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1536)
지리산 7암자 순례길 道를 구하는 일이 그리 쉽기야 하겠냐만은 함양 음정마을에서 도솔암 오르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길이 없는 길을 가야 하는 산객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소쩍새가 밤을 새워 산길을 밝힌다. 부처님 오신 날 딱 하루 열리는 7 암자 순례길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세상 살면서 엉킨 감정들을 풀어내고 새로운 마음을 여미기 위하여 求道의 마음으로 들어선 순례길이다. 도솔암 오르는 길에서 선두에 섰던 리더가 길을 잘못 잡았다. 가파른 돌무더기 길을 개척하는 일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 사람이 많아 걷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는 전날 하프 마라톤을 달리고 왔던지라 아직 피로가 덜 풀린 상태였으므로 가다 서다 쉬엄쉬엄 오르는 길이 그나마 다행이다. 깜깜한 밤에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길이 ..
2025년 서울 시민 마라톤대회(Half-40) [뻐꾸기 마라톤] 마라톤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현장 접수도 가능했는데, 요즘에는 젊은 친구들이 대거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까딱 놓치면 마감되어 버린다. 서울 시민 마라톤의 부제는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이다. 참가비 전액을 소아암 환우들에게 기부한다는 아름다운 명분을 갖고 있다. 이 대회에 몇 번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깜빡 잊고 놓쳤다. 푸른 오월에 한강을 누비며 함께 뛰고는 싶은데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마라톤을 함께하던 지인이 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하는 수없이 함께 하자며 의견을 모으고 그분의 참가 배번을 복사해서 함께 뛰기로 했다. 일명 뻐꾸기 마라톤이다. 솔직히 창피해서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연습한다는 개념으로 편법을 감행한 것이다..
[時論]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時論]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되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되었을 때,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대행의 대행 역할을 했다. 5월 1일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총리직 사표를 냈다. 민주당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선에 뛰어드는 꼴을 못 보겠다고 앙탈을 부리다가 성에 차지 않으니까 미쳐 날뛴다. 급기야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탄핵하겠다고 국회에 의안을 상정하고 투표를 진행하고 있을 때, 최상목 부총리가 사표를 냈다. 이를 한덕수 총리가 국무총리직이 유지되는 5월 1일 밤 12시 이전에 사표 수리했다. 이제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대통령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다. 무슨 대통령 대행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 꼴이 이게 뭔가. 글로벌 리더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하는 짓치고는 창피해서 얼..
[독후감]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지은이 : 서동욱(철학자, 시인)저서 : 차이와 타자, 들뢰즈의 철학, 일상의 모험 등발행일 : 2024. 01. 12. 다소 생경한 느낌의 책 제목에서 호기심을 느꼈다. 서문에서 날씨가 우리를 만드는 것이지 우리가 날씨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선언한다. 생각 또는 철학도 날씨가 만들어 낸다. 독일의 검은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숨기 좋아했던 하이데거는 오두막에 폭풍이 치고 눈이 오면 그때가 철학자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오두막을 눈으로 덮어 따뜻하게 만드는 날씨는 생각의 알을 암탉의 체온으로 데우는 부화기다. 중요한 것은 반대 방향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날씨가 만드는 사상이 아니라 날씨를 만드는 사상은 없는가? 헤라클레이토스는 폭우로부터 가뭄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가? 라..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인데 한번 걸어 본 경험이 있다. 물론 여러 번에 나눠서 걸었다. 둘레길이라 해서 평탄한 산책길이 아니라 산 길도 있고 마실길도 있다. 친구들과 북한산 둘레길을 한 번에 완주하자고 모의했다. 실패하더라도 두려워 말자. 그것은 또 다른 문을 열기 위한 창조의 과정이니 덤비고 보자. 저녁 8시 30분 불광역 장미공원을 출발하여 둘레길 역방향인 탕춘대 방향으로 출발했다. 옛성길(7구간) 구간 지나고 평창마을 길(6구간)에 접어들어 평창동 가는 길을 찾지 못해 알바했다. 밤 길이어서 이정표 인식이 쉽지 않은 점은 야간 산행에 장애요소다. 평창동 길을 걸으며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맛은 이국적인 분위기다. 웅장한 대저택들이 문을 잠그고 사회와 격리할 태세로 담..
