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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마 라 톤108

마라톤은 빗장의 열쇠다. 빗장은 잠그기 위한 도구지만 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라톤은 고집스럽게 잠겨있던 마음의 빗장을 여는 열쇠다. 마음의 빗장을 열기 위해서는 마음보다 먼저 몸을 일으켜야 한다. 오늘 하루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마음 만으로 애쓰기보다는 앞뒤 재지 말고 먼저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 나는 빗장을 열기 위하여 일단 달리고 본다. [일 시] 2023년 2월 5일 [장소, 거리] 양재천 한강, 일원( 22.1km) [시 간] 2시간 11분 2023. 2. 6.
2022 전마협 송년마라톤(Half 32 ) 2022년 나의 마라톤도 이제 막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시국이라 무탈하게 한 해를 넘겨야겠다는 소소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빗장을 잠궈려니 아쉬움이 많다. 그러함에도 수확이 있었다면 4년간 재워 두었던 마라톤을 다시 꺼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년 초에는 계획에도 없었는데 코로나 방역 기준이 차츰 완화되면서 기회가 생겼다. 사실 두려움이 더 많았는데 마음을 다잡고 한 발 한 발 달릴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인간 능력의 한계치는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때는 1km 도 제대로 달릴 수 없었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어느새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풀코스를 달릴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즐거운 마음.. 2022. 12. 13.
2022년 Jtbc서울마라톤(Full 42) [마라톤은 뺄셈이다] 아름다운 가을날에 두발로 달려서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쾌감을 느끼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이다. 여차저차 4년 만에 풀코스 도전이어서 내심 긴장을 많이 했다.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염려를 안고 이른 새벽부터 딸과 사위의 응원을 받으며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출발선에 섰다. 이번 대회를 맞이하여 새롭게 마련한 코스여서 기대감도 많았다. 긴장감과 호기심을 가득 안고 운집한 수많은 마라토너들의 출발선에 함성이 터졌다. 이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잠실운동장 스타디움에서 나를 찾자. 껍데기는 모두 버리고 영혼과 교감할 수 있는 온전한 나만 남기자. 주변에서 마라톤을 그만하라고 충고를 한다. 온몸의 에너지를 몽땅 쏟아버리고 정신마저 너덜너덜해지는 마라톤은 무모한 도전이니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는.. 2022. 11. 8.
2022 선사마라톤(Half 31) [마라톤은 친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져왔다. 마라톤 대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꾹 참아왔는데, 이제 빼죽이 문을 살금살금 열어본다. 오프라인 대회에 참가한 지 삼 년 만이어서 기대가 되고 설렌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십오 년은 족히 되었으니 마라톤은 나의 소중한 친구다. 그런데 시절이 수상하여 생이별을 했다가 다시 재회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하지만 긴 시간 마라톤과의 간극이 존재했기에 은근히 두렵기는 하다. 그렇지만 함께했던 친구들과 손잡고 가는 길이어서 작은 두려움을 감출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마라톤을 함께하는 친구들은 솔직히 친구라기보다는 올해 85세니까 아버지뻘 되시는 분이다. 그런데도 건장하게 대회에 참가하셔서 함께 뛰고 응원을 보내.. 2022. 9. 25.
마라토너의 수명 마라톤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록에 욕심을 낸 마라토너들은 대부분 수명이 짧다. 나는 기록에 그리 욕심이 없으니 마라톤 수명이 길까. 길다면 언제까지 일까. 마라톤 하면서 힘들 때마다 곱씹어보는 감정이다. 사실 지금도 오른쪽 무릎이 시원치 않아 마라톤 하면서도 내심 걱정이다. 주변에서 마라톤을 그만하라고 충고도 많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달린다. 달리다 보면 머리는 텅 비고 가슴은 확 열리는 운동이 마라톤이다. 그러고 보면 마라톤은 육체적인 운동보다 정신무장 운동이 앞장선다.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마약 같은 중독을 벗어나지 못해 아직 달리고 있다. 지금 멈춰서 무릎을 아끼는 것이 상책인가. 아니면 무릎이 더 무너져서 아주 뛸 수 없을 때까지 뛰다가 그만두는 것이 좋을까. .. 2022. 6. 21.
마라톤 바이러스 2 년 넘게 발을 꽁꽁 묶고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계가 차츰 허물어지고 있다. 4월 하순부터는 법정 1급 전염병 관리 기준에서 2급 전염병 관리 기준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한다. 그동안 전 세계의 정치와 경제, 몸과 마음을 강력하게 옥죄었던 터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도 쉽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시절을 지나오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덕분에 우리 일상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도 적지 않다. 그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상례를 들 수 있다. 예전에는 부고를 받으면 주중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았으며, 거리를 따지지 않고 밤을 새워 조문을 다녔다. 그때는 조문객들이 없으면 상례를 치르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여서 조문객들의 숫자에 따라 상례의 질이 가늠되므로 으레 껏 상주의 체면을 위해서 피곤을.. 2022. 4. 19.
