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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내 나이 예순셋. 산에 오르면 나의 나이는 여전히 낯설다. 단풍이 들락 말락, 계절에 순응해서 노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지만, 마음은 아직 푸른 하늘에 날개를 마음껏 펼친 앨버트로스를 닮은 파랑새다. 날개를 활짝 펴고 산 위에 올라 우정을 만나면 철부지가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하는 철 모르는 청년이다. 어느 순간 날개 근력이 쇠잔해지는 날에는, 더 날 수 없게 될 것임을 잘 안다. 남들의 시선에서는 빛바랜 푸른색이겠지만, 나 스스로는 아직 윤기 반지르한 청춘이다. 노인과 청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청년보다 젊은 노인이 있는가 하면, 노인보다 늙은 청년도 있다. 깻잎 한 장보다 더 얇은 간극의 청년과 노인은 같은 삶의 경로에 서 있어서 비켜가거나 둘러갈 수 없다. 그것의 구분이 큰 의미도 없겠..
소곤소곤 할 말 없니?무슨 할 말?세상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인간들 하는 짓이 그렇지 뭐그냥 순리대로 살아갈 수 없나?그건 안될걸왜?인간들은 권력이라는 욕망을 버릴 수가 없거든참!이해할 수가 없네
우면산 장마철이라 장거리 산행을 피하고 접근이 용이한 우면산으로 간다. 자주 다니던 길도 가끔 가면 헷갈리는데, 사당역에서 오르니 완전히 생소한 느낌의 길이다. 우면산은 서울의 강남에 위치해 있으며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딱히 정상이라 할 만한 꼭지도 없이 그냥 편안한 능선길이다. 그런데 수년 전에 이 작은 도심의 산에서 산사태가 나서 엄청난 피해가 난 적이 있다. 출근 시간에 교통 통제를 제대로 못했더라면 피해가 아주 컸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쓸어내리는 기억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산사태 수습 후 대대적인 사방공사를 했다. 급류에 대비해 과하다 할 만큼의 물길을 내고 돌로 단단히 쌓았다. 작은 산에 상대적으로 큰 개울을 만들었으니 조금은 흉물스럽다. 그래도 재해를 대비해 눈에 거슬리더..
집들이 친구는 해군 대령 예편하고, 그의 아내는 선생님 정년 마치고 부부가 알콩달콩 계룡시 외곽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산자락에 위치한 전원주택은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향기 솔솔 나는 집을 지었다. 부지 마련하고, 설계하고, 민원 해결하고, 집 짓는 일이 그리 쉽기야 하겠냐만은 친구는 나름 자신들만의 개성을 마음껏 연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친구들을 초청했다. 솔직히 친구를 만나는 일도 즐거운 일이지만, 친구가 고민하고 부지런히 지은 집을 보고 싶은 마음은 설렘이다. 친구들을 초청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을 친구는, 쇠죽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털털함으로 기분 좋게 맞는다. 미처 안부를 여쭐 겨를도 없이 손을 덥석 잡고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푼다. 집 소개도 없이 막걸리부터 내놓는다. 묵직하게 한 잔 쭈욱 ..
국립 대전현충원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여 영원히 살고자 하나, 영원히 살 수 없다는 명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저마다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선택의 영역일 수도 있지만, 그 선택 역시 소꿉놀이 하듯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죽음이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 있는 순국선열들의 영령이 잠들어 있는 대전 현충원. 당초 수통골 트레킹에 나섰다가, 많은 비 때문에 입산 통제로 현충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복장이 가벼워 좀 송구스럽긴 하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경내를 둘러본다. 태어난다는 것은 이미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진리의 길 위에 서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삶과 죽음은 같은 말이다. 그런데 범인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삶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100년의 시간은 그..
등산화에 왁스를 입히며 등산을 하기로 마음 정하고 등산화 끈을 조여맨 지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등산화가 여러 켤레지만, 고치를 뚫고 나온 나비의 기억처럼 상처로 남아 가슴에 옹이가 된 등산화가 있다. 2014년 일본 북알프스 산행을 가기 위해 준비했던 '캠프라인' 등산화다. 등산 시작한 지 10여 년 동안 대충 손에 잡히는 등산화를 신다가, 거친 북알프스 산행에 대비해서 릿찌 기능을 겸할 수 있는 등산화를 장만한 것이다. 덕분에 장거리 북알프스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듬해에는 중국 황산에도 함께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등산에 완전 물 올랐을 때였다. 등산 전문가 말에 의하면 등산화를 서너 켤레 준비해서 바꿔 가면서 신어야 된다는 조언을 듣기는 했지만, 곰살맞은 성격이 아니어서 주야장천 하나의 등산..
