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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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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달릴 수 없으면 빨리 달릴 수도 없다 "천천히 달릴 수 없으면, 빨리 달릴 수도 없다"라는 말은 '엘리우드 킵초게'가 한 말이다. 그는 현재도 마라톤을 하고 있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19년 Ineos 챌린지에서 1시간 59분 40초로 풀코스를 완주했으나, 공인된 경기 조건이 아니어서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의 최고 기록은 2022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기록한 2시간 1분 9초다. 세계 육상인들은 과연 그가 마라톤 풀코스 기록 SUB-2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빨리 달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모든 마라토너들의 꿈이 빨리 달리는 것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대가의 말씀이니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그의 일주일 훈련 중 대부분은 빠른 훈련이 아니라, 느린 조깅이다. 그렇게..
2025년 서울 시민 마라톤대회(Half-40) [뻐꾸기 마라톤] 마라톤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현장 접수도 가능했는데, 요즘에는 젊은 친구들이 대거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까딱 놓치면 마감되어 버린다. 서울 시민 마라톤의 부제는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이다. 참가비 전액을 소아암 환우들에게 기부한다는 아름다운 명분을 갖고 있다. 이 대회에 몇 번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깜빡 잊고 놓쳤다. 푸른 오월에 한강을 누비며 함께 뛰고는 싶은데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마라톤을 함께하던 지인이 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하는 수없이 함께 하자며 의견을 모으고 그분의 참가 배번을 복사해서 함께 뛰기로 했다. 일명 뻐꾸기 마라톤이다. 솔직히 창피해서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연습한다는 개념으로 편법을 감행한 것이다..
마라톤은 꾸준함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마라톤 역시 하면 할수록 힘들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 입문해서 열정적으로 연습할 때는 달릴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기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그 시기에 기록에 대한 과한 욕심이 있었던 사람은 부상으로 마라톤을 빨리 그만두는 경향이 많다. 나의 경우, 마라톤 하면서 발톱이 빠지는 자잘한 부상은 상시적으로 경험했지만, 큰 부상을 입은 적은 없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하게 타협하면서 달릴 수밖에 없었던 게, 이십 년 가까이 달릴 수 있는 동인이 되었다. 남들보다 잘 달리지 못함을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라며 변명 아닌..
2025년 고구려 마라톤(Full-46) 최근 들어 마라톤 풀코스 달릴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메이저 대회는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아이돌 공연 티켓 예매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컴퓨터 앞에서 어리바리하다가는 마감되어서 기회를 상실한다. 작년부터 메이저 대회 참여를 못했을 뿐 아니라 올해 개최되는 대회에도 모두 탈락했다. 그래서 소규모 대회나 지방대회를 찾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이쯤에서 마라톤 대회 참여에 대한 방향 설정을 고민한다. 풀코스 달릴 기회가 적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가끔 참여하는 대회가 낯설고 겁이 난다. 일 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에 참여한다.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적잖은 설렘도 있다. 문제는 올 겨울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려 연습을 게을리했다. 마라톤의 기록은 연습량에 비례하고 고통은 연..
선과 악 삶에서 내가 지은 선과 악은 어느 한순간 사라지거나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동행하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을 조용히 되짚어 본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까. 삶의 궁극은 버리거나 취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겸손하게 받아 들고 성찰하는 일이다. 한 여름 불볕더위에도 멈추지 않았다. 손 발이 꽁꽁 어는 겨울에도 우리는 달렸다. 뿌듯한 가슴을 채우는 웃음도 있었지만, 가끔은 넘어지는 아픔도 있었다. 마음껏 웃을 수 있어도 자만하지 않았고, 넘어져 고꾸라질 때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달렸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달 빛 저무는 새벽녘에도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내 삶의 행운이었다.  함께 달렸던 러너가 마라톤 풀코스..
마라톤 조타 아쉬운 게 있다.다름이 아니라 웃는 얼굴을 갖고 싶다.그런데 쉽지 않다. 거울을 보며 웃음을 지어봐도 어색하기만 하다.멍하니 있을 때 나의 모습은 화난 얼굴 같아서 늘 불만이다. 비록 못생긴 얼굴이지만 웃음을 머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며칠 전 막내아들이 술에 살짝 취해서 '조타'라고 말한다.'뭐가 그리 좋으냐' 물으니'세상 모든 게 다 좋습니다'라고 답한다.그리고는 또 '조타'라고 외치며 자러 들어간다. 무릎을 탁 쳤다.어차피 굳어 버린 얼굴 근육을 살려 웃는 모습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나의 에너지를 긍정으로 바꾸면 얼굴에도 웃음이 살아날 수도 있겠다.그래서 나의 행동과 나의 생각에 '조타'라는 수식어를 붙여야겠다. 마라톤을 하면서 얼굴이 일그러지는 고통이 올 때도 '조타'라고 되뇐다.힘든 ..
2024 국제평화마라톤(Half-39) 마라톤을 시작한 지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얼떨결에 입문했던지라 객기에 몇 번 참가하고 말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느덧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쇨 때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매번 달릴 때마다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반문하지만, 그때마다 명확한 답변이 있다. 길에서 쓰러질 때까지 나는 달린다. 국제평화마라톤은 강남구와 미 8군이 협력해서 주관하는 대회다. 무엇보다 대회의 취지가 참 멋지다. 대회 참가비 전액을 불우이웃 및 자선단체에 기부를 한다. 올해는 8,500명이 넘는 마라토너가 참가했으니 기부금도 두둑해져서 달리는 사람으로서 간접 기부한 느낌이 들어 괜스레 기분이 으슥해진다.  가을빛이 따사로운 양재천을 달리는 걸음이 가볍다. 수없이 연습하고 달렸던 길이라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 심리를 편안하..
2024 동대문 마라톤(Half-38) 올 기미가 보이지  않던 가을이 태풍의 힘을 빌어 기운을 냈다.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물러갈 기세가 없어서 은근 걱정했었다.  며칠 전에는 미사리에서 마라톤 대회를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해서 대회 도중에 중단했던 일도 있었다. 9월의 기온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더위였다.  대회 하루를 앞두고 태풍이 불어 더위를 밀어냈다. 하루아침에 기온이 섭씨 10도 떨어졌다. 가을이 뜸도 들이지 않고 냉큼 다가서는 걸 보니 급하긴 급했나 보다.  설익은 밥처럼 또다시 더위와 실랑이를 벌일지는 몰라도, 대회 당일 마라토너에게는 이만한 행운이 없다. 하늘은 높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니 드디어 마라토너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대회 진행이 어수선해 출발이 엉망이 되었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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