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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 散文

사랑의 미투리

by 桃溪도계 202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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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미투리

인터넷에서 원이 엄마의 사연을 접했다.

부부간의 인연이 모질었을까.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저토록 절절하게 영혼을 울리는 사연을 남겼을까.

 

원이 엄마가 남편 병환의 쾌유를 빌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삼과 함께 미투리를 만들었는데,

정작 남편은 신어보지도 못하고 죽자, 아내는 미투리와 편지를 관 속에 넣으면서 절절한 기도를 했다.

미투리를 신고 꿈속에서라도 몰래 와서 보여 달라고 애원한다.

누가 한 여인의 소박한 사랑을 탐내었을까.

그들의 사랑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애틋한 향기를 낸다.

편지를 읽으면서 몇 번이고 되짚어 봤다.

어디 하나 허튼 곳이 없다.

진실되고 반듯한 사랑으로만 말할 수 있는 아름답고 검소한 애정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도 색깔을 바뀌어버린 탓일까.

요즘엔 저렇게 지고한 사랑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약삭빠르고 물질에 찌 들은 사랑들이 사랑의 정의가 되어 고개를 치켜들고 활보한다.

사랑만이라도 이기심에 물들지 아니하고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그대로 지켜 갈 수 없을까.

소박한 그리움이 사랑이 되고 애틋한 사랑이 그리움이 되는

그런 사랑을 생각해 본다.

 

 

☆★400년 전의 사부곡(思夫曲)☆★

 

"원이 아버님께"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가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어서 나를 데려가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 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 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 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이상 인용된 편지글은 대부분 현대어로 표기)

 

* 병술년(1586년) 이응태의 무덤에서 나온 아내의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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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으며 아내가 쓴 이 편지는

수백 년 동안 망자(亡者)와 함께 어두운 무덤 속에 잠들어 있다가

이장(移葬)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20년 전에 써진 이 편지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고스란히 전하며 심금을 울렸다.

장례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써진 편지는

죽은 남편에게 그 아내가 꿈속에서라도 다시 보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내는 지아비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으로

하고픈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종이가 다하자

모서리를 돌려 써 내려갔다.

모서리를 채우고도 차마 끝을 맺지 못하자

아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거꾸로 적어 나갔다.

이 편지 외에도 많은 유물들이 수습되었는데,

남편의 머리맡에서 나온 유물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파악되지 않았지만

겉을 싸고 있던 한지를 찬찬히 벗겨 내자 미투리의 몸체가 드러났다.

조선시대에는 관속에 신발을 따로 넣는 경우가 드문 데다

미투리를 삼은 재료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져

이 미투리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검사 결과 미투리의 재료는 머리카락으로 확인되었다.

왜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았는지 그 까닭은

신발을 싸고 있던 한지에서 밝혀졌다.

한지는 많이 훼손되어 글을 드문드문 읽을 수 있었다.

"내 머리 베어...(머리카락을 잘라 신을 삼았다)"

그리고 끝에는

"이 신 신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내용들이 얼핏 얼핏 보였다.

편지를 쓸 당시 병석에 있던 남편이 다시 건강해져

이 미투리를 신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머리를 풀어 미투리를 삼았던 것이다.

아내의 헌신적인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죽자 그녀는 이 미투리를 남편과 함께 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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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보조댐)의 월영교는

이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리기 위한 사랑의 다리입니다.

월영교는 이 부부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오래도록 기념하기 위한 전설이 서린 다리입니다.

먼저 간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을 뽑아 남편의 미투리를 삼았던

지어미의 애절하고 숭고한 사랑을 오래도록 기념하고자

한 켤레의 미투리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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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미투리" 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11월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의 내용을 간추리면...

16세기에 만들어진 미투리 한 켤레가 애절한 편지와 함께 발굴돼 한국인의 심금을 울렸다.

1586년 6월 1일 지금의 안동시 정상동 지역에서 살던 임신한 과부가 사별한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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