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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마 라 톤

2023 춘천마라톤(Full-44)

by 桃溪도계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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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빠름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애당초 빨리 뛰는데 체력적인 한계를 가진 내게 꼭 맞는 가르침이다. 빨리 뛰지는 못하지만 꾸준하게 달릴 수는 있을 것 같아 오랫동안 친구 삼아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세월을 쌓다 보니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타이틀을 내어준다. 동 대회를 10번 참가한 마라토너에게 꾸준함을 응원하기 위하여 마련한 이벤트다. 타이틀 하나의 무게가 그리 크거나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내심 으쓱함은 있다. 
 
2009년 춘천마라톤 처음 참가했던 때를 기억한다. 마라톤 경험이 많지 않아 패기로 달리던 때였다. 마라톤 시작하고 처음으로 SUB-4를 기록하여 나름 우쭐했던 기억을 되새긴다. 돌이켜보면 한 걸음 한 걸음 고통스럽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다. 
 
가을이 농익어 가는 의암호를 배경으로 10번째 참가하여 코스는 익숙하지만, 달리기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라톤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나의 부족함을 메우는 행위니까 이론이 없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그런 것이었다. 
 
하프 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달렸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춘천댐을 오르는 오르막에서는 마지막 발걸음이 삐걱거린다.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신호다. 35km 지날 때쯤, SUB-4 페이스 메이커 팀이 풍선을 달고 씩씩하게 다가온다. 힘을 모아 따라붙었다. 37.5km 지점에서 물 스펀지로 땀을 닦는 사이 페이스메이커 팀은 나를 따돌렸다. 눈앞에 두고서 따라가는데 거리가 줄어들지가 않는다. 오히려 조금씩 멀어진다.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고갈된 에너지를 돋울 힘이 모자란다.
 
발바닥 족저 근막과 발가락이 좀 불편했었는데,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니까 통증이 몰려온다. 가볍게 절뚝였다. 양말을 벗어보니 오른쪽 발톱 2개가 멍들어 있다. 늘 있는 일처럼 대수롭잖게 여기지만 발톱이 빠지고 재생되기까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타이틀로 위안을 삼는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함께해 준 마라톤 친구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일      시] 2023년 10월 29일
[장      소] 춘천시 의암호 일대
[기      록] 4시간 01분 09초(Full)
 

춘천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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