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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116

오이도 오이도 바지락을 영접하고 아쉬움을 채 털어내기도 전에 밀물이 허겁지겁 밀려온다. 뭐가 그리 급한지 허리가 꼬부라지도록 평생을 갯가에서 녹여낸 삶. 붉은 해가 사연을 품고 가슴으로 숨어드는 시간 삶이 고루해진만큼 갯벌도 늙어간다. 어제는 오늘처럼 오늘은 내일처럼 눈치없는 바다는 아무일 없는 듯 무심하게 왔다갔다 갔다왔다 갯내음이 고팠음일까. 봄을 저며오는 갯가에서 먼 하늘을 본다. 가슴 아리도록 붉은해를 넌즈시 껴안는다. 다시 봄이다. * 일 시 : 2019년 3월 26일 * 장 소 : 오이도 2019. 4. 6.
고향 고향 마냥 그립기만 하다. 꽁꽁 앓으며 하루가 다르게 세포의 활력을 잃어가는 노모가 안쓰럽다. 갈 때는 설레는 마음. 돌아설때는 아쉬운 마음. 어찌할꼬.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고향에 둥지를 틀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가급적이면 하루라도 빨리 들고 싶지만 마음만 앞설뿐 막연하기만하다. 산과 들판, 풀 한 포기, 하루살이에도 애잔한 정이 느껴진다. 한 때는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 하루빨리 도망치고 싶었던 고향. 이제는 다가가지 못해 안달이니 인간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할까. 세상이 험해질수록 더욱 그립다. 고향 고향 고향....... * 일 시 : 2018년 9월 25일 2018. 9. 26.
서리풀축제 서리풀축제 지방자치제가 정착되어가는 과정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갖은 축제에 열중이다. 몇 몇은 명분을 찾고 나름 성공적인 축제도 있지만 대부분은 허례적이다. 축제를 위한 축제라 말 할 수 있을만큼 무의미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무더기 예산을 퍼부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축제기간동안 관할 공무원들은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시민들을 위한 공무에 바빠야 할 공무원들이 공무보다는 밤잠을 설쳐가며 축제의 성공을 위해 더없이 바쁘다. 그중에서도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인원 동원에 골머리를 앓는다. 같잖은 축제를 벌여놓고 인원을 동원하는 축제에 감동이 있을리 만무하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축제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 2018. 9. 26.
이서국 총동창 체육대회 옛날은 가도 추억은 남는 것 세월은 가고 오는 것. 그러게 한 사십 년은 넘었겠제. 뒷집 누부야 앞집 힣야 우째 지냈능교? 니는 누꼬? 구실댁 큰 아들 아잉교. 아...니가 가가? ㅎㅎ...세월 참 무섭데이 동창회가 아니었다면 생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겠다. 그렇제 그쟈? 요즘 흔해 빠진게 동창회인데 초등학교만 겨우 마치고 방직공장과 철공소로 돈 벌러 떠났던 누나 형님들. 그들에게는 오직 초등학교 동창회만이 자신의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가슴에 희미하게 새긴 추억들의 편린들이 이제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질 즈음. 사오십년 전의 친구와 형님 누나, 그리고 동생을 만난다는 설레임. 몇일 전부터 아니, 달포쯤 전부터 밤잠을 설쳤으리라. 만남... 그 긴 세월의 여백.. 2018. 4. 7.
논산 훈련소 입소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관촉사 은진미륵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가끔 만났던 기억이 있는 미륵불은 머리가 길어서 비율이 조금 어색하기는 해도 오히려 그런 점이 일반 중생들의 마음을 편하게 당긴다. 막내아들이 군입대를 위해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던 날. 만삭이 되어 배가 잔뜩 부른 아내랑 아이들 둘 손잡고 저녁 산보하듯 산부인과에 가던 날을 떠올린다. 다섯 살배기 딸아이는 세상 눈 뜬 지 꽤 시간이 흘러 눈치가 흔들리지 않았지만, 세 살배기 큰아들은 산실에 들어가는 제 어미 손을 놓지 않으려고 통곡하며 떼쓰는 통에 나는 아들을 안고 강제로 떼어냈다. 어미나 아비가 철 모르는 아들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새로운 아이를 낳아야 하는 현실과 목놓아 울어대는 아들을 달래야 하는 경계에서 마음이 짠하기만 했다. 큰 아들의 울음이 .. 2017. 5. 25.
보수와 진보 보수와 진보 나는 왜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일까. 그런 만큼 나는 나쁜 사람인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자잘한 우여곡절이야 왜 없었겠냐만은 아직 국가에 대한 불만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부분적으로 잘못된 통치자들의 치적에 대해서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나는 극빈에 가까운 어린 시절과 고학하다시피 견뎌낸 청년시절. 그리고 군대를 다녀왔고, 사회에 진출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조직생활을 경험했다. 지금은 조그만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매 순간 어려움에 직면해 버텨가고 있는 실정이며, 때로는 대기업의 횡포에 힘들기도 하지만 불만을 하지는 않는다. 내 탓이려니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왜 국가에 대한 반감을 가지지 않는가. 먼저 세상의 중심은 나 자신이라고 생각.. 2016. 12. 7.
