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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양재천 가는 길

by 桃溪도계 202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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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벚꽃이 피었다는 것은 내 몸에 한 겹 더 나이테를 새겼다는 의미다.

해마다 이맘때면 향수에 이끌려 양재천 쪽으로 고개를 길게 내민다.

여느 때보다 개화 시기가 빨라진 느낌이다. 바이러스 위기에도 불구하고 산책로에는 삼삼오오 도란도란 봄맞이 상춘객들로 붐빈다.

 

이십 년 이상 이 골짜기 이 냇가를 오가며 아이들을 키웠는데, 정작 그때는 봄이 오는지 가을이 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특별한 추억이나 가슴에 새길만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오손도손 아이들 키우는데만 열중했던 시간이었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향수가 보고 싶어 먼 길 떠난 연어가 회귀하듯 나는 향기를 따라 양재천변에 닿는다.

 

작년에 만났던 잉어 떼들이 다시 알을 품으러 양재천 옅은 물살에 몸을 맡기고 살랑대고 있다. 참 반가운 인사다. 만나야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눈 한 번 맞추고 너와 나는 서로의 생태로 돌아간다. 언제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무탈하게 버텼다가 내년에 다시 만나자.

 

돌아오는 길.

전철 3호선을 타고 양재천의 감상을 정리하며 서 있는데,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자리를 양보한다. 나도 모르게 나이가 그렇게 들어 보이나 보다. 듬성듬성한 머리카락이 제법 하얗게 쇠어서 그럴 만도 하겠다 싶으면서도 억울한 마음을 달래며 고맙게 앉는다.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이를 우짜겠니.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나는 지하철을 타고 양재천에 들릴 것이다.

알을 품으러 고향을 찾은 잉어 떼들처럼 나도 일상의 고단함과 세상 이치에 맞지 않는 편린들을 묻어두려 양재천에 올 것이다.

 

[일      시] 2021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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