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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이서국 총동창 체육대회

by 桃溪도계 2018.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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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은 가도 추억은 남는 것

 

세월은 가고 오는 것.

 

그러게 한 사십 년은 넘었겠제.

뒷집 누부야

앞집 힣야

우째 지냈능교?

니는 누꼬?

 

구실댁 큰 아들 아잉교.

아...니가 가가?

ㅎㅎ...세월 참 무섭데이

 

동창회가 아니었다면 생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겠다.

그렇제 그쟈?

 

요즘 흔해 빠진게 동창회인데

초등학교만 겨우 마치고 방직공장과 철공소로 돈 벌러 떠났던 누나 형님들.

그들에게는 오직 초등학교 동창회만이 자신의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가슴에 희미하게 새긴 추억들의 편린들이 이제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질 즈음.

사오십년 전의 친구와 형님 누나, 그리고 동생을 만난다는 설레임.

몇일 전부터 아니, 달포쯤 전부터 밤잠을 설쳤으리라.

 

만남...

그 긴 세월의 여백이 무색하리만치 만나자마자 끌어안고 포옹을하며 어깨를 다독인다.

어색하지가 않다.

말 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포옹부터 하게되는 사연 속에는 몸이 먼저 반응하는 심연 깊은 에너지가 있다.

 

참 희안하다.

긴 세월을 두고 만났는데도 할 말이 그리 많지않다.

그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기에는 밤을 세워도 부족하겠지만,

간단한 안부만으로도 서로를 위로하는 마음이 촉촉히 배인다.

헤어질 때도 내일 다시 만날 것처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닥치는대로 살아 갈 것이다.

 

세월의 매듭에 얽매이지 말자.

세월은 가고 오는 것.

옛 일을 추억할 때마다 상처가 돋보이지 않게

한 뼘 쯤 느슨하게 관조하듯 동행하자.

 

 

 

 

 

 

 

 

 

 

 

 

 

 

 

 

 

 

 

 

 

 

 

 

 

 

 

 

 

 

 

 

* 일      시 : 2018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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