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달릴 수 없으면 빨리 달릴 수도 없다

"천천히 달릴 수 없으면, 빨리 달릴 수도 없다"라는 말은  '엘리우드 킵초게'가 한 말이다. 그는 현재도 마라톤을 하고 있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19년 Ineos 챌린지에서 1시간 59분 40초로 풀코스를 완주했으나, 공인된 경기 조건이 아니어서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의 최고 기록은 2022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기록한 2시간 1분 9초다. 세계 육상인들은 과연 그가 마라톤 풀코스 기록 SUB-2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빨리 달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모든 마라토너들의 꿈이 빨리 달리는 것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대가의 말씀이니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그의 일주일 훈련 중 대부분은 빠른 훈련이 아니라, 느린 조깅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첫째,  계속 빨리만 달리면 몸이 망가진다고 경고한다. 둘째, "속도보다 지구력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마라톤은 결국 지속력과 에너지 효율의 싸움인데, 천천히 오래 달리는 훈련은 에어로빅 능력(지방을 에너지로 쓰는 능력)을 향상한다. 셋째, "마라톤은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달리는 경주"라는 주장이다. 천천히 달릴 때, 마음의 평온과 자기 성찰이 가능하다고 한다.
 
나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도 없는데, 그동안 무조건 빨리 달리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 보니 달리는 중에 힘이 들 때마다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라며 탄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빨리 달리려고 애를 써도 빨리 달리지 못했으니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이제 깨달았으니 천천히 달리자. "마라톤은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달리는 경주"라 했으니, 달리면서 사색하며 자기 성찰이 가능하도록 천천히 달리자. 오래도록 달릴 수 있도록 무조건 천천히 달리자. 철학이 있는 마라토너가 되자.
 
[일    시] 2025년 6월 1일
[장    소] 양재천, 한강 일원
[기    록] 2시간 12분(22.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