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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

추석

by 桃溪도계 202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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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명절 같지 아니하고, 삶이 삶 같지 아니한 시간이 벌써 2년 째다.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정부를 향해 거센 저항의 메시지를 보낸다. 백신 접종이 좀 더 많았더라면 지금쯤 조금은 수월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수천억 원 대의 돈을 홍보비로 사용하고도 백신을 제 때에 구입하지 못했다. 같잖은 변명을 둘러대며 감옥 같은 방역수칙을 지키라고만 명령한다.

 

추석이 다가왔는데도 가족끼리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들 만나는 것을 바이러스는 꼴 보기 싫은가 보다.

어떻게든 갈라놓으려 한다. 일부 국민들은 더 이상의 방역수칙은 바이러스와 상관없는 정치 방역이라고 규정하고 목청을 돋운다.

 

도대체 바이러스는 왜 이렇게 까탈스러운가.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는 창궐을 한다. 저녁 6시 이전에는 네 사람을 만나도 되는데 그 이후에는 두 사람 이상 만나면 바이러스가 쉽게 설친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사람들이 많이 밀집한 곳에는 바이러스가 맥을 못 춘다. 공공성을 띤 조직의 모임에는 에너지가 다운되고 일반 모임에는 기가 산다. 민노총 같이 국가에 강성적인 어필을 하는 집단에는 바이러스도 기가 죽는다. 바이러스는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집단에게는 귀신같이 붙고, 현 정부에 우호적인 세력에게는 기가 꺾인다. 어쩌면 바이러스는 정부의 통치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앞뒤 분간 못하는 희한한 종이다.

 

힘든 시간이어도 세월은 가고 꽃은 핀다. 그 가운데서도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꽃무릇이 빨갛게 속절없이 피었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할지언정 뿌리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 절망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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