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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 散文

[時論]처음처럼

by 桃溪도계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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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 마시지 못했는데 근자에 와서 즐겨 마시는 편이다. 산에 다닐 때는 막걸리를 주로 마시는 편이지만 삼겹살이나 회 안주와 마실 때에는 소주를 선호한다. 하지만 나는 막걸리 술맛은 대체로 잘 구별해 내지만 소주나 맥주는 술맛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방에 가면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소주를 주로 마시는 편이다. 딱 한 가지 절대적인 원칙을 정하고 있는 게 있다면 '처음처럼' 브랜드는 절대로 마시지 않는다.

최근 김문수 경제 사회 노동위원장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일성 주의자'라는 신념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리셉션 장에서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을 초청한 가운데 뼛속까지 김일성 주의자인 신영복을 사상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고백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신영복은 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 졸업 후 육군사관학교 교수에 재직 중이던 1968년 남한 노동당 지하조직인 통혁당 사건(대한민국 최대의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최종심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하던 중 이십 년이 지난 1988년에 전향서에 사인을 하고 출옥되었다. 그는 출옥하자마자 '말'지 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출옥하기 위해 전향서를 쓰기는 했지만 사상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떳떳하게 선언했다. 그 후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사면 복권되어 성공회대 교수에 재임하게 되었고 제자 김제동, 윤도현, 고민정, 탁현민 등의 사상적 스승이 되기도 했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우리나라 외교관 3명이 베트남에 억류된 적이 있었는데 국가에서는 외교관을 소환하려고 갖은 애를 썼다. 그때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베트남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여 한국 내 억류되어 있던 간첩 21명과 맞교환 하자는 제의가 있었으며, 그 명단에 신영복이 포함되어 있었다. 신영복은 북한에서도 인정하는 우수하고 모범적인 김일성 주의자였던 것이다.

신영복을 사상적으로 가장 존경한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단순히 그를 존경한다는 말을 했다 해서 김일성 주의자가 아니라 실천적인 김일성 주의자였음을 입증하는 사례는 많다. 청와대 기념 시계 뒷면의 글씨체가 신영복체였으며, 청와대 경내 안내간판 글씨체도 신영복 체였다. 국정원 원훈석에 새겨진 글씨도 신영복체였으며,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영남과 김여정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뒷 배경이 된 커다란 액자의 글씨가 신영복체였다. 2012년 대선 당시 '사람이 먼저다'라는 홍보물도 신영복체였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 신영복에 완전히 매몰된 김일성주의자임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2006년에 '처음처럼'을 출시하게 되는데, 소주 회사인 두산주류는 신영복이 쓴 '처음처럼'이라는 시에 신영복이 고안한 신영복체 로고를 선택하게 된 것이 '처음처럼' 소주의 탄생 배경이다. 당시 로고 대가로 판매금액의 1%를 간첩 신영복에게 전달된다는 설이 있었으나, 소주회사에서 밝힌 입장은 출시 당시 거액의 대가를 지급하려 하니 신영복은 자신이 후원하는 단체에 기부하겠다 하여 그 단체로 지급되었으며 지금도 판매금액의 일정 부분을 그 단체로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간첩이 후원하는 뻔한 단체에 단 일원도 기부할 수가 없어서 '처음처럼'이라는 소주를 마시지 못하겠다. '처음처럼'의 주인이 두산주류에서 롯데주류로 바뀐 지 꽤 되었다. 이참에 롯데 주류 측에 제안한다. 글씨체를 바꿀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000여 개의 글씨체가 개발되어 있으며, 이 중에는 아름다운 글씨체가 많은데 신영복체를 끝까지 고집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소주 맛을 제대로 구분할 줄 모르는 나의 경우에는 '처음처럼'의 신영복 글씨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처음처럼' 브랜드 소주를 마실 이유가 없겠다. 마음 같아서는 '처음처럼'이라는 네이밍도 바꿨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처음처럼'의 시는 신영복이 공산혁명을 꿈꾸며 다짐했던 처음 그 마음을 절대 변치 않겠다는 결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소주 '처음처럼'에는 내가 알레르기 반응을 하는 붉은 바이러스로 가득 차 있어서 싫다.

[본문 내용 중 일부는 유동열 칼럼과 인터뷰에서 발췌했음]

노을 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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