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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116

테스 형 아버지 기일을 맞아 산소에 들렀다가 각시붓꽃을 만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쁘게 마중 나와서 그저 고맙기만 하다. 아버지 산소에 들러서 이런저런 풀꽃들을 만나는 감회는 언제나 남다르다. 아버지를 만나고 하산하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젖는다.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는 것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도 알았지만, 봄꽃들의 메신저로 아버지와 만나는 이 시간에도 변함없는 진리다. 1 갑자를 채웠으니 세상 웬만큼 알 만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돌이켜보니 내 삶은 껍데기였다. 2 갑자를 시작해서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다.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렇지만 분간 없이 허둥댈 필요는 없다. 당장은 아장아장 걷기만 하면 된다. 서너 살 배기가 세상 살아갈 걱정을 하는 것도 난센스다. 지난.. 2024. 4. 19.
서오릉 時論 [누구를 위한 투표인가] 국회의원 투표를 마치고 서오릉 봄 길을 걷는다. 여기 잠들어 계시는 조선의 왕들은 오늘의 국회의원 투표를 어떤 침묵으로 받아들일까. 여당 야당의 정치 행태가 조선시대 당쟁을 꼭 닮았으니 별다른 첨언이 필요치 않으리라. 다른 게 있다면 조선시대 당쟁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면, 오늘날의 당쟁에는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다. 오직 자신들만의 권력과 삐뚤어진 자기 방어에 매몰되어 있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중 10%에 달하는 30여 명이 검찰에 의해 소환, 기소되거나,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완료되어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거기에 더해 선거 과정에서 선거법으로 고발된 의원이 다수 존재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투표를 왜 하나 싶다. 결론적으로 국민들은 .. 2024. 4. 12.
기회 큰 고기를 삼킬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 고기를 삼키려면 고기의 몸집보다 더 크게 입을 벌려야 한다. 노력과 준비 없이 큰 고기를 삼키려다 자칫 입이 찢어질 수도 있다. 아무리 고기가 많아도 그것을 삼킬 수 있는 큰 입이 없으면 그것은 먹이가 될 수 없다. 2024. 3. 14.
물에 대한 短想 지구를 포함한 대기권에서 물의 절대량이 변하지 않았는데, 세계 각국에서는 물이 부족하다고 야단이다. 물 좋고 산 좋다는 금수강산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물은 어디로 갔을까. 물은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물은 지구에 있으며, 일부는 대기권 안에서 구름으로 저장되어 있다. 그런데 물이 부족하다. 물이 부족하다 함은 물의 절대량이 줄었다는 게 아니라 물을 많이 썼다는 이야기다. 역사를 이어오면서 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1인당 물 소비량도 비교하지 못할 만큼 많이 늘어났다. 인간은 자연이 스스로 정화하고 교류하는 물의 흐름에 끼여 들어서 그 흐름을 교란하고 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역할을 자연이 맡고 있는데, 자연이 재.. 2024. 3. 8.
[ 時論]건국전쟁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80년이 다 되어가지만 우리나라 건국의 역사는 그 당위성이 부정되고 있다. 누구에 의해서, 누구를 위하여 역사는 부정되고 있는 것일까. 2024년 2월에 이승만 대통령의 왜곡된 업적을 바로 잡으려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되었다. 김덕영 감독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독립운동과 정부수립 과정, 정부수립 후 6.25 전쟁 수습과 자유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그의 여정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중고등학교 역사책에서 단편적으로 다뤘으나 우리는 건국의 역사를 심도 있게 알지 못한다. 물론, 이 영화의 내용을 진실이라고 규정짓기에는 아직 공부가 모자란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인식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의 역사가 부정적인 측면에서 인식되고 폄.. 2024. 2. 13.
쓰임과 용도 장인이 평생을 공들여 억센 수염도 단 번에 흔적 없이 자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잘 드는 면도칼을 만들었다. 어깨를 으쓱거리며 면도를 하다가 면도날을 세로로 그어보았다. 단 한 개의 수염도 잘리지 않는다. 평생 동안 들인 공이 말짱도루묵인가. 그렇지만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하찮은 미물도 그 쓰임이 있으며 쓰는 방법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질 뿐이다. 면도칼로 나무를 자르려 했다면 헛된 노력이 된다. 나무를 자를 때는 도끼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생 공을 들인 결과가 그 용도와 쓰임이 옳지 못하면 헛된 노력이 된다. 2024. 1. 24.