추억은 잊혀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교정을 떠난 지 50년이 넘었다. 그때를 기억하며 반세기의 시간 동안 자신들만의 영혼을 구축하며 살아오다가,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여기서는 각자의 영혼을 잠시 내려놓고 추억을 꺼내어 우정이라는 영혼으로 소통을 한다. 성냄도 없고 짜증도 없어 단순해진 영혼은 행복만을 기억한다. 초등학교 운동장 시설 공사 때문에 중고등학교 교정을 빌려 체육대회를 한다. 장소는 어디가 되었건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반가운 인사와 웃음이 교정에 넘실대는 축제다. 각 마을 어른들 초대해서 따뜻한 추어탕과 술과 안주거리를 준비했다. 일종의 경로행사를 겸하는 한마음 체육대회다. 보고 싶은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단걸음에 달려왔는데,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일정이 바빠서 못 온 친구들도 있고, 연락이 닿지 ..
캠핑 삶이란 비 온 뒤 무지개 같은 것이다. 젊었을 때, 삶은 도전이며 긍정과 부정이 반반씩 나눠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긍정으로 추가 기울면 긍정이 되고, 부정으로 추가 기울면 부정이 된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나이를 채워가면서 삶은 부정보다는 긍정의 요소가 훨씬 많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삶 자체가 긍정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필요할 때, 긍정을 꺼내다가 생채기가 나거나 떨어뜨리면 부정이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긍정보다는 부정이 많다고 느낀다. 그것은 욕심이 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긍정이라는 씨톨을 키우다가 욕심이 과하게 되면 부정으로 변해 버리는 이치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들이 캠핑 가자며 날 잡으라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캠핑을 불편해하며 좋아하지 않는다. 막히는..
마라톤은 꾸준함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마라톤 역시 하면 할수록 힘들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 입문해서 열정적으로 연습할 때는 달릴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기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그 시기에 기록에 대한 과한 욕심이 있었던 사람은 부상으로 마라톤을 빨리 그만두는 경향이 많다. 나의 경우, 마라톤 하면서 발톱이 빠지는 자잘한 부상은 상시적으로 경험했지만, 큰 부상을 입은 적은 없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하게 타협하면서 달릴 수밖에 없었던 게, 이십 년 가까이 달릴 수 있는 동인이 되었다. 남들보다 잘 달리지 못함을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라며 변명 아닌..
청계산 진달래능선 마다가스카르의 혹등고래를 닮은 청계산 진달래 능선을 만나는 설렘은 괜한 흥분이 아니다. 돌풍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만나러 오르는 길은 즐거움이다. 그를 만나러 청계산에 와락 껴 안기니 좋기도 하지만 왠지 쑥스럽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거주춤 그에게 안부를 전한다. 앞뒤 재지 않고 어설프게 덤비는 것은 실례다. 그의 가슴이 뜨거워질 때까지 포근하게 쓰다듬고 어루만져야 한다. 헛물켜는 속물로 보이고 싶지는 않다. 제비꽃, 현호색, 개별꽃들이 반긴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보라색, 흰색, 노란색들을 땅속에 숨겨뒀다가 봄이 되면 예쁘게 색을 올리는 에너지가 마냥 신기할 뿐이다. 자연은 언제나 위대한 아름다움이다. 목이 탄다. 헬기장에 올라 막걸리 한 잔 ..
땡감골 아버지 기일을 맞아 서울에서 이른 아침을 재촉해 숨 쉬는 소리도 크게 들릴 것 같은 조용한 땡감골에 도착하니 어머니 혼자 불편한 몸을 겨우 추스르며 조기, 상어, 각종 나물들을 펼쳐놓고 제물을 다듬는다. 허리 수술 하고부터는 거동이 많이 불편해져서 구시렁거림이 많아졌다. 거기다 무릎까지 아파 짜증이 늘어 한숨 소리가 커졌지만, 순리로 받아들이려 마음을 다독이는 편이다. 어머니를 도와 조기와 오징어를 찌고 상어를 삶았다. 아내는 전을 부치고 나물을 볶았다. 대충 정리해 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봄비가 올랑말랑 뒤척인다. 지난달 산불이 휩쓸었을 때, 다행히 땡감골은 산불을 피했지만, 가뭄이 지속되는 한 염려를 지울 수 없기에 시원하게 비 좀 내려 달라고 아버지 산소에 들러 염원을 전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천년의 미소 그와 만나기로 했다. 조바심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역사시간에 졸린 눈으로 흘리듯 잠깐 만난 이후로 그는 나의 짝사랑이었다. 당신을 사랑해 버린 나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알량한 자존심이었을까. 아니다. 드러내 놓고 자랑하지 못하고 가슴에만 품었던 지극히 소심한 사랑이었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당신을 뵙고 싶은 마음을 앞세우고 한 호흡에 돌계단을 올랐다. 불이문不二門에 이르러 숨을 몰아쉬며 잠시 매무새를 다독인다. 선뜻  나아갈 수가 없다. 혼자만 숨겨왔던 첫사랑을 만나는 두근거림이다. 둥지 앞 축대 밑에서 또다시 멈칫거린다. 많이 보고 싶었는데, 막상 당신 앞에 서니까 다가 설 용기가 없다. 그동안 흠모해 온 당신이 행여 실망할까 두려워하는 건 아니다. 그냥 이렇게 만난다는 게 두려울 뿐이다. ..