沒雲臺몰운대 구름 잠기는 전설을 따라 해당화 울컥울컥 목이 메던 곳.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졸다가 때를 놓쳐버린 까마귀구름 저무는 날에이미 생명은 잉태되고 있었다빨간 해가 돋을 때까지 헛기침하지 말자구름 걷힐 때까지 두 손을 모은다구름이 들면 구름이해가지면 해가 풍경이 되는갈매기 울음을 쫓아 웅장한 가슴을 열고아름다운 별 하나 오롯이 품는다[일 시] 2025년 6월 15일[장 소] 부산 다대포항
[독후감] 세계 종교 둘러보기 [머리에] 본 독후감은 독후감이라기 보다는 '요약'이다. 원본에 충실하여 요약하다보니 장문의 글이 되었다.첫 장 부터 모조리 읽기 보다는, 관심 있는 종교편 부터 먼저 골라서 읽고, 유사 종교와 비교하면서 읽으면 덜 지루할 것이므로 추천한다. 세계종교 둘러보기 지은이 : 오강남(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졸업, 캐나다 자이나 대학교 비교종교학 명예교수) 저서 : [종교, 심층을 보다] [예수는 없다] [ 종교란 무엇인가] 외 다수발행일 : 2003. 06. 20(초판), 2013. 08. 26(개정판) [지구촌 사람들은 무엇을 믿고 있는가] 바쁜 세상에 남의 종교는 알아서 뭐 하자는 것인가? 내 종교도 다 알지 못하는 형편에 남의 종교까지 알 필요가 뭔가? 작가는 이 궁극의 질문에 답을 내놓고자 한다. 종교학..
설악산 공룡 능선 내일의 빛을 품고 키우는 시간인 설악의 밤을 깨워 곤한 새벽을 연다. 며칠 전 마라톤 연습을 한 탓일까 발걸음이 무겁다. 산에 오를 때마다 버려야만 채울 수 있다는 진리를 곱씹으며, 험한 산 길을 통해서 내 삶의 방향성을 찾는다. 깜깜한 밤길을 따라 발자국마다 땀으로 채워도 길은 끝나지 않겠지만, 그 길의 발자국에 옹졸하고 못난 내 마음자리 하나 내려놓는다. 대청봉을 만나기 전에 여명이 열린다. 구름이 많아 일출을 만날 수 없지만, 태양이 오르는 방향을 향해 무사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대청봉에 오르니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세다. 힘센 바람을 견뎌내며 털진달래 군락지의 진분홍 꽃잎들이 떨어지지 않으려 옹골지게 붙어 있다. 그들은 왜 이렇게 험한 조건을 피하지 않고 맞서려 했을까. ..
천천히 달릴 수 없으면 빨리 달릴 수도 없다 "천천히 달릴 수 없으면, 빨리 달릴 수도 없다"라는 말은 '엘리우드 킵초게'가 한 말이다. 그는 현재도 마라톤을 하고 있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19년 Ineos 챌린지에서 1시간 59분 40초로 풀코스를 완주했으나, 공인된 경기 조건이 아니어서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의 최고 기록은 2022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기록한 2시간 1분 9초다. 세계 육상인들은 과연 그가 마라톤 풀코스 기록 SUB-2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빨리 달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모든 마라토너들의 꿈이 빨리 달리는 것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대가의 말씀이니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그의 일주일 훈련 중 대부분은 빠른 훈련이 아니라, 느린 조깅이다. 그렇게..
양주 불곡산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양주역에 내리면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그동안 미답지로 남겨뒀다. 가까이 있어서 별 시답잖게 생각했던 산이었는데, 막상 샅바를 잡고 겨뤄보니 예사롭지 않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 이름값 하는 산들이 많지만, 불곡산 또한 그에 못지않다. 상봉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평범한 육산의 면모를 갖췄다. 상봉 정상에 올라서면 그리 높지 않은데도 바다 한가운데 섬에 올라선 듯 사방이 탁 트인다. 하늘 맑은 가을날에 올라서면 참 좋겠다. 상봉에서 임꺽정 봉우리 까지는 암릉 구간이 많지만,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산행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암릉 구간에는 기암들이 즐비해서 산행하는 맛이 짭짤하다. 동물농장을 연상케 하는 갖은 동물 형상을 한 바위..
