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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116

物緣물연 삼 년 전 큰 아들의 중매로 너를 처음 만나던 날이 기억난다. 매끈하게 잘 생긴 몸매에 흠잡을 데 없이 깐깐한 목소리를 창창하게 뽐내던 너에게 난 첫눈에 반했어.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어리바리하게 실수가 잦은 나는 네가 귀에서 빠졌을 때, 눈에 잘 띄어야 찾기 쉽겠다 생각해서 분홍색인 너를 선택했던 거야. 며칠 전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잖아. 버스정류장에서 타고 갈 버스를 기다리며 생각 없이 멍하니 서 있었는데, 너는 답답한 귓바퀴를 뛰쳐나와 또르르 굴러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 뒷바퀴 앞에 딱 멈춰 선거야. 눈을 마주치고는 얼른 잡고 싶었는데 버스가 움직일까 봐 어정쩡하게 고민하고 있었어. 재빨리 버스 기사한테 문을 두드리고 너를 건졌어야 했는데, 아주 짧은 순간 나는 너를 선택하지 못했어.. 2022. 9. 27.
코로나 백신 유감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는 것인가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해 본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완료하여 접종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길게는 십 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예외였다. 코로나가 발병된 지 일 년 만에 세계 모든 백성들은 백신을 맞아야만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기에는 백신을 구하지 못해 정부에서도 우왕좌왕하였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 흔한 감기에 대한 백신을 아직도 변변찮게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백신을 개발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님이 확실하다. 그리고 모든 백신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임상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백신을 맞기 위해 다투어 팔을 걷어 부쳤으니 백성들.. 2022. 9. 16.
어머니의 명절 아들 셋을 둔 어머니의 명절은 언제나 짧았다. 명절 하루 전날에는 아들 가족들이 밀물처럼 우르르 몰려와 방방마다 재잘거리며 수다를 그득 채우면 어머니의 만면에 넉넉한 미소가 저절로 생긴다. 명절 아침 차례가 끝나자마자 아들 내외는 처가에 들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허겁지겁 서둔다. 어머니께서 챙겨주시는 쌀, 고추, 감, 대추, 푸성귀, 매실진액, 감식초, 양파, 파, 고구마, 사과, 배, 석류 등 귀한 것들을 차가 미어지도록 실어도 어머니의 가슴에는 허전함이 남는다. 썰물 빠지듯 아들 가족들이 떠난 자리에는 허망한 빈 가슴에 외로움이 깃든다. 명절을 맞기 위해 지난 명절이 끝난 날부터 손꼽아 기다렸는데 딱 하루 만에 시끌벅적한 명절이 끝나버리고 삭정이 같은 그리움만 남는다. 남들처럼 딸이 있었으면 아들.. 2022. 9. 11.
모래 한 톨의 무게 신발에 모래 한 톨이 들어오면 견디기 힘들지만, 정작 모래밭에서는 맨발로 다니는 게 더 편하다. 삶의 방정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근심 걱정 없이 살다가 작은 고난이 닥치면 견디기 힘들지만, 항상 힘들게 역경을 이겨가며 사는 삶은 웬만한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다. 도심 하천에 텃새가 되어버린 청둥오리 가족들은 철 따라 먼 길을 떠나기가 두려워 하천에서 작은 먹이만 쫓다가 해가 지는 줄도 몰랐으니 이미 날개 근육이 굳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하늘을 날 때 부딪치는 작은 모래 알갱이들을 헤쳐나갈 용기를 잃어버린 거야. 작은 하천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참고 견뎌보는 수밖에. 2022. 9. 2.
伐草 短想 벌초 단상 조상님의 산소를 돌보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십 년 전만 해도 산소를 정성스럽고 멋지게 꾸미는 일은 자손으로서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장묘 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요즘에는 아예 산소를 만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주 드물게 매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분골 단지를 묻고는 간단하게 마무리한다. 그러고 보면 장묘 문화는 그 시대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대변하는 문화적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석묘가 유행하던 시기에는 그 당시 부족을 리더 할 수 있는 통치 수단이었으며, 전쟁을 하고 역사가 기록되던 시기에는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진시황 묘가 그랬고 경주나 부여의 여러 고분군이 그랬다. 조선 시대에는 유교라는 이념을 통치기반으로 하였으므.. 2022. 8. 30.
점 하나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유행가 가사지만 철학적 해학이 있는 언어의 유희다. 우리나라 언어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한 점 하나. 인생에 있어서 괴롭힘을 주는 고질병에 점 하나를 더하면 고칠 병이 된다. 빚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하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점 하나를 더하면 빛이 된다. 점 하나가 긍정과 부정을 가르는 기준이 되므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점이다. 우리네 인생사에서 점 하나라도 소홀하게 생각지 말고 신중하게 사용하여 긍정의 삶이길 바란다. 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2022. 8. 27.
