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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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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고구려 마라톤(Full-46) 최근 들어 마라톤 풀코스 달릴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메이저 대회는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아이돌 공연 티켓 예매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컴퓨터 앞에서 어리바리하다가는 마감되어서 기회를 상실한다. 작년부터 메이저 대회 참여를 못했을 뿐 아니라 올해 개최되는 대회에도 모두 탈락했다. 그래서 소규모 대회나 지방대회를 찾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이쯤에서 마라톤 대회 참여에 대한 방향 설정을 고민한다. 풀코스 달릴 기회가 적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가끔 참여하는 대회가 낯설고 겁이 난다. 일 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에 참여한다.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적잖은 설렘도 있다. 문제는 올 겨울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려 연습을 게을리했다. 마라톤의 기록은 연습량에 비례하고 고통은 연..
선과 악 삶에서 내가 지은 선과 악은 어느 한순간 사라지거나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동행하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을 조용히 되짚어 본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까. 삶의 궁극은 버리거나 취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겸손하게 받아 들고 성찰하는 일이다. 한 여름 불볕더위에도 멈추지 않았다. 손 발이 꽁꽁 어는 겨울에도 우리는 달렸다. 뿌듯한 가슴을 채우는 웃음도 있었지만, 가끔은 넘어지는 아픔도 있었다. 마음껏 웃을 수 있어도 자만하지 않았고, 넘어져 고꾸라질 때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달렸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달 빛 저무는 새벽녘에도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내 삶의 행운이었다.  함께 달렸던 러너가 마라톤 풀코스..
마라톤 조타 아쉬운 게 있다.다름이 아니라 웃는 얼굴을 갖고 싶다.그런데 쉽지 않다. 거울을 보며 웃음을 지어봐도 어색하기만 하다.멍하니 있을 때 나의 모습은 화난 얼굴 같아서 늘 불만이다. 비록 못생긴 얼굴이지만 웃음을 머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며칠 전 막내아들이 술에 살짝 취해서 '조타'라고 말한다.'뭐가 그리 좋으냐' 물으니'세상 모든 게 다 좋습니다'라고 답한다.그리고는 또 '조타'라고 외치며 자러 들어간다. 무릎을 탁 쳤다.어차피 굳어 버린 얼굴 근육을 살려 웃는 모습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나의 에너지를 긍정으로 바꾸면 얼굴에도 웃음이 살아날 수도 있겠다.그래서 나의 행동과 나의 생각에 '조타'라는 수식어를 붙여야겠다. 마라톤을 하면서 얼굴이 일그러지는 고통이 올 때도 '조타'라고 되뇐다.힘든 ..
2024 국제평화마라톤(Half-39) 마라톤을 시작한 지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얼떨결에 입문했던지라 객기에 몇 번 참가하고 말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느덧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쇨 때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매번 달릴 때마다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반문하지만, 그때마다 명확한 답변이 있다. 길에서 쓰러질 때까지 나는 달린다. 국제평화마라톤은 강남구와 미 8군이 협력해서 주관하는 대회다. 무엇보다 대회의 취지가 참 멋지다. 대회 참가비 전액을 불우이웃 및 자선단체에 기부를 한다. 올해는 8,500명이 넘는 마라토너가 참가했으니 기부금도 두둑해져서 달리는 사람으로서 간접 기부한 느낌이 들어 괜스레 기분이 으슥해진다.  가을빛이 따사로운 양재천을 달리는 걸음이 가볍다. 수없이 연습하고 달렸던 길이라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 심리를 편안하..
2024 동대문 마라톤(Half-38) 올 기미가 보이지  않던 가을이 태풍의 힘을 빌어 기운을 냈다.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물러갈 기세가 없어서 은근 걱정했었다.  며칠 전에는 미사리에서 마라톤 대회를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해서 대회 도중에 중단했던 일도 있었다. 9월의 기온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더위였다.  대회 하루를 앞두고 태풍이 불어 더위를 밀어냈다. 하루아침에 기온이 섭씨 10도 떨어졌다. 가을이 뜸도 들이지 않고 냉큼 다가서는 걸 보니 급하긴 급했나 보다.  설익은 밥처럼 또다시 더위와 실랑이를 벌일지는 몰라도, 대회 당일 마라토너에게는 이만한 행운이 없다. 하늘은 높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니 드디어 마라토너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대회 진행이 어수선해 출발이 엉망이 되었다. 마..
마라톤 500회 완주를 기념하며 길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지 16년이 되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앞만 보고 달리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행복한 마라토너 김기옥 님은 풀코스 500회를 완주하셨으니 지구 반 바퀴를 달렸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저는 아직 50회를 채우지도 못한 채 헉헉 대고 있는데, 500회라니 상상할 수도 없는 대기록입니다.  50대 초반에 마라톤을 시작하여 칠순에 入神의 경지에 도달하셨습니다. 아직 달리기를 멈출 기색이 없으시니 지구 한 바퀴를 다 채워야 직성이 풀리시려나 부럽기도 하지만 은근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 수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수십 개의 발톱에 실어 보낸 번민을 되내어 봅니다. 백두산 천지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땀과 하늘에 닿아도 여..
과천마라톤(Half-37) [마라톤은 배려다]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이다. 마라톤을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날씨였다.섭씨 28도를 상회하는 뜨거운 태양을 호흡하며 달린다는 것은 무리다. 결승점 2km 전방쯤에서 앞서 달리던 아가씨가 울부짖다시피 악을 쓴다. 짧은 욕설을 내뱉으며 금방 쓰러질 것 같은데도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 어떻게 좀 도와주고 싶은데 특별히 도와줄 방법이 없다. 1km 정도 그의 리듬에 맞춰 함께 달렸다. 거친 호흡을 내쉬며 곧장 잘 따라와 주니 내심 대견스럽고 고마웠다. 나 자신이 힘들어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해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마라톤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함께 동행하기 위한 상생의 수단이다. 극한의 고통에서는 경쟁에 의한 승부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함께 달리고, 서로 격려..
마라톤은 달린다는 의미다 바보야!마라톤은 기록 게임이 아니라그냥 달리는 것이여. 기록이 늦어진다고 좌절하거나 갈등하지 마라그것은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욕심이 많은 것이다.설령 끝까지 달리지 못할 때에도 투정 부리지 마라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부족함이다. 마라톤을 한다는 것은달릴 수 있을 만큼만 달리면 된다는 의미다.달리면서 불만이나 시비가 생기거든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 [일    시] 2024년 4월 21일[기    록] 2시간 21분(2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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