格 돌이나 물에도 격이 있다.동물이나 식물에게도 격이 있다.우주에 지천으로 늘려있는 별에도 격이 있다. 이처럼세상 만물에는 자기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격이 있다.인간이 갖고 있는 격을 인격이라 한다.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격은 다른 격과 그 격이 다르다.인간의 격에는욕심이 있고 질투가 배어 있다.기쁨이 있고 슬픔이 묻어있다.높은 격을 가진 사람이 낮은 격을 가진 사람을 대할 때 잘난 척하기 쉽고낮은 격을 가진 사람이 높은 격을 가진 사람을 대할 때 무례를 범하기 쉽다. 자고로인간은 자신의 격을 잘 살펴야 한다. 자기보다 높은 격을 대할 때는상대방의 격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배려하여 무례가 따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자신의 격에 맞추려고 상대방의 격을 격하시켜서는 안 된다.그것은 친구나 배우자라 해서 예..
지리산 종주(19) 깜깜한 새벽, 비가 오락가락하는 갈등을 재우며 지리 능선에 오른다. 나의 지리산 종주 산행은 단순하게 산을 오르는 행위라기보다는 엄숙한 의식이다. 지리에 대한 경외심을 시험하려는 듯 비와 바람과 어둠이 길을 막는다. 행여 일출을 만날 수 있으려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침이 열리는 삼도봉에 다다랐다. 해는 구름뒤에 가려 있고 운해가 끝없이 펼쳐져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신 탄성만 질러댄다. 얼마만의 영광인가. 장쾌한 산맥을 따라 걷는 걸음이 가볍다. 숲길에는 새소리 바람소리가 장단을 맞히고, 그 소리들 틈에 들리는 나의 숨소리를 저미며 자아를 뒤적거려 본다. 매번 산에 오를 때마다 힘이 들지만, 햇볕과 구름, 새소리 바람소리가 반겨주니 토라질 이유가 없다. 운해는 종일 걷히지 않아 꼭 비행기를 타고 구..
[독후감]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지은이 ; 아널드 새뮤앨슨 [저서] 뜨내기를 위한 멕시코, 하나도 너무 많아..편 집 : 다이앤 다비옮긴이 : 백정국 [번역] 햄릿, 톨스토이가 싫어한 셰익스피어..발행일 : 2015년 6월 5일 [다이앤 다비의 서문] 1981년 아널드 새뮤앨슨이 사망하고 그의 딸 다이앤 다비가 유품을 정리하던 중 원고 뭉치가 담긴 박스를 발견했다. 박스에는 새뮤앨슨이 헤밍웨이에게 글쓰기에 대해 조언을 구하러 1934년 헤밍웨이를 만나보겠다는 일념으로 키웨스트에 내려갔다가, 1년 동안 그의 가족과 함께 키웨스트와 쿠바에 머물면서 헤밍웨이 조수 노릇을 하며 둘 사이에 오고 간 대화와 항해일지, 사진, 수시로 썼던 원고가 들어있었다. 새뮤앨슨은 헤밍웨이와 보낸 시간에 담긴 일화를 원고로 정리하여 출판할 계획이었으나 끝내 ..
구파발천의 봄 봄이 오니 봄이 간다꽃이 피니 꽃이 진다님이 오니 님이 간다네가 오니 내가 간다 [일 시] 2025년 5월 11일[장 소] 구파발천
대모산, 구룡산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린다.약속된 산행을 진행할까 말까 망설인다.일단은 산 밑에서 만나자며 문지방을 넘는다. 비가 많이 오면 막걸리나 마시자. 견딜 만큼 비가 내린다.산에는 산객이 많지 않다.정상에 오르니 보슬비가 오락가락한다.구름에 에워싸인 산은 시야가 막혔다. 비가 내려도 우리는 산에 오른다. 문지방만 넘으면 못 할 게 없다. [산행 일시] 2025년 5월 10일[산행 경로] 수서역 - 대모산 - 구룡산 - 달터공원(7.5km)[산행 시간] 3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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