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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개꿈

by 桃溪도계 2023.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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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100km 이상의 장거리 출퇴근 거리가 부담스럽다. 거기에 더해 아침 출근 시간에는 교통이 혼잡하므로 도로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려고 새벽에 출발한다. 조금은 번거롭고 괴로운 일이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어 견딜만하다. 

 

출근하면서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만나고,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만나는 일은 남들이 쉬 경험하지 못하는 행운이다. 다만,  전날 술을 마셨거나, 잠을 설쳐 늦게 잠자리에 들었을 때는 졸려서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일이라 조심스럽다. 

 

중부고속도로 마장휴게소에 들러서 15분 정도 눈을 붙이고 쉬어간다. 그렇게 습관이 되다 보니 졸리지 않은 날에도 휴게소에 들러서 눈을 붙이면 잠깐의 시간에 깊은 잠에 든다. 그럴 때마다 꿈을 꾼다. 평소에는 꿈을 꾸고 싶어도 꾸어지지 않는데

그 짧은 시간에 요란하고 다이내믹한 꿈을 꾼다. 어떨 때는 가위눌리기도 하고 쫓기기도 한다. 결국 꿈이 단잠을 깨운다. 꿈의 상영 시간이 얼마나 정확한지 한 번도 깰 시간을 놓친 적은 없다. 

 

꿈을 꾸고 있는 시간은 잠에 푹 취해 있지만 무의식의 시간은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꿈을 딱 깨는 순간 꿈의 상영 내용이 신기루 같이 사라져 버린다. 분명히 꿈속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쫓기다가 깼는데, 하얗게 지워져 버리고 몸은 개운해진다. 꿈의 내용을 굳이 알아낼 이유도 없고, 알아내도 의미가 없는 개꿈이다.

 

남쪽으로 뻗은 느티나무 가지 아래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20년 동안 부귀영화를 누리는 꿈을 꾸었는데, 한 순간 깨어나니 꿈이었다는 남가지몽의  가르침에도 꿈은 그냥 꿈일 뿐이다. 그러고 보면 꿈은 큰 의미 없는 생리 작용인 것이다. 즉, 좋은 꿈도 없고 나쁜 꿈도 없다. 굳이 꿈을 들춰내어 해석을 하고 의미를 부여할 이유도 없다. 모든 꿈은 개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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