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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나의 글쓰기

by 桃溪도계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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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자 매무새를 고치곤 한다. 하지만 매번 넘을 수 없는 장벽 앞에서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의 글쓰기는 왜 이리 못났을까. 세상에서 내가 글을 제일 잘 쓸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인지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글을 꼭 잘 써야만 하는가. 이 또한 알지 못할 명제다.

 

글이라는 것은 나의 순수한 감정을 문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표현해내면 될 터인데 왜 꼭 잘 쓰려고만 할까. 아마 나는 나의 글을 통하여 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다르게 성형하고 싶은 본성이 있어서일 것이다. 나의 얼굴처럼 글에도 나만의 생김이 있으니 그냥 그대로 내놓으면 될 터인데 고민은 왜 필요한가.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은 많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공감을 얻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얼굴을 내밀어 객관적으로 잘생긴 사람으로 인정받기는 이미 틀렸다. 그렇다고 얼굴을 감추고만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거울을 보면서 이목구비 조화를 살피고 굳어져가는 주름의 물길에 초점을 맞춰본다. 못생기면 어때. 생긴 그대로를 사랑하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생긴 모습은 바꿀 수 없더라도 표정은 바꿔가며 살자. 가급적 웃는 표정이면 좋겠다.

 

나의 글도 내가 사랑하고 보듬어야만 진정한 내가 되는 것이다. 글을 잘 쓰려고 억지 대다 보면 성형한 얼굴이 되어 나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방법을 상실하게 된다. 나만의 표정을 나의 글을 통하여 빚어내자. 못생기면 어때. 웃으면 되지.

 

나의 글쓰기는 부족한 나를 새기고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일시] 2021년 9월 4일

          * 벌초 다녀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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