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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고향 가는 길

by 桃溪도계 2016.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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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

 

 

고향에는 노모가 계신다. 혼자 계시다 보니 늘 아들 안부가 그립지만 호들갑스러운 내색은 하지 않으신다. 산간벽촌에 의탁하여 평생을 살아오면서 아들 셋 낳아 객지로 보내고 이제는 농사일도 손 놓은 상태지만, 시골에 살다 보니 아주 일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허리 무릎을 잡고 끙끙 앓으신다. 그렇지만 당신 자신에 대한 아픔이나 외로움은 운명으로 여길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한지라 그리 안달복달하지 않고 순하게 받아들인다.

 

고향으로 내닫는 새벽 고속도로는 왠지 낯설다. 뻥 뚫려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옆자리에서 곤하게 잠들어 있는 아내와 시골에 계시는 노모가 오버랩되어 혼자만의 영상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욱 그렇다.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성을 가진 남자의 아내라는 운명 줄에 선 여자들. 한 사람은 어머니, 또 한 사람은 아내. 그들은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알콩달콩 정을 내며 살아간다.

 

휴게소에 들러 볼일도 좀 보고 스트레칭도 하고 싶었지만 그냥 내달린다. 곤해 보이는 아내를 깨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제사나 생일 등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시골에 내려갈 일이 있는데 시골에는 아내의 할 일이 많다. 그 많은 일들에 대해 큰 불평 없이 조잘조잘 따라와 준 아내가 고맙다.

 

골짜기로 들어서는 초입에 있는 용강지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새벽에 길을 나서서 천리길을 달렸지만 아직 아침이 걷히지 않은 시간이어서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혼자 가슴에 담기에는 넘치는 그런 행복감이기에 아내를 깨워 함께 나눈다. 괜스레 가슴이 짠해진다. 어머님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는 안도감도 있겠지만, 늦은 가을걷이에 동동거리느라 초췌해진 모습을 대하려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어머님과 아내는 반가운 안부를 나눈다. 50년이 넘은 사진 한 장을 꺼내놓고 마음껏 웃으며 삶의 한 컷을 채운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거리낌 없이 행복할 수 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먼 시선으로 가까이 있는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 일      시 : 2016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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