마라톤은 운동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 마라톤을 하러 나갔다가 쫓기듯 달리게 되면 노동이 된다. 그동안 젊은 치기로 달렸던 나의 마라톤은 거의 대부분 노동이었다. 출발점에 서면 운동을 해야지 다짐을 하지만 매번 노동을 하게 되는 까닭은 내가 가진 체력보다 과한 욕심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한 겨울에 한강변을 달릴 때에는 따뜻한 온돌방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는데, 어느덧 매화가 피고 노란 영춘화가 봄을 맞는 계절이 되었다. 한강에도 봄 물이 넘실거리며 생기가 돋는다. 영동대교를 지날 때 시선이 멈춘 곳은 교각 보 위에 까맣게 줄지어 선 새들의 무리였다. 덩치도 제법 큰 새들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고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새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가마우지였다. 한강에도 가마우지 떼들이 서식하고 있다니 참 반갑고 고마.. 2022. 3. 24.
마라톤은 기다림이다 때 아닌 추위가 닥쳐 수양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렸다. 섣불리 물을 올리지 말라는 신호다. 다른 친구들이 준비되면 함께 올라가야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니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전에 먼저 출발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꽃샘추위는 그런 의미였으리라. 마라톤 출발선에서 초다툼은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마라톤은 출발 반칙으로 인한 재출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들은 온전히 끝까지 달리는 것이 일차 목표여서 출발선에서의 다툼은 너그러운 편이다. 날씨가 추워서 달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단단히 준비하고 달려보니 그런대로 달릴만하다. 탄천에 찾아든 물 병아리 떼들은 추위가 대수롭잖은가보다. 얼음장 같은 물에 두 발을 담그고 미동도 않고 기다린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물 병아리가.. 2022. 2. 21.
마라톤은 명상이다 마라톤을 처음 시작한 것이 2008년이었으니 어느새 13년 차 되었다. 그동안 풀코스 완주를 40여 회 했으니 긴 시간 동안 많은 거리를 달렸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문제로 마라톤대회를 열지 못하고 있어 나의 마라톤도 잠시 휴식기에 접어든 상태다. 가끔은 미친 듯이 달리고 싶지만 바이러스 핑계로 발을 묶어 놓은 것은 참 다행이다 싶다. 마라톤은 나에게 영욕의 기쁨을 주기도 했지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마라톤을 함께 시작한 김기옥 님은 400회 기념 마라톤을 한다고 한다. 나보다 10배나 많은 기록을 갖게 된 것이다.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일을 개척해 나가는 투지가 부러우면서도 자신에 대한 가혹함을 염려한다. 사실 나는 일 년에 네.. 2021. 12. 13.
행복한 마라토너 마라톤을 통하여 무엇을 얻고자 함일까. 신체적인 건강일까. 마라톤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에너지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다는 연구들이 많다. 마라톤을 오래 경험한 마라토너들은 적당히 수긍할 수 있는 명제 일 것이다. 체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마라톤은 몸의 에너지를 무리하게 긁어낸다. 마라톤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심장이나 무릎, 발, 어깨 등 각 기관에 상처를 남기게 된다. 또한 몸의 특정부위뿐만 아니라 무리한 운동으로 전체적인 시스템의 오작동을 일으킬 염려도 있다. 그런데도 마라톤을 한다. 정신적인 기쁨일까. 마라톤을 하는 순간은 많이 고통스럽지만 끝나고 난 후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한 그 무엇이다. 그렇지만 기쁨을 얻기 위한 보상비용이 지나치게 고통스러운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마라.. 2021. 9. 29.
마라톤은 정직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마라톤도 정직이다. 그러나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도박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구기종목이나 경마나 경륜 경기에서 벌어지는 선수 매수에 의한 승부조작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여 정직한 스포츠인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로 인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 현실에서 스포츠는 절대 신성시되어야 하는 정직성을 상실하게 되면 게임의 존재는 가치가 무색해진다. 마라톤은 혼자 하는 경기이므로 상대적으로 다른 경기에 비해 정직한 스포츠라고 단정할 수 있다. 만약에 마라톤에도 도박이 걸린다면 부정한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 단정한다. 마라토너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육체와 영혼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마라톤 경기에서 자신을 속이기란 쉽지 않다... 2021. 6. 28.
노란 감꽃, 빨간 홍시 새벽 5시 날이 밝기를 기다려 마음을 단단히 조여매고 길을 나섰다. 지난 일요일에 하프마라톤을 달렸던 후유증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는데 다시 장거리를 달리려니 별별 훼방꾼들이 많다.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야만 될 것 같은 마음에 앞 뒤 견주지 않고 그냥 달려야겠다는 마음을 조율하니 가볍고 단순해져서 좋다. 내키지 않아 뜸을 들이다가 나선 길인데 막상 달리니까 가슴속까지 스며드는 선한 아침 공기의 상쾌함이 일품이다.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이지만 하루를 부지런히 시작하는 사람들과 닮았다는 안도감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새벽이나 밤을 가리지 않는 그들은 평생을 한결같이 살아온 농부다. 우리 아버지도 농부였었다는 생각을 떠올리면 왠지 짠하다. 나도 농부가 되어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어설프겠지만 욕심.. 2021.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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