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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思父曲

by 桃溪도계 201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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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父曲

 

아버님!

 

삶이라는 굴레의 인연을 따라 아버님의 소망으로 태어났지만 언제나 모자람이 많은 불초소생 엎드려 절 올립니다. 

아버님께서 아직 철이 여물지 않은 자식을 믿고 멀리 떠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십 수년이 흘렀습니다. 처음 얼마간은 아버님을 떠나보낸다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어 많이 힘들었습니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섭섭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버님께서는 남들처럼 넉넉하게 남겨주지 못함을 속상해하셨겠지요. 그렇지만 그 어떤 것인들 낳고 길러 주신 은혜에 비할 수가 있겠습니까.

 

농사일하시느라 검게 그을린 팔뚝에 굵은 핏줄이 힘차게 펄떡이고, 맺힌 땀방울마다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에는 설마 아버님께서 세상과 이별한다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효도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물론 효도를 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알지 못했습니다. 마냥 아버님 눈을 피해 제게 필요한 것만 투정 부리며 살아가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세월이 이만큼 흘러서 되돌아보면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아버님의 의기양양한 땀방울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설을 맞아 아버님께서 그렇게도 귀히 여기시던 손자들과 함께 아버님 계신 선영에 엎드려 절 올리면서 회한을 들추어 봅니다. 잘못을 해도 화를 내기보다는 인자함으로 감싸주시고, 모진 가난 속에서도 비겁하기보다는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용기를 주시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일할 것을 당부하시던, 세상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인사를 소홀히 하지 말 것을 당부하시던 말씀들을 기억합니다.

 

언제나 아버님의 기대에 못 미치던 불효자도 거침없이 달려드는 세월의 파고에 밀려 자식들 키우면서 옛날 아버님의 위치에서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아비는 자식을 위해서 무엇을 하며,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만 아버님께서 가슴에 품었던 그 숭고한 뜻을 어찌 다 알 수야 있겠습니까. 그저 아이들이 바르고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바랄 뿐 입 니다. 특별하고 화려한 철학을 남겨 놓지는 않았지만, 아버님께서 들려주시던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도리를 되새겨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합니다. 아직은 그들도 철이 모자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겠지만 개의치 않고 전해줍니다. 언젠가 그들도 아버지의 위치에 서면 깨닫는 바가 있겠지요.

 

어제는 어머님 칠순 기념으로 가족들 모두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덩실덩실 웃어 보지만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듬성듬성 빈 곳이 있었습니다.  빈 곳을 채우려 더 크게 웃어보지만 채워지지가 않습니다. 아버님의 빈자리를 어찌 연약한 웃음으로 채울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작은 욕심에 채워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울퉁불퉁 굴러갈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울지는 않겠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마냥 좋은 일인 양 빙그레 웃고 계셨지만 분명 텅 빈 가슴을 쓸어내며 자식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셨을 것입니다. 어머님께 '영감이 안 계셔서 섭섭하시죠?' 라며 농을 섞어보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어머님께서는 영정사진을 주문하십니다. 어쩌면 어머님께서도 부지불식간에 우리들 곁을 떠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습니다.

 

자연의 순리라 어쩔 수는 없겠지만, 살아 계시는 동안 제대로 효도 한 번 해 보고 싶은데 그것마저 잘 안됩니다. 얼마나 못난 자식이기에 그럴까 하면서도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을 보면 불효를 탓할 수밖에 달리 변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살아계시는 동안은 효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어찌 변명으로만 늘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저런 궁리 끝에 결국에는 '생전에 효자는 없다' 이렇게 위안을 합니다. 가끔은 아버님께 소주 한 잔 올리면서 굵게 썬 생선회 한 점을 꾹꾹 삼키며 웃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왜 생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송구스러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기회를 마음껏 가지지 못했음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행여 작은 위로가 효도 인양 우쭐대며 경박하게 살아간다면 그만한 불효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자박자박 걸음마를 띠던 손자들도 이제는 나라의 양식이 될 만큼 마음껏 자랐습니다. 모두 아버님의 지극한 보살핌이라 생각합니다. 아버님께 효도할 수 있는 오직 한 길은 손자들을 건강하고 반듯하게 키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저의 자랑이 아니라, 제가 그들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여행을 끝내는 날.

부끄럽지 않은 여행이었음을 가슴에 새기며 아버님 곁으로 웃으며 걸어가고 싶습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 일     시 : 2012년 1월 23일(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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