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116

잃음과 얻음 잃음과 얻음 인간은 누구나 잃을 때는 조금 잃고 얻을 때는 많이 얻고 싶은 욕망이 있다. 잃음과 얻음 조금과 많음의 기준은 무엇인가. 거울을 거꾸로 들어도 얼굴은 똑바로 보이듯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잃음과 얻음의 근본적인 경계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잃어도 잃는 게 아니며 얻어도 얻는 게 아닐 것이다. 2023. 11. 1.
사랑의 미투리 인터넷에서 원이 엄마의 사연을 접했다. 부부간의 인연이 모질었을까.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저토록 절절하게 영혼을 울리는 사연을 남겼을까. 원이 엄마가 남편 병환의 쾌유를 빌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삼과 함께 미투리를 만들었는데, 정작 남편은 신어보지도 못하고 죽자, 아내는 미투리와 편지를 관 속에 넣으면서 절절한 기도를 했다. 미투리를 신고 꿈속에서라도 몰래 와서 보여 달라고 애원한다. 누가 한 여인의 소박한 사랑을 탐내었을까. 그들의 사랑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애틋한 향기를 낸다. 편지를 읽으면서 몇 번이고 되짚어 봤다. 어디 하나 허튼 곳이 없다. 진실되고 반듯한 사랑으로만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 검소한 애정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도 색깔을 바뀌어버린 탓일까. 요즘엔 저렇게 지고한 사랑을.. 2023. 10. 20.
고향소경故鄕小景 명절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고향에 노모가 계시니까 좌고우면 하지 않고 명절이면 고향으로 내려간다. 어머님께서 제사 준비 하는 일이 힘에 부치셔서 맏아들인 제게 제사를 모셔가라고 의견을 냈었는데, 동생들과 삼촌께서 고향 가까이 기거하고 있어서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궁리 끝에 손 많이 가는 일들은 제가 서울에서 준비하고, 시골에서 준비할 수 있는 일들은 어머님께서 맡아서 준비하기로 분담했다. 주변에 제사를 본인이 모시기로 결정하고 고향을 내려가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명절에 차가 막히는 고생길을 피할 수 있으니 편해서 좋기는 하겠지만, 그들에게서 고향은 차츰 잊혀가는 기억이 되었다. 삼십 년이 훌쩍 지난 시절, 승용차가 없던 때에 기차표를 예매해서 아이들 데리고 고향을 드나들던 기억을.. 2023. 9. 29.
벌초 단상[伐草短想] 급속한 사회 변화에 따라 장례문화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불과 삼십 년 전만 해도 매장 문화가 주축을 이루었다. 그에 따라 산소를 멋지게 꾸미고 가꾸는 것이 통례였다. 그 후로 화장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납골당이 대세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수목장, 잔디장 등으로 진화하여 종국에는 납골당도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지만 조상 대대로 산소를 관리하고 모셔 온 중 장년 층 세대들은 고민이 깊어진다. 벌초 때가 되면 산소를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 일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어쩌면 벌초라는 문화도 우리 세대에서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각 문중마다 벌초하는 문제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벌초하러 산에 올라가다 보면 벌초를.. 2023. 9. 18.
개꿈 편도 100km 이상의 장거리 출퇴근 거리가 부담스럽다. 거기에 더해 아침 출근 시간에는 교통이 혼잡하므로 도로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려고 새벽에 출발한다. 조금은 번거롭고 괴로운 일이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어 견딜만하다. 출근하면서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만나고,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만나는 일은 남들이 쉬 경험하지 못하는 행운이다. 다만, 전날 술을 마셨거나, 잠을 설쳐 늦게 잠자리에 들었을 때는 졸려서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일이라 조심스럽다. 중부고속도로 마장휴게소에 들러서 15분 정도 눈을 붙이고 쉬어간다. 그렇게 습관이 되다 보니 졸리지 않은 날에도 휴게소에 들러서 눈을 붙이면 잠깐의 시간에 깊은 잠에 든다. 그럴 때마다 꿈을 꾼다. 평소에는 꿈을 꾸고 .. 2023. 8. 18.
서울대공원 둘레길 [정년퇴직을 앞둔 친구에게] 누구나 한 번 쯤 들어가고 싶어하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면서도 권태롭고 짜증 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당장 때려치우겠다며 다짐을 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때때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발목이 잡히곤 했다. 어쩌면 용기가 부족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할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그때 회사를 그만뒀더라면 이유도 모를 행복감에 잠시 젖었을 수는 있었겠지만, 이내 불안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약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의 권태로움을 벗어나는 일은 궁극의 행복을 찾는 일이 아니라 현실 도피의 또 다른 방편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결국 권태를 벗어나려면 그 이면에 붙어 있는 불안을 떼어내야 하는데, 선택의 기로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 2023. 4. 3.
