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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마 라 톤

94회 동아마라톤 (Full-45)

by 桃溪도계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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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고통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른다거나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극한의 고통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겪는 고통과는 결을 달리한다.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왜 별나게 고통을 즐기려 드는 걸까. 
 
마라톤을 할 때마다 고통의 극한치에 이르는 35km 지점을 지나면서 갈등이 인다. 왜 달리고 있는 걸까. 삭여낼 수도 없는 번뇌를 억지로 눌러보지만 소화가 되지 않는다. 
 
겨우내 연습이 모자랐던 탓으로 결승점에 다가갈수록 축축 늘어진다. 마음은 뻔하지만 발이 움직이지를 않으니 안타깝다. 먼 길을 달려왔으니 힘이 빠졌을 텐데도 씩씩하게 차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라톤은 고통을 압축시키는 행위이다. 결승점에 이르면 압축된 고통을 순간적으로 폭발시켜 지워버린다. 그때 느끼는 희열감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은 천하를 얻는 기쁨이다. 결승점에서 느낄 수 있는 잠시의 행복을 위하여 힘든 고통을 인내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괴로움(고통)과 행복은 같은 바구니에 담긴 달걀과 같다. 즉, 서로를 구분할 수 없으면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운명인 것이다. 괴로움 없는 행복은 존재할 수가 없다. 괴로움은 행복의 디딤돌인 것이다. 우리가 평생을 별러 찾고자 하는 행복은 괴로움과 별거가 아니라 아웅다웅 곰살맞게 동거하는 동체인 것이다. 행복이란 자기만의 특별한  향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이라는 마른 꽃잎을 따서 정리하는 일이다. 
 
마라톤은 고통이다. 
마라톤은 행복이다.
 
[일    시] 2024년 3월 17일
[장    소] 광화문, 잠실운동장 
[기    록] 4시간 4분 0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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