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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詩 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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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 빙화 氷花] 진눈깨비 흩날려 찬바람 품었더니가지마다 매달려 수정방울 되었다가가녀린 봄볕 한 줌에 속절없이 흐르네 달빛조차 숨죽인 간밤의 언약을한 자락 바람에 종소리로 웃다가꽃처럼 예쁜 은구슬 햇살 속에 우네라 긴 밤을 견디었건만 봄볕에 속절없네아침 햇살 스미자니 마음부터 녹아서방울방울 떨어져 가며 겨울 또한 스러진다 [산행 일시] 2025년 3월 3일[산행 경로] 검단산 관광안내소 - 유길준 묘 - 정상 -  산불감시초소 - 쉼터(7km)[산행 시간] 3시간 40분
계방산 [상고대] 시간이 멈춰버린 밤날숨에 묻어나는 곤한 숨결 따라오색딱따구리 따닥따닥산호초 길을 쫓으면 한 잎, 한 가지얼어 맺힌 순간들이햇살에 닿아 반짝인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고집스럽게 피어야만 했던 눈부심어쩌면 님을 기다렸을지도 햇살에 온몸이 녹아내린다는 것이늙어간다는 의미가 아니었음을새삼스럽게 들춰낼 일이야 있겠냐만은 나는 아직청춘을 닮은 하얀 피가 솟구치는빨간  장미 한 송이 [산행 경로] 운두령 - 전망대 - 정상 - 원점회귀(8.5km)[산행 시간] 4시간
북한산 원효봉 [안부] 눈 내린 꿈 속에 산은 잠들고산 노루 길 잃었던 그날 밤처럼목 부러진 소나무 울지도 않는다 허리가 끊어지는 줄도 모르고눈 밭을 헤매시던 휘어진 손가락울컥 가슴에 품고 목 울음 주르륵 눈 그치고 말간 하늘 생긋 나면모가지 길게 빼고 어머님을 뵐까노을 지는 문설주에 기대어 꿈속에서 만날까 [산행 일시] 2024년 12월 21일[산행 경로] 북한산성 탐방센터 - 북한동 - 북문 - 원효봉 - 북문 - 효자비(6.5km)[산행 시간] 4시간
그리움 그대를 떠나보내는 마음함께 있을 때에는 설렘이었는데헤어져야 하는 마음은 그리움 열차는 미련 없이 떠나고플랫폼에 묶인 채뭇사람들의 앙다문 시선을 살핀다 되돌아올 줄 모른다는 사실을미처 깨닫지 못한 미련함차라리 내리지 말았어야 했다당신이 내리는 플랫폼에서그리움 한 움큼 안고 돌아오는 길 해 질 녘잔뜩 웅크린 왜가리 그림자를 따라 더 진한 그리움일지라도울지는 말아야 했다
북한산 비봉/의상능선 [진달래꽃] 사막에 묻어둔 분홍빛 청춘 춘설이 분분하던 메마른 삭정이에 꽃눈을 붙인다 어찌 알았으랴 어설픈 향기에 벌 나비 감기들까봐 애써 감췄던 사연 겨울과 봄 사이 너와 나 사이 분홍 꽃망울을 터뜨릴까 말까 말간 얼굴에 수줍은 첫정 봄이 오는 길목을 막고 따스한 햇살 한 줌 가슴에 품는다 [산행 일시] 2024년 3월 23일 [산행 경로] 불광역 - 장미공원 - 탕춘대 능선 - 비봉 - 사모바위 - 문수봉 - 나한봉 - 나월봉 - 증취봉 - 용혈봉 - 용출봉 - 의상봉 - 북한산성 입구(12km) [산행 시간] 7시간
운주사 [안부] 어디 편찮으신가 운주사 와불님 혼자 걸어도 함께인 듯 함께 걸어도 혼자인 듯 가을바람이 서걱대는 계단길에서 가만히 염불소리를 모은다 님을 다시 만날 때까지 님의 아픔이 아니라 나의 아픔인 줄 미처 몰랐다오 어리숙한 석공의 손길에 희미해진 천불의 미소 님을 닮고 싶어 계면쩍게 웃어 본다 내 사랑의 안부를 조용히 걸어두고 돌아 서는 길 설익은 풍경소리가 애닮다 [일 시] 2023년 11월 12일
칠장사 밤새 뒤척이던 갈대가 샛노랗게 흔들린다 농익은 은행잎이 후드득 떨어지니 삐쳤던 마음이 부끄럽다. 가을 맞으러 일주문 열고 보니 설레었던 감상 허리춤에 걸려있다 서둘렀던 발걸음에 그대 생각 빠뜨렸구나 한 열흘쯤 저몄다가 흥얼흥얼 단풍잎에 새겨보리라 [일 시] 2023년 10월 27일
쑥부쟁이 쑥부쟁이 고단한 몸 일으켜 새벽 들 일 나가시던 제 어미 떨어지기 싫어 꽁무니 빼는 배내기 송아지 우시장에 팔고 처진 어깨에 달빛을 지고 오시던 청운의 꿈을 안고 객지로 떠나는 아들을 눈시울 붉히며 배웅하시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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