[時論] 희생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주변 인물들이 입을 닫고 사라지고 있다. 16개월 동안 5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어쩌다 이런 불행한 일들이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채로 연이어 일어나는지 종 잡을 수가 없다. 이재명 측에서는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검찰 측에 책임을 전가한다. 과연 그럴까. 검찰은 왜 이재명 주변 인물들에게 강도 높은 수사를 했다는 말인가. 이재명의 말대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하여 권력을 남용한 것일까. 윤석렬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므로 정적이 존재할리가 없다. 이재명이 거품을 물고 검찰을 향해 악다구니를 쓰는 것은 자신의 입장에서 강력한 정적이 되고 싶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 현재까지 희생된 5명 중 4명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검찰에서 조.. 2023. 3. 16.
[時論] 아프다 대한민국 대장동 게이트라는 괴물이 탄생해서 대한민국 머리채를 휘어잡고 분탕질을 해대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공사 인허가권자인 성남시와 민간이 작당을 하여 벌인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 중 하나라는 것이다. 아직 조사 중이니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관련된 사람들이 일부 재판을 받고 구속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니 사기 사건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수천억 원 갈취한 사기 사건도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이 사건을 벌이는 과정에서 탈 국가적, 탈 헌법적 악행들을 자행했으니 이는 국기문란이며 대한민국 미래의 초석을 파탄시키는 사건이다. 거짓과 위선으로 온갖 범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고개를 쳐들고 뱀 같은 혀를 날름거리며 국민들을 우롱하고 선동하고 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법조 기자라는 신분을 가진 김만배가 있다.. 2023. 1. 19.
개똥 해가 뜨기도 전에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깨웠다. 추운 겨울 새벽에 털 실로 짠 장갑을 끼고 냉기를 감추려 손을 호호 불던 날. 털실로 짠 두꺼운 양말에 터질듯한 검정 고무신 껴 신고 눈곱이 붙은 눈을 비비며 아침을 맞으러 마실 나들이 하던 날. 짚소쿠리와 삽을 들고 동네 어귀나 마을 뒷골목을 샅샅이 뒤져 개똥을 줍는다. 다른 아이들이 주워가기 전에 서둘러야 몇 덩이라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한 잠에 입을 쑥 내밀어도 동정을 받을 길이 없다. 그나마 겨울에는 춥기는 해도 얼어 있으니까 냄새도 나지 않고 줍기도 편하다. 인분도 모자라 개똥까지 주워서 거름을 만들던 시절. 족히 오십 년은 넘은 세월이다. 반세기 만에 개똥은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도심지에서는 비닐봉지를 준비해서 견주가 직접 뒷마무리를 해야.. 2023. 1. 16.
[時論]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를 누가 원하는가 이태원 참사로 인해 생을 마감한 젊은 청춘들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에 의한 후유증으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이랜드 화재, 세월호 전복 사건 등 부실 공사나 안전 불감증에 의한 대형 참사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사고는 그간에 발생했던 사고와는 성격을 조금 달리한다. 급격한 산업화에 의한 부실 공사 형태의 참사가 아니라 무분별하게 흡수한 외국문화가 변이 되어 잘못 착상된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참모습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명명백백하게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 질 사람이나 조직은 무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강구하여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매번 대형 참사 앞에서 우리는 반복되지 않기를 다짐했지만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인간 능력의 한계인가.. 2022. 11. 15.
[時論]처음처럼 술을 잘 마시지 못했는데 근자에 와서 즐겨 마시는 편이다. 산에 다닐 때는 막걸리를 주로 마시는 편이지만 삼겹살이나 회 안주와 마실 때에는 소주를 선호한다. 하지만 나는 막걸리 술맛은 대체로 잘 구별해 내지만 소주나 맥주는 술맛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방에 가면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소주를 주로 마시는 편이다. 딱 한 가지 절대적인 원칙을 정하고 있는 게 있다면 '처음처럼' 브랜드는 절대로 마시지 않는다. 최근 김문수 경제 사회 노동위원장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일성 주의자'라는 신념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리셉션 장에서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을 초청한 가운데 뼛속까지 김일성 주의자인 신영복을 사상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2022. 10. 22.
금곡댁 잔치를 하거나 상을 당하면 종종 모이기는 하지만 여행을 목적으로 모두 모인 일은 기억에 없다. 그동안 자매들이 모여서 여행을 가기는 했어도 어느 날에는 다섯째가 빠지고, 또 어떤 날에는 여섯째가 빠져서 여섯 자매 모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맏이가 아랫동네 돌찌로 시집을 들 때 19살이었으며, 그의 신랑은 한 살 연하인 18살이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급하게 여자 손이 모자라 아들을 볼모로 며느리를 본 셈이다. 시집가자마자 홀 시아버지 모시고 시집살이를 하는데 철없는 신랑은 건듯하면 외박하고 동네 다른 처녀들과 어울려 극장 구경이나 시장을 다니며 술판이나 놀음판에 기웃거렸다. 올해 75 살인 금곡댁이 시집 살며 고생한 일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밉다 밉다 하면 미운 짓만 골라한다더니 .. 2022. 10. 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