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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詩, 詩 調104

북한산 비봉/의상능선 [진달래꽃] 사막에 묻어둔 분홍빛 청춘 춘설이 분분하던 메마른 삭정이에 꽃눈을 붙인다 어찌 알았으랴 어설픈 향기에 벌 나비 감기들까봐 애써 감췄던 사연 겨울과 봄 사이 너와 나 사이 분홍 꽃망울을 터뜨릴까 말까 말간 얼굴에 수줍은 첫정 봄이 오는 길목을 막고 따스한 햇살 한 줌 가슴에 품는다 [산행 일시] 2024년 3월 23일 [산행 경로] 불광역 - 장미공원 - 탕춘대 능선 - 비봉 - 사모바위 - 문수봉 - 나한봉 - 나월봉 - 증취봉 - 용혈봉 - 용출봉 - 의상봉 - 북한산성 입구(12km) [산행 시간] 7시간 2024. 3. 24.
운주사 [안부] 어디 편찮으신가 운주사 와불님 혼자 걸어도 함께인 듯 함께 걸어도 혼자인 듯 가을바람이 서걱대는 계단길에서 가만히 염불소리를 모은다 님을 다시 만날 때까지 님의 아픔이 아니라 나의 아픔인 줄 미처 몰랐다오 어리숙한 석공의 손길에 희미해진 천불의 미소 님을 닮고 싶어 계면쩍게 웃어 본다 내 사랑의 안부를 조용히 걸어두고 돌아 서는 길 설익은 풍경소리가 애닮다 [일 시] 2023년 11월 12일 2023. 11. 12.
칠장사 밤새 뒤척이던 갈대가 샛노랗게 흔들린다 농익은 은행잎이 후드득 떨어지니 삐쳤던 마음이 부끄럽다. 가을 맞으러 일주문 열고 보니 설레었던 감상 허리춤에 걸려있다 서둘렀던 발걸음에 그대 생각 빠뜨렸구나 한 열흘쯤 저몄다가 흥얼흥얼 단풍잎에 새겨보리라 [일 시] 2023년 10월 27일 2023. 10. 28.
쑥부쟁이 쑥부쟁이 고단한 몸 일으켜 새벽 들 일 나가시던 제 어미 떨어지기 싫어 꽁무니 빼는 배내기 송아지 우시장에 팔고 처진 어깨에 달빛을 지고 오시던 청운의 꿈을 안고 객지로 떠나는 아들을 눈시울 붉히며 배웅하시던 아버지 2023. 10. 26.
창릉천 [너도 봄] 꽃이 피니 봄이다. 아니다. 봄이라서 꽃이 핀다. 나는 모르겠다. 네가 나를 모르듯 나도 너를 알지 못하겠다 [일 시] 2023년 4월 1일 [장 소] 구파발천, 창릉천 2023. 4. 1.
쫓비산/광양 매화마을 [매향梅香] 님 오시는 봄 길에 허리춤 추스르고 허겁지겁 봄마중 설레는 낯섦 매향梅香이 먼저 알고 가슴으로 스민다 반가운 마음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수삼년 묵은 향기 고운님 살가운 정 꼭 안고 회포를 푸니 시샘하는 꽃바람 [산행 일시] 2023년 3월 11일 [산행 경로] 관동마을 - 갈미봉 - 쫓비산 - 청매실 농원(10.5km) [산행 시간] 3시간 40분 2023. 3. 12.
삼성산 [봄, 그리고] 우수 지나 봄 마중 가는 길 봄볕을 기다리는 배꼽에 아직 온기가 닿지 않습니다. 시샘 많은 꽃샘추위가 꽃망울을 가뒀으니 아직 그리움은 남았을 테지요. 산 봉우리마다 하늘에 닿지 못해 아쉬움이 많은 중늙은이들은 붉은 진달래를 기다리고 나는 푸른 이파리를 찾아 파란 하늘을 더듬어 봅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시린 무릎 훌훌 털고 새봄이 오는 길목에 꽃 마중 오시려나 어머니! [산행 일시] 2023년 2월 24일 [산행 경로] 서울대 입구 - 마당바위 - 장군봉 - 국기봉 - 서울대 입구(9km) [산행 시간] 4시간 20분 2023. 2. 27.
설악산 천불동 계곡 천불동의 가을 빨간 감 하나 헛기침을 해댄다 폭포 소리에 된 잠을 뒤척이던 강아지 고요한 새벽을 깨워 감나무에 건다. 감이 떨어지면 폭포 물줄기는 가늘어질 것이고 가을은 하나 둘 쓰러질 것이다. 그러든 말든 폭포는 밤을 세워 더 세차게 물줄기를 쏟아냈고 강아지는 더 크게 짖어댔다. 설악이여 시절은 가고 오는 것 삶도 시절을 따라 오고 가는 것. [산행 일시] 2022년 10월 3일 2022. 10. 3.
그리움 태풍 진자리에 열사흘 상현달 엄마를 기다린다. 아들이 오면 보름달이 될 텐데 낼모레면 코뚜레도 꿰지 않은 송아지를 닮은 아들이 올 텐데 올 것을 알지만 오늘은 그립다. 덜 여문 달을 보니 마냥 그립다. 2022. 9. 7.
세미원 [세미원] 마음이 정하는 일이었다. 인생이 그랬다. 마음을 씻고 오는 사람. 마음을 씻으러 오는 사람. 어차피 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억지로 씻으려 애쓰지도 말자. 씻지 않아도 하늘은 맑았다가 구름이 끼었다가 비가 오기도 한다. 씻어도 별 다를 것은 없다. 인생이 그랬다. 처음부터 마음이 정하는 일이었다. [일 시] 2022년 7월 17일 [장 소] 양평군 양서면 세미원 2022. 7. 18.
삼각산 [춘설] 고운님 오시는 날에 춘설이 분분하니 찔레순에 묻어둔 분홍 순정 깨워내어 네 마음 울적해질라 해실 해실 웃는다 [산행 일시] 2022년 3월 19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대서문 - 중성문 - 대남문 - 구기탐방센터(11km) [산행 시간] 3시간 50분 2022. 3. 24.
삼각산 김서방길 [겨울 다음에 봄] 문풍지가 떨어져 나간 문설주에 기대어 겨울이 오는 줄도 모르고 햇볕 한 줌 늘어진 틈에 티눈 배기듯 옹이가 자라고 있는 아픔을 눈치채지 못하고 요부 같은 과수댁 튼실한 엉덩이 쫓아 그 해 가을은 몽땅 쓰러졌다. 봄이 올 것 같지 않던 텅 빈 계곡에 파란 이끼들이 오종종 껴안고 곁눈질로 봄을 잰다 봄은 오고야 말 것이여 아직 이끼가 남았으니 봄은 꼭 올 것이구먼 [산행 일시] 2021년 12월 11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대서문 - 중성문 - 대남문 - 문수봉 - 청수동암문 - 삼천사 계곡 - 삼천사(11km) [산행 시간] 5시간 40분 202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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