德덕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할 수 있는 수단이 '德'이라 했다. 德은 인간 세상에 순하게 적응할 수 있는 기초적인 에너지이며,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리더십의 근본이다. 세상 살아보니 쉽지 않다. 중생 제도는 고사하고 세상에 적응하기도 만만치 않다. 修身齊家수신제가라 했거늘 부침이 많다.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가정을 가지런히 관리하여 울퉁불퉁함이 없게 해야 하거늘 모자람이 많다. 德이 부족한 탓이다. 2024. 1. 20.
諸行無常 제행무상 [J에게] 친구! 당신 마음속에 울고 있는 자신을 본 적이 있는가. 자네는 그런 적이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정한다. 거울 속에서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전부라 생각하고, 자신에 대한 가치를 업신여겼다고 가정한다. 진정한 당신의 가치는 당신 내면에 잠재된 에너지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평정심을 가지고 잘 지내는지,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를 살필 줄 알아야 진솔한 자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자네는 심한 우울감에 행복의 매듭도 슬픔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결국, 삶은 우울한 것이어서 태우면 재만 남는다고 생각한다. 삶을 영위해야 할 가치를 폄훼하고 집착할 이유를 찾지 못할뿐더러 구차하게 찾을 생각도 않는다. 우울감이라는 게 일부러 만든 것은 아니지만, 자네에게 찾아온 손님인 것은 분명하다. 손님 .. 2024. 1. 10.
무명 용사의 봄 가끔은 쫓기듯이 살아가는 하루가 내게 주는 의미를 새겨본다. 주어진 삶을 되새김질하면서 향기를 찾기도 한다. 거친 삶 속에서도 행복은 있다. 무명용사 그들은 쫓기듯이 살아가는 하루가 힘들고 귀찮아서 꿈을 접어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꿈이 어떤 색깔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꿈은 국립현충원에 말없이 서 있는 대리석 묘비였다. 왜 사라졌는지도 모른 체 봄을 기다린다. 그들을 일러 무명용사라 한다. [일 시] 2008년 4월 9일 [장 소] 국립 서울 현충원(서울시 동작구 동작동) 2023. 12. 15.
최선과 예술 최선은 예술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선이라는 기준을 설정하지 못한 채 적당하게 타협하고 자신을 위로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최선을 다 한다면 두려울 게 없다. 어떤 때에는 최선을 다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적당하게 하고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최면을 걸고 위로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최선을 다하는 걸까. 궁극적으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않고는 우리는 영원히 최선을 다할 수가 없을뿐더러 최선을 다하기도 어렵다. 최선을 다한다는 명제는 개인차가 너무 많으므로 삶의 전부를 두고 분석하기에는 시간적 .. 2023. 11. 28.
[時論] 암컷들의 거취 최근 한 수컷 정치인이 대통령 부인을 빗대어 암컷이 설친다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발설하여 논쟁거리가 되었다. 그에게 암컷은 무슨 의미일까. 자신의 배우자 또는 딸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는 의미일까. 이 정도 되면 그에게 수컷이니 암컷이니 이런 말로 되갚아 주는 것은 창피할 정도다.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 정치인의 사고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한심할 따름이다. 그와 정치적인 궤를 같이 하는 송ㅇㅇ은 오십 넘은 각료에게 어린놈이라고 일갈하며 조롱하고 있다. 예전에 유ㅇㅇ은 인간이 육십이 넘으면 뇌가 썩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므로 정치에 관심을 멀리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사회적인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에게 정치와 경제에 관심 없이 자신들 배만 불리면 된다는 플래카드를 내 걸어 소.. 2023. 11. 23.
친구 친구 간에 삼가야 할 몇 가지는 자식 자랑, 배우자 자랑, 돈 자랑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여성 친구들 간에 자식 자랑은 절대 금기 사항이다. 모성에 있어서 자식은 영혼의 탯줄이 이어져 있는 관계여서 더욱 각별하다. 영혼을 나눈 자식이 다른 자식과 비교되어 열등함을 인정해야 된다면 폐부 깊숙이 재워 둔 아픔을 꺼집어내는 것과 같다. 진짜 친한 친구는 결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친구다. 자식 자랑을 늘어놓아도, 배우자 자랑을 늘어놓아도, 돈 자랑을 늘어놓아도 거리낌 없는 관계다. 드러내지 않고 숨겨진 아픔을 위로받을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2023.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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