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36) 썸네일형 리스트형 서울신문 마라톤(Half-45) [페이스메이커] 기록을 따라다녀서는 지치기만 할 뿐 따라잡을 수 없다. 기록은 인간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어느 지점에 목표를 정해놓고 그 지점에 닿으면 기록은 또 저만치 앞서 있다. 그러므로 기록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며 나의 곁을 지켜주는 증표다. 자신만의 리듬으로 한 발 한 발 딛다 보면 어느새 기록이란 보상이 주어질 뿐이다. 첫 하프마라톤에 도전하는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 나는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다. 더운 날씨에 어떻게 레이스를 이끌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15km 이후 걷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초반 5km를 7분/km로 달리기로 계획을 세웠다. 예상외로 잘 따라와 준다. 급수대에서 초반 달리기로 들떴던 호흡과 근육을 물과 이온 음료로 차분히 달랬다. 첫.. 서오릉 [서오릉에서 생각한 K문화] K팝과 드라마를 앞세운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때의 유행처럼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한국 특유의 정서와 미감이 서양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여기에 궁궐과 사찰 같은 전통문화유산까지 관심을 더하고 있다. 한동안 우리는 유럽의 고풍스러운 박물관과 유적을 부러워해 왔지만, 이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적인 방문객 수를 기록할 만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문화의 가치가, 동양적인 신비감과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듯하다.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지하철만 타고도 접근할 수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 정상에 서면, 도시와 .. 必敬齋 [막둥이의 상견례] 강남구 수서동에 조선조 세종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의 묘소가 있다. 그곳에 터 잡고 600년 동안 이어온 전주 이 씨 광평대군파의 종택 '필경재'. 종가의 후손이 종택을 고급 한식집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상견례 장소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큰 아들 상견례도 이곳에서 했는데, 막둥이도 두 달 전에 상견례 장소로 예약했다. 수서역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한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고풍스러운 한옥과 잘 어울리는 정원은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풍경이다. 요즘 상견례는 예전의 약혼식만큼이나 무게감 있는 절차로 여겨진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풍습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혼주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준비했지만, 최근에는 결혼 당사자들이 직접 사소한 것까지 모두 준비하는 풍습으로 바뀌었.. [書評]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書評]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지은이 : 송남섭 수필가, 시인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현대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발행처 : 해드림출판사발행일 : 2024년 11월 30일페이지 : 200쪽 삶의 의미를 조곤조곤 새기며 시와 수필을 즐겨 쓰는 송남섭은 전업 작가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의 에피소드나 지나온 삶에 대한 곰삭은 그리움이 글 향기로 익어가면, 그는 그것을 수줍게 세상에 내놓는다. 그의 문장에는 화려한 수사보다는 진솔하고 담백한 노란 감꽃 같은 향기가 난다. 고요히 걷는 이의 문장은 오래 머문다.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는 그런 책이다. 과장된 감정으로 독자를 흔들기보다, 지난 삶의 굽은 길을 묵.. [칼럼] 전쟁반대 파병반대 [칼럼] 전쟁반대 파병반대 ‘전쟁반대 파병반대’라는 구호를 대로변 사거리에 내걸고 국민을 향해 외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 구호가 과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영역을 다투는 일은 동식물을 막론하고 본능으로 작동한다. 인간 역시 이러한 속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다만 인간은 이성적 판단 능력을 갖추었기에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 뿐, 전쟁 자체를 제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사라진 적은 거의 없다. 