고향 가는 길 고향 가는 길 고향에는 노모가 계신다. 혼자 계시다 보니 늘 아들 안부가 그립지만 호들갑스러운 내색은 하지 않으신다. 산간벽촌에 의탁하여 평생을 살아오면서 아들 셋 낳아 객지로 보내고 이제는 농사일도 손 놓은 상태지만, 시골에 살다 보니 아주 일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허리 무릎을 잡고 끙끙 앓으신다. 그렇지만 당신 자신에 대한 아픔이나 외로움은 운명으로 여길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한지라 그리 안달복달하지 않고 순하게 받아들인다. 고향으로 내닫는 새벽 고속도로는 왠지 낯설다. 뻥 뚫려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옆자리에서 곤하게 잠들어 있는 아내와 시골에 계시는 노모가 오버랩되어 혼자만의 영상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욱 그렇다.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성을 가진 남자의 아내라는 운명 줄에 선 여자.. 2016. 11. 30.
歸路 歸路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며 노을에 상념을 새긴다. 배를 타고 광대한 바다를 마음껏 나갈 수 있지만 발을 묶어야 한다. 내가 돌아올 수 있는 거리만큼만 허용된 삶이다. 짧지만 길고, 길지만 짧은 듯한 삶의 자락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 그래서 가끔은 눈물을 흘려도 슬프기보다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노을을 배경으로 바다와 배를 그려 넣고, 짭조름한 소금기가 가득 베인 갯내음을 가슴이 부풀도록 들이키면 향수가 느껴진다. 그 언제쯤 나는 어부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태고적부터 이어 온 점 하나. 육지에서의 삶보다 바닷속에서의 삶이 더 편했으리라. 종일 우럭이라는 친구의 멱살을 잡고 침이 튀도록 웃어제꼈다. 그래서 다시 바다를 그리워한다. 다음에 만나면 미안하다며 정중히 손을 내밀어야겠다. 내 화해를.. 2015. 5. 19.
청산도 가자 청산도 가자 길의 끝을 가늠하지 말자. 목적지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활시위를 떠나면 습관처럼 곧장 나아가는 줄만 알았는데 삶은 그렇지 않았다. 때로는 표적을 잃어버린 화살처럼 방황하기도 하며 살아왔기에 뒤돌아보는 눈이 서툴다. 삶의 이정표를 가누며 바삐 가야 할 이유도 없는데 허겁지겁 쫓기듯 바쁘게만 왔다. 바삐 왔지만 어디를 향해 가는지 망각한 채 본능을 따라 앞으로만 간다. 청산도가 내게 전하는 말은 쉬어라가 한다. 어차피 갈 길이 정해졌는데 빨리 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자칫 서두르다가 왜 왔는지도 모른 채 돌아서 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 번뇌 다 내려놓고 산과 바다, 그리고 인심 두둑한 사람들과 살가운 안부도 나누며 쉬엄쉬엄 가도 늦지 않을 터인데 왜 서두르느냐고 묻는다. .. 2014. 1. 14.
마음을 통하는 악기 마음을 통하는 악기 혼돈스러운 세상에 홀로 서 있다는 느낌이 들 때나,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피아노나 기타를 치면서 잠시 내 자신을 잊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 잔의 술이나 한 모금의 담배로 내 자신을 다스리기 보다는 악기의 선율에 맞춰 자신만의 공간으로 아무도 모르게 빠져들.. 2012. 8. 20.
思父曲 思父曲 아버님! 삶이라는 굴레의 인연을 따라 아버님의 소망으로 태어났지만 언제나 모자람이 많은 불초소생 엎드려 절 올립니다. 아버님께서 아직 철이 여물지 않은 자식을 믿고 멀리 떠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십 수년이 흘렀습니다. 처음 얼마간은 아버님을 떠나보낸다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어 많이 힘들었습니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섭섭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버님께서는 남들처럼 넉넉하게 남겨주지 못함을 속상해하셨겠지요. 그렇지만 그 어떤 것인들 낳고 길러 주신 은혜에 비할 수가 있겠습니까. 농사일하시느라 검게 그을린 팔뚝에 굵은 핏줄이 힘차게 펄떡이고, 맺힌 땀방울마다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에는 설마 아버님께서 세상과 이별한다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효도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습.. 2012. 1. 25.
외모外貌와 내모內貌 외모外貌 와 내모內貌 외모가 첫 인상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에 이견을 곁들일 생각은 없다. 다만,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바르고 깔끔한 외모가 중요 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잘 생겨야만 하는 것은 아닐 터인데 젊은 사람들은 연예인처럼 잘 생긴 외모를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 201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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