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름다운 동행
隨筆, 散文

어머니의 명절

by 桃溪도계 2022. 9. 11.
반응형


아들 셋을 둔 어머니의 명절은 언제나 짧았다. 명절 하루 전날에는 아들 가족들이 밀물처럼 우르르 몰려와 방방마다 재잘거리며 수다를 그득 채우면 어머니의 만면에 넉넉한 미소가 저절로 생긴다.

명절 아침 차례가 끝나자마자 아들 내외는 처가에 들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허겁지겁 서둔다. 어머니께서 챙겨주시는 쌀, 고추, 감, 대추, 푸성귀, 매실진액, 감식초, 양파, 파, 고구마, 사과, 배, 석류 등 귀한 것들을 차가 미어지도록 실어도 어머니의 가슴에는 허전함이 남는다.

썰물 빠지듯 아들 가족들이 떠난 자리에는 허망한 빈 가슴에 외로움이 깃든다. 명절을 맞기 위해 지난 명절이 끝난 날부터 손꼽아 기다렸는데 딱 하루 만에 시끌벅적한 명절이 끝나버리고 삭정이 같은 그리움만 남는다. 남들처럼 딸이 있었으면 아들 가족들이 떠날 시간에 딸 가족들이 친정에 들려서 명절이 하루 더 길어지는데 그렇지 못한 어머니의 명절은 늘 짧았다.

세월이 흘러 큰 아들 처가의 빙부 빙모님이 세상을 떠나 기를 쓰고 처가에 가지 않아도 될 환경이 되었다. 아울러 시집간 어머니의 첫 손녀는 명절이 끝나는 시간에 할머니 댁에 들른다. 딸이 없어 명절이 항상 짧았던 어머니의 명절은 시집간 손녀가 있어 하루 더 길어진 명절이 입에 착 달라붙는 달콤한 곶감 맛이다.

명절 때만큼은 이웃집 딸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는데, 손녀가 가끔 허전한 공백을 채워줄 수 있으니 이제 세상 부러울 것도 없다. 명절이 오든 가든 아쉬워하지도 않아도 되니까 다음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사랑하는 아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딱 하루 더 길어진 어머니의 명절은 어머니의 가슴에 나비가 되었다.

 

으름
며느리 밑씻개
석잠풀
부추
박주가리
태풍 힌남노가 남긴 상처
어수리
수세미
마타리
꽃무릇
석류
슈퍼문

 

728x90

'隨筆, 散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物緣물연  (74) 2022.09.27
코로나 백신 유감  (56) 2022.09.16
모래 한 톨의 무게  (58) 2022.09.02
伐草 短想 벌초 단상  (55) 2022.08.30
점 하나  (12) 2022.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