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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마음을 통하는 악기

by 桃溪도계 201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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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통하는 악기

 

 

혼돈스러운 세상에 홀로 서 있다는 느낌이 들 때나,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피아노나 기타를 치면서 잠시 내 자신을 잊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 잔의 술이나

한 모금의 담배로 내 자신을 다스리기 보다는 악기의 선율에 맞춰 자신만의 공간으로 아무도 모르게 빠져들 수 있으면 세상 시름을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렇지만 나는 악기를 다룰 줄 모른다. 고등학교 다닐 때, 기타를 배워보려고 잠시 기웃거려 본 적이 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배우지 못했다. 대학 다

닐 때에는 친구에게서 기타를 얻어 배워보려고 퉁탕거려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는 악기 다루는 재주가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소박한 꿈을 접었

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들에게는 꼭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에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가르쳤다. 예술적인 연주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

니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악기를 통하여 표현할 수 있는 정도면 족하리라 싶었다.

 

큰 아이는 그런대로 피아노를 좋아해서 곧잘 따라 했는데, 둘째와 셋째는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서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

들였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바이올린을 하나 선물해 주었는데, 당장은 필요치 않아서 몇 년간 가방도 열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둘째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권했더니 호기심이 발동해서 바이올린을 배우기로 했다.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유소년 교향악단에 열심히 다니면서

무대에 서는 행운까지 얻어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과 소통 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어내는데 바이올린으로 부족했던지 기타를 배우고 있다. 혼자서 배우는지라 더디기는 해도 잘 조율되지 않은 채 기타 통을 울려나오는 어설픈 소리가 밉지

는 않다.

 

막내는 적성에 맞지 않는지 피아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비교적 빨리 손을 떼었다. 아무 악기나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배워보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였다.

 

많은 설득 끝에 생뚱맞게 클라리넷을 배워보겠다고 마음을 열었다. 예상외의 의견이었지만 내심 대견스러웠다. 어른이 되어 마음 둘 곳이 마땅찮을 때마다 악

기를 연주하면서 풀어내면 악기를 배우라고 설득하던 아비의 마음을 이해 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힘들 때마다 자기 마음을 통하는 기회를 갖게 해 줄 수 있

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작게나마 아비의 역할을 한 듯해서 뿌듯했다.

 

아내가 막내의 손을 잡고 음악학원에 상담하러 갔는데, 학원 원장 선생님께서 클라리넷을 배우려면 리코더를 일 년 정도 배워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옆에 있던

막내는 못마땅해 했다. 자신은 리코더를 잘 불 수 있는데, 학원에서 돈 벌려고 일 년 동안 리코더 배우라 한다면서 클라리넷을 배우지 않겠다며 고집을 세우고

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안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막내와 함께 산에 오를 기회가 있어서 그에게 또다시 악기를 해 보라고 권했더니, 쓸데없이 돈 들일 필

요가 없다며 도로 나를 설득한다. 산등성이를 오르면서 땀을 흠뻑 쏟아낸 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막내에게 다가갔다. 마음을 조금 열면서 어떤 악기를 하면 좋

겠냐고 물어온다.

 

기회를 놓칠세라 대뜸 해금을 한 번 해보라고 권했다. 산을 내려오면서 거듭 설득을 해도 대답이 없다가 나중에는 마땅찮은 듯이 겸연쩍게 반승낙을 했다. 쇠

뿔도 단김에 뽑아야 한다. 해금 선생님을 알아보고, 며칠 뒤 해금을 사가지고 집에 갔다. 막내는 해금이 대금처럼 입으로 부는 악기인줄 알고 승낙을 했는데, 현

악기를 들고 갔으니 적잖이 당황한다. 그렇지만 물릴 수는 없는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막내는 마음을 통할 수 있는 악기를 연주 할 수 있게 되었다. 해금을 배우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배우는 모습에서 나는 체

증을 쓸어내리며 흐뭇하게 바라본다.

 

아이들 셋, 그들의 화음이 잘 통했으면 좋겠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고 멋진 화음이 될 수 있으면 좋겠

다. 그들이 세상과 소통할 때도 마음을 통하는 악기가 세상의 문을 부드럽게 열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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