내가 뱉은 무수한 말 가운데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기는 일은 없었을까. 눈앞에 보이는 돈에 눈이 멀어 속물처럼 살지는 않았는지, 껍데기 권력 앞에 줏대 없이 무릎을 꿇지는 않았는지, 힘없고 약한 사람에게 으스대며 무시한 적은 없는지, 작은 일에 짜증을 섞어 화낸 적은 없었는지. 아마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을 반성하며 삶의 결을 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