작금의 세계정세도 전쟁으로 얼룩져 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전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그 증명이다. 전쟁은 피하고 싶다고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 지리산 종주(21) [지리산은 봄 앓이 중] 지리산 무박 종주 길. 나이를 쌓으면서 무박 종주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더군다나 비 예보가 있어서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새벽 세 시, 성삼재 들머리에 들어서니 비는 오지 않는데 바람이 많고 온도가 낮다. 가볍게 지리산 봄을 만나러 왔다가 낭패 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배낭을 가볍게 꾸리느라 여벌 옷도 준비하지 않아 걱정을 안고 랜턴 불빛에 길을 맡긴다. 노고단에 올랐는데도 땀이 나지 않는다. 산행이 만만치 않겠다. 삼도봉 지나 연하천까지 이어지는 길은 일출을 만나던 구간인데 구름이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지리 주능선에는 아직 봄이 올똥말똥 기웃거리는 틈으로 바람이 세차다. 능선 길 좌우로 진달래 꽃이 어우러지고 초봄에 피는 얼레지 꽃이 무리 지어.. 아버님 전 상서 아버님! 올해는 절기가 빨라 아버지 산소에도 철쭉이 피었습니다.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뵌 지 어느덧 스물여덟 해가 지났습니다.돌아가신 뒤 심었던 철쭉이 기일에 맞춰 피어난 것은, 올해가 처음인 듯합니다. 산소 주변에는 제비꽃과 이름 모를 봄꽃들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습니다. 산소로 향하는 들머리 복숭아밭주인은 여전히 길을 막습니다.그 길밖에 달리 오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그럴 때마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으려 애쓰지만, 작은 실랑이는 피하지 못합니다. 아버지께서 한번 따끔하게 꾸짖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입구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하고, 낚시꾼들의 모습도 예전 그대로입니다. 그 풍경 또한 이제는 하나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증손주 도아는 재롱을 부리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아.. 마포 서윤복 마라톤(Half-44) [비움과 절제] 단거리 달리기를 취미로 삼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극한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마라톤은 오히려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는다. 그만큼 마라톤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고통은 줄이고 부상 없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단언하건대 그런 방법은 없다. 식단을 조절하고 훈련량을 늘리는 기본 원칙은 분명하지만, 수많은 조언들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지는 않는다. 결국 자신의 몸으로 견디고 익혀야 할 뿐이다. 이십 년 가까이 마라톤을 해왔다. 이제 기록 단축에 대하여 욕심 낼 단계는 지났다. 기록에 대한 과한 욕심은 부상 위험이 가중되므로 자연스럽게 절제를 배워간다. 그렇다고 욕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절제는 포.. 쉼표 같은 영동 [쉼표 같은 영동] 여명이 열리지 않은 서울역을 떠나 영동으로 가는 새벽기차에는 설렘이 서려있다. 조치원쯤 이르자 차창 밖은 안개로 잠겨 몽환적이다. 졸다 깨다 꿈속을 드나들며 타임머신을 타고 무릉도원행 열차를 탄 느낌이다. 어쩌면 진짜 무릉도원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짙은 안개는 길 위의 시야를 지우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기차 여행자에게는 차창을 변화무쌍하게 꾸미는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자욱한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에는 시선을 뺏기지 않고 조용히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좋다. 비가 오면 비로 받아들이고, 눈이 흩날리면 눈으로 머문다. 기차에 몸을 싣고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순간, 날씨가 정해주는 이정표를 따라 단단한 자신의 삶을 조금 느슨하게 반추해 볼 수 .. 망각과 상실 [망각과 상실] 땀에 젖은 손수건을 잠시나무에 묶어 뒀다가 잊었을까 손수건을 주운 산객이주인이 찾을 수 있도록바람에 날리지 않게나무에 묶어 둔 것일까. 주인은이 길을기억할까 2026년 4월 4일북한산 진달래 능선에서 용산가족공원 [벚꽃잎 흩날리는 날]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려 아내와 함께 용산가족공원을 찾았다.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고향 친구라 감회가 남다르다. 공무원 정년퇴직한 뒤, 고향에서 소일삼아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장가갈 것 같지 않던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하니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을까. 