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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

by 桃溪도계 2022.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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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즈음이었으니 이십 년이 넘었다.

월드컵 경기장은 평시에는 전력사용량이 많지 않으나 경기 때에는 전기를 집중적으로 많이 쓰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각 경기장마다 자체 발전시스템을 구축한다. 자체 발전을 하다 보니 발전기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굴뚝 시스템은 중요한 시설물이다.

 

월드컵 경기장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짓다 보니 각 건설회사마다 시방이 다르고 협력업체들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하여 갖은 제안을 하며 경쟁을 벌이던 때, 대부분의 협력회사들이 수월한 방법으로 공사 제안을 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싸니까 우리는 공사 수주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은 굴뚝 라인이 짧아서 공사를 제대로 하더라도 비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서 수주할 수 있었다.

대전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에는 굴뚝의 수평라인이 100미터 넘었으며 사이즈도 큰 편이었다. 당초 설계는 조립식으로 되어있었는데 우리는 전체 용접공사 방법을 제안하였다. 500 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려면 용접 방법으로 견고하게 시공할 것을 주장하였으니 당연히 견적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건설사에서는 가격을 낮추려고 조립방법을 고수하려 했고 우리는 고집을 꺽지 않았다. 결국 감리는 우리의 입장을 손 들어줘서 시방을 바꾸고 입찰을 하여 공사 수주를 하게 되었다. 

울산 월드컵 경기장은 건설사 측에서 끝까지 조립방법을 고수했다. 건설사 측 얘기는 저희가 기술력이 모자라는 것이라며 오히려 핀잔을 줬다. 다른 업체들은 모두 조립방법으로 가능하다는데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기술이 모자라므로 입찰에서 빠지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영업하느라 쫓아다닌 시간과 비용을 포기할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가격에 입찰에 응해 낙찰받았다. 문제는 공사방법에 대한 입장 차이였다. 우리는 건설사 측에 나중에 무조건 문제가 생기게 되므로 수평라인 만이라도 용접으로 공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건설사 측은 끝까지 응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감리를 찾아가 수평라인 공사에 대하여 용접으로 마무리하겠다고 제안했더니 감리는 공사방법 변경은 허용하겠으나 비용을 추가해 줄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허탈한 결론이었지만 우리는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 수평라인에 대해서는 용접방법으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월드컵 경기가 개막되기 1년 전부터 공사가 완공된 경기장에서는 시범 경기를 통해 각종 시설의 안전점검을 진행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굴뚝에 문제가 생겨서 경기를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감독기관에서 전국 월드컵 경기장 전체에 대하여 굴뚝 공사 정밀 안전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가 공사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대전 월드컵 경기장, 울산 월드컵 경기장만 안전하다는 결론이었다. 나머지 경기장은 보완 시공 등 난리법석이었다. 물론 공사업체들은 시방대로 공사를 했으니까 하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추가 공사를 통하여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경험이었다.

월드컵이라는 국가 대사를 진행함에 있어 허술한 공사를 사전 점검에서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공식 경기 중에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간담이 서늘하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한 점 후회는 없다.

비록 장사치들처럼 잔꾀를 부려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내가 한 일에 대한 자부심 한 자락은 오롯이 남아있다.

내가 살아가는 또 하나의 힘이다.

 

친구 아들 결혼식장에 참석했다가 이렇게 다시 조우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때 안전한 공사 방법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너를 만나는 일이 심히 부끄럽고 불편한 일이었을텐데, 고개를 곧추 세우고 당신을 뵙는 이 작은 기쁨을 혼자 삭이는 일도 아름다운 즐거움이다. 

 

[일    시] 2022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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