애벌레와 나비 애벌레는 징그러운데 나비는 예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것이다. 동종의 애벌레와 나비는 겉으로 표현되는 모습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은 DNA다. 그런데 그를 대하는 나의 마음은 다르다. 사람을 대할 때도 호의적인 마음으로 대할 때와 경계심 가득한 마음으로 대할 때가 있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결정에 따라 선택된다.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갈등하지 않을 텐데 부족함이 많다. 2022. 8. 23.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 2000년 즈음이었으니 이십 년이 넘었다. 월드컵 경기장은 평시에는 전력사용량이 많지 않으나 경기 때에는 전기를 집중적으로 많이 쓰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각 경기장마다 자체 발전시스템을 구축한다. 자체 발전을 하다 보니 발전기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굴뚝 시스템은 중요한 시설물이다. 월드컵 경기장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짓다 보니 각 건설회사마다 시방이 다르고 협력업체들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하여 갖은 제안을 하며 경쟁을 벌이던 때, 대부분의 협력회사들이 수월한 방법으로 공사 제안을 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싸니까 우리는 공사 수주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은 굴뚝 라인이 짧아서 공사를 제대로 하더라도 비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서 수주할 수 있었다. 대전 월드컵 경기장.. 2022. 4. 6.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국정농단이라는 정치적인 죄명으로 22년 형을 받고 4년 9개월간 복역하다 2021년 12월 30일 특별사면 복권되었다. 대명천지에 무고한 대통령의 영혼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옆길로 돌려놓으려는 야비한 언론의 선동과 역사의 진실을 분간하지 못하고 부하 뇌동한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여론에 힘입은 정치꾼들의 협잡으로 정치적인 탄핵을 당했다. 정의를 상실한 사법부는 헌법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경계를 허물고 정치꾼들에 동조하여 대통령을 감옥에 가둔 정유사화(2017년)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의 심판을 남겨놓게 되었.. 2021. 12. 29.
나의 글쓰기 글을 잘 쓰고자 매무새를 고치곤 한다. 하지만 매번 넘을 수 없는 장벽 앞에서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의 글쓰기는 왜 이리 못났을까. 세상에서 내가 글을 제일 잘 쓸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인지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글을 꼭 잘 써야만 하는가. 이 또한 알지 못할 명제다. 글이라는 것은 나의 순수한 감정을 문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표현해내면 될 터인데 왜 꼭 잘 쓰려고만 할까. 아마 나는 나의 글을 통하여 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다르게 성형하고 싶은 본성이 있어서일 것이다. 나의 얼굴처럼 글에도 나만의 생김이 있으니 그냥 그대로 내놓으면 될 터인데 고민은 왜 필요한가.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은 많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공감을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얼굴을 내밀어 객관적으로 잘생긴 사람으.. 2021. 9. 6.
時論(당나라 군대)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라는 반체제 무장 이슬람단체에 의해 국가가 함락되었다. 외신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비애에 대하여 앞다투어 보도를 한다. 오늘의 아프가니스탄 현실에 대해 상세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우리나라가 6.25 전쟁을 치르느라 생사를 넘나들던 1950년대만 해도 그들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암담할 뿐이다. 이십 년 전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서 그들의 평화를 지키느라 100조 가량의 돈과 수많은 인력을 투입하였는데 결국 실패의 모델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삼십만의 정규군이 미군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는 자국의 정부가 자국의 국가와 국민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아프가니스탄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며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2021. 8. 20.
양재천 가는 길 다시 벚꽃이 피었다는 것은 내 몸에 한 겹 더 나이테를 새겼다는 의미다. 해마다 이맘때면 향수에 이끌려 양재천 쪽으로 고개를 길게 내민다. 여느 때보다 개화 시기가 빨라진 느낌이다. 바이러스 위기에도 불구하고 산책로에는 삼삼오오 도란도란 봄맞이 상춘객들로 붐빈다. 이십 년 이상 이 골짜기 이 냇가를 오가며 아이들을 키웠는데, 정작 그때는 봄이 오는지 가을이 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특별한 추억이나 가슴에 새길만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오손도손 아이들 키우는데만 열중했던 시간이었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향수가 보고 싶어 먼 길 떠난 연어가 회귀하듯 나는 향기를 따라 양재천변에 닿는다. 작년에 만났던 잉어 떼들이 다시 알을 품으러 양재천 옅은 물살에 몸을 맡기고 살랑대고 있다. 참 .. 202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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