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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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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과 예술 최선은 예술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선이라는 기준을 설정하지 못한 채 적당하게 타협하고 자신을 위로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최선을 다 한다면 두려울 게 없다. 어떤 때에는 최선을 다하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적당하게 하고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최면을 걸고 위로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최선을 다하는 걸까. 궁극적으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않고는 우리는 영원히 최선을 다할 수가 없을뿐더러 최선을 다하기도 어렵다. 최선을 다한다는 명제는 개인차가 너무 많으므로 삶의 전부를 두고 분석하기에는 시간적 .. 2023. 11. 28.
삼각산 성큼 다가 선 겨울이 낯설지는 않지만, 떠나보내야 하는 가을은 아쉬움을 남기는 시간. 미처 준비가 모자랐던 단풍잎이 지난밤 된서리에 고운 단풍을 갈무리할 겨를도 없이 고스라졌다. 개울가에 오종종 어깨를 견주고 있던 파란 이끼가 투명하게 맺힌 얼음에 낯선 이마를 맞대고 있다. 가고 오는 세월을 따라 무뚝뚝한 나의 계절도 뒤뚱거리며 쫓는다. 겨울이 온다는 것은 봄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무언의 암시. 더디게 올 것을 알기에 보채지는 말자. [산행 일시] 2023년 11월 16일 [산행 경로] 북한산성 입구 - 대서문 - 중성문 - 대남문 - 구기탐방지원센터(9.5km) [산행 시간] 3시간 40분 2023. 11. 26.
[時論] 암컷들의 거취 최근 한 수컷 정치인이 대통령 부인을 빗대어 암컷이 설친다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발설하여 논쟁거리가 되었다. 그에게 암컷은 무슨 의미일까. 자신의 배우자 또는 딸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는 의미일까. 이 정도 되면 그에게 수컷이니 암컷이니 이런 말로 되갚아 주는 것은 창피할 정도다.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 정치인의 사고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한심할 따름이다. 그와 정치적인 궤를 같이 하는 송ㅇㅇ은 오십 넘은 각료에게 어린놈이라고 일갈하며 조롱하고 있다. 예전에 유ㅇㅇ은 인간이 육십이 넘으면 뇌가 썩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므로 정치에 관심을 멀리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사회적인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에게 정치와 경제에 관심 없이 자신들 배만 불리면 된다는 플래카드를 내 걸어 소.. 2023. 11. 23.
친구 친구 간에 삼가야 할 몇 가지는 자식 자랑, 배우자 자랑, 돈 자랑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여성 친구들 간에 자식 자랑은 절대 금기 사항이다. 모성에 있어서 자식은 영혼의 탯줄이 이어져 있는 관계여서 더욱 각별하다. 영혼을 나눈 자식이 다른 자식과 비교되어 열등함을 인정해야 된다면 폐부 깊숙이 재워 둔 아픔을 꺼집어내는 것과 같다. 진짜 친한 친구는 결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친구다. 자식 자랑을 늘어놓아도, 배우자 자랑을 늘어놓아도, 돈 자랑을 늘어놓아도 거리낌 없는 관계다. 드러내지 않고 숨겨진 아픔을 위로받을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2023. 11. 18.
월출산 월출산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산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월출산에 안기니 무지 반갑다. 그동안 잊다시피 지냈었는데, 사명社命을 받들기 위해 임지任地에 근무 중인 친구의 호의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대학 동창들이어서 꽤 오래된 우정이지만, 자주 만나지 못하고 대면대면 연락만 유지하고 지내다가 근자에 와서 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안부가 가까워졌다. 언제나 그랬지만 월출산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남도 지방에 자리 잡았지만, 그 높이가 809미터나 되어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더구나 영산강이 느긋하게 휘감아 도는 너른 들판에 암릉들이 다투듯 우뚝 솟아 있어서 산 길을 걸을 때에도 한 눈 팔 새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안주 삼아 걷는 길은,.. 2023. 11. 13.
운주사 [안부] 어디 편찮으신가 운주사 와불님 혼자 걸어도 함께인 듯 함께 걸어도 혼자인 듯 가을바람이 서걱대는 계단길에서 가만히 염불소리를 모은다 님을 다시 만날 때까지 님의 아픔이 아니라 나의 아픔인 줄 미처 몰랐다오 어리숙한 석공의 손길에 희미해진 천불의 미소 님을 닮고 싶어 계면쩍게 웃어 본다 내 사랑의 안부를 조용히 걸어두고 돌아 서는 길 설익은 풍경소리가 애닮다 [일 시] 2023년 11월 12일 2023. 11. 12.
