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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논산 훈련소 입소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by 桃溪도계 2017.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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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

 

은진미륵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가끔 만났던 기억이 있는 미륵불은 머리가 길어서 비율이 조금 어색하기는 해도 오히려 그런 점이 일반 중생들의 마음을 편하게 당긴다.

 

막내아들이 군입대를 위해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던 날. 만삭이 되어 배가 잔뜩 부른 아내랑 아이들 둘 손잡고 저녁 산보하듯 산부인과에 가던 날을 떠올린다. 다섯 살배기 딸아이는 세상 눈 뜬 지 꽤 시간이 흘러 눈치가 흔들리지 않았지만, 세 살배기 큰아들은 산실에 들어가는 제 어미 손을 놓지 않으려고 통곡하며 떼쓰는 통에 나는 아들을 안고 강제로 떼어냈다. 어미나 아비가 철 모르는 아들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새로운 아이를 낳아야 하는 현실과 목놓아 울어대는 아들을 달래야 하는 경계에서 마음이 짠하기만 했다.

 

큰 아들의 울음이 채 그치지도 않아 새로운 별 하나 지구에 뚝 떨어지며 울음을 터뜨렸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둘도 많다던 그 시절에 셋째를 낳았으니 주변 사람들이 더 걱정이다. 그렇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다. 옛 어른들 말처럼 제 먹을 것은 제가 타고난다고 했던 말이 위로가 되었다.  막내가 태어나던 때만 해도 박봉에 내일이 걱정될 만도 한데 별 걱정을 하지 않았던 것은 철이 모자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더구나 일 년 동안은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지만 원망은 없었다. 그냥 딸 하나, 아들 둘이라는 든든함이 마냥 좋기만 했다.

   

울며 불며 키워서 이제 장성이 되었다. 나라를 든든하게 지키겠다며 으스대기도 한다. 아직은 좌충우돌 부딪치며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겠지만, 이만큼 키웠으니 이제 두려움은 가셔도 되겠다. 덤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재목 하나 더 만들었으니 자랑할 만하다. 국가가 아들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건강하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마치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미륵불!

아들의 손을 놓은 가슴이 허전하여 근처 관촉사에 들렀다. 어쩌면 그가 아들을 보살피고 지켜 줄지도 모른다. 엷게 편 천년의 미소가 믿음이 간다. 육군훈련소가 왜 논산에 생기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미륵불이 만민을 거둘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참 아름답게 엮인 인연이다.

미륵불과 논산훈련소.

 

 

 

 

 

 

 

 

 

 

 

* 일      시 : 2017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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