요즘 세태에 혼사는 큰 걱정거리다.아들 장가보내며 한 고비 넘겼지만,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딸을 두고 다시 마음이 쓰인다.그래도 한 자식이라도 짝을 지어 보냈으니 그것만으로 위안일 것이다. 야외 예식장은 다소 산만했지만,비도 바람도 없이 햇살이 따뜻해 그 자체로 큰 축복이었다. 문득 스치는 바람에 벚꽃잎이 흩날리고,연잎 위에 오종종 내려앉아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바람을 따라온 꽃잎들이 연잎 위에 모여 앉아신랑과 신부를 위해.. 북한산 비봉~ 칼바위 능선 [산이 내어주는 용기] 산에 오를 때마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왜 산에 오를까. 건강을 위해, 마음 수양을 위해, 나무와 꽃을 보기 위해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제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힘들게 오를 때는 회의감이 들 때도 많다. 그때마다 나 자신을 단단히 채워주는 것은, 산 정상에 서면 삶에 대해 더 진지해지고 내 폭이 넓어진다. 한 뼘 커진 그 느낌을 따라 힘든 산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오르게 된다. 족두리봉 오르는 가파른 등로에 진달래꽃이 반긴다. 산 들머리에서 중턱쯤까지는 이미 꽃이 시들어가고 있지만 꽃이라는 이유로 산객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북한산에는 온통 분홍 진달래꽃으로 단장하고 있다. 한꺼번에 피지 말고 쉬엄쉬엄 나눠서 피면 얼.. 꾸밈없이 달리자 [꾸밈없이 달리자]목표에 닿기 위하여 달리는 것이 아니라언젠가부터 달리는 자체가나의 목표가 되었다. 달리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실패가 두려워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그 길을 고난에도 담담히 버텨온나를 믿고 이것저것 꾸미지 않고그저 달린다[일시] 2026년 4월 5일[대회] 연습(양재천, 한강 일원)[기록] 2시간 5분(20km) 북한산 진달래 능선 ~ 의상능선 [진달래 능선의 기다림] 북한산 진달래 능선을 몇 번 걸은 적 있지만, 정작 진달래가 만개한 시기에 오른 적은 없었다. 꽃이 피는 계절이면 산은 어디든 꽃으로 가득할 것 같지만, 막상 발걸음을 옮겨 원하는 꽃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대반 설렘반으로 우이역에서 진달래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진달래꽃이 도열하듯 반긴다. 설레었던 연분홍 연정이 와락 안겨와 순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전날밤 비 예보에 혹 만나지 못할까, 만나더라도 비에 젖어 고개를 떨군 모습을 보게 될까 염려했지만, 모두 기우였다. 능선 초입부터 대동문에 이르는 3km 구간에 진달래 꽃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걸음을 쫓는다. 하늘이 내린 꽃 한 송이 가슴에 담고, 사뿐히 디딜 때마다 콧노래가 흥얼거린다. 멀리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書評]무기여 잘있거라 [書評] 무기여 잘 있거라 지은이 :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년 7월,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파크 출생1961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케첨에서 사망소설가, 기자(저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등옮긴이 : 김성곤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영문과 박사.하바드 대학교, 버클리 대학교 등에서 객원교수 역임서울대 영문과 교수(저서) ‘탈모더니즘 시대의 미국문학’, ‘하이브리드 시대의 문학’ 등(번역) ‘제 49호 품목의 경매’, ‘미국의 송어낚시’ 등펴낸곳 : ㈜시공사발행일 : 2012년 3월 페이지 : 447쪽 [전쟁이 남긴 사랑과 상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독자에게도 익숙한 제목이지만 정작 처음 읽게 된 작품이다. 서른 살의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려.. 동강할미꽃 [바람이 만든 길에서 만난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과 작별한 지 10년 만이다. 해마다 봄볕에 그을린 미소를 지으며 그리워했다. 속절없이 흐른 시간에 풍파가 많아 찾아뵙지 못한 점 송구한 마음이다. 산행 들머리가 예전과 다르게 백룡동굴 주차장이어서 낯설다. 예나 지금이나 산은 여전히 가파르고 새끼줄 같은 산 길은 사람의 흔적이 많지 않아 희미하다. 호흡을 몰아 능선에 올라서서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씻는다. 겨울 찬 바람은 맞서기가 두렵지만, 봄 여름에 맞는 산 바람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사람이 만든 길로 바람이 몰려오고 바람이 만든 길로 사람이 오간다. 바람과 길과 사람은 동행이다. 풍경이 열리지 않는 백운산 정상 못 미쳐 바람에 밀려온 길을 따라 생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점점이 박.. 이전 1 2 3 4 ··· 10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