어느 이방인 아내의 고백 이 국 만 리에 정을 묻고 사랑을 심고 싶었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들의 가시 같은 슬픔을 뒤로하고 그녀는 고국을 떠나왔다. 어차피 가족과 자신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사랑보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절박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굳이 많은 돈이 필요했던 건 아니겠지만, 가족들의 궁핍을 면할 수 있는 정도의 돈과 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돈이면 되었다. 아직은 철부지라면 철부지다. 부모 사랑이 더 많이 필요한 나이인데, 새로운 삶을 찾아 보모 곁을 떠나왔다. 이 모든 아픔을 다 치료하고도 남을 만큼 꿈은 야무지게 커져, 더 이상 품을 비집고 들어올 불행은 없다. 십 대 일의 경쟁을 자랑스럽게 통과했다. 사랑할 대상이 어떤 사람이건 상관없다. 친구들 간의 경쟁으.. 2023. 11. 6.
잃음과 얻음 잃음과 얻음 인간은 누구나 잃을 때는 조금 잃고 얻을 때는 많이 얻고 싶은 욕망이 있다. 잃음과 얻음 조금과 많음의 기준은 무엇인가. 거울을 거꾸로 들어도 얼굴은 똑바로 보이듯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잃음과 얻음의 근본적인 경계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잃어도 잃는 게 아니며 얻어도 얻는 게 아닐 것이다. 2023. 11. 1.
2023 춘천마라톤(Full-44) "마라톤은 빠름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애당초 빨리 뛰는데 체력적인 한계를 가진 내게 꼭 맞는 가르침이다. 빨리 뛰지는 못하지만 꾸준하게 달릴 수는 있을 것 같아 오랫동안 친구 삼아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세월을 쌓다 보니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타이틀을 내어준다. 동 대회를 10번 참가한 마라토너에게 꾸준함을 응원하기 위하여 마련한 이벤트다. 타이틀 하나의 무게가 그리 크거나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내심 으쓱함은 있다. 2009년 춘천마라톤 처음 참가했던 때를 기억한다. 마라톤 경험이 많지 않아 패기로 달리던 때였다. 마라톤 시작하고 처음으로 SUB-4를 기록하여 나름 우쭐했던 기억을 되새긴다. 돌이켜보면 한 걸음 한 걸음 고통스럽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다. 가을이 농.. 2023. 10. 30.
칠장사 밤새 뒤척이던 갈대가 샛노랗게 흔들린다 농익은 은행잎이 후드득 떨어지니 삐쳤던 마음이 부끄럽다. 가을 맞으러 일주문 열고 보니 설레었던 감상 허리춤에 걸려있다 서둘렀던 발걸음에 그대 생각 빠뜨렸구나 한 열흘쯤 저몄다가 흥얼흥얼 단풍잎에 새겨보리라 [일 시] 2023년 10월 27일 2023. 10. 28.
쑥부쟁이 쑥부쟁이 고단한 몸 일으켜 새벽 들 일 나가시던 제 어미 떨어지기 싫어 꽁무니 빼는 배내기 송아지 우시장에 팔고 처진 어깨에 달빛을 지고 오시던 청운의 꿈을 안고 객지로 떠나는 아들을 눈시울 붉히며 배웅하시던 아버지 2023. 10. 26.
지리산 종주(17) 변화는 아름다움이다. 단풍 마중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겨울 산호초를 만났다. 상고대를 만날 수 있으려나 기대하면서 겨울 산을 뒤질 때에도 시절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 뜻밖의 행운이 있어 가을산에 들렀다가 상고대를 만나는 기분은 별유천지다. 지리산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위해 가을을 열심히 밀어내고 있었다. 산에 닿으면 스트레스로 가득 찼던 가슴이 비워지면서 그 빈자리에 산향기로 가득 채워진다. 산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행여 견딜만하거든 지리산에 오지 말라했건만, 세상살이에서 견딜만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역설적이게도 지리산을 꼭 오라는 당부일 것이다. 나는 내 삶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산에 오르는 게 아니라, 산에 올라서 여유를 찾는다. 지리산을 처음 오르며 가슴 벅찼던 일을 떠올.. 202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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