북한산 길 위에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 진달래가 피고 눈이 내린다.진달래가 온다길래 봄맞이 갔다가 춘설을 만났으니 낭패였다.아니다 행운이었다. 꽃이 피나 눈이 오나 경계를 짓는 일은 의미 없는 가설이다.꽃과 눈은 다름이 아니었다.그 시작은 언제나 아름다움이었다. 봄은 언제나 겨울 다음에 맺히는 꽃인 줄 알았다.하나, 봄은 혼자 오는 게 아니라 겨울에 섞여서부대끼며 오는 것이었다.  [산행 일시] 2025년 3월 29일[산행 경로] 불광역 - 탕춘대 능선 - 비봉 - 문수봉 - 대남문 - 백운봉 암문 - 북한산성 탐방센터(16.8km)[산행 시간] 6시간 30분
동유럽 기행(11일 차) - 안녕 폴란드 콘스탄친의 유스티나 집에서 이번 여정의 마지막 아침을 맞는다. 딸과의 인연으로 만나 분에 넘치는 호의적인 대접을 받았다. 지난번에 밥값이라도 해야겠다며 시작했던 정원의 나무 일부를 손질했다. 시간이 여유로우면 모두 해주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아쉬웠다. 아침 먹기 전에 집 주변 숲에 산책을 갔다. 사랑을 독차지하던 반려견 '피핀'이 앞장선다. 평지에 조성된 숲에는 소나무, 자작나무가 많은데, 소나무 벌목 작업이 한창이다. 워낙 우거진 숲이라 간벌을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숲의 순기능이 느껴져 부럽다. 가을철이면 이 숲에 식용 버섯이 많이 생산된다고 귀띔한다. 자작나무에 말굽버섯이 많이 붙어 있어서 한 개만 땄다. 가져오지도 못할 것이기에 습관적으로 따기만 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실에,..
동유럽 기행(10일차) - 폴란드 바르샤바 가는 길 분주한 프라하의 아침을 서둘러 깨웠다. 여행 내내 가지고 다녔던 볶음 김치와 멸치 볶음, 누룽지와 햇반을 곁들여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바르샤바까지 700km에 이르는 장거리 여정이다. 유럽에서의 마지막 운전대를 잡고 체코의 고속도로를 달린다. 프라하에서 바르샤바로 가는 길은 산이 있고, 평야가 이어져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비슷한 분위기다. 국경은 아직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국도를 따라 산을 넘어야 한다. 구불구불한 편도 1차선 길이 험하다. 체코를 넘어 폴란드 땅에 도착하니 국도는 완만하게 이어진다. 다시 고속도로를 따라 중간 기착지인 브로츠와프 City에 도착했다. 브로츠와프 시는 인구 70만 명 정도로 폴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라 한다.먼저 점심을 해결하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동유럽 기행(9일차) - 체코 프라하 야경 프라하의 야경은 유럽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도시 풍경 중 하나로 꼽힌다.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조명에 각색되면 블타바강에 반사된 불빛이 도시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우리 일행은 블타바 강의 유람선에 승선하여 프라하의 야경을 관람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화려하지 않고 그저 담담한 야경이다. 한번 정도는 타 봄직한 코스다. 한강 유람선도 한 번 타 보지 않았던 점을 이입하면 아이러니다. 카를교나 페트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의 야경과 유람선에서 올려다보는 야경의 느낌은 분명 다를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두 방향에서의 야경을 비교해보고 싶지만, 적당히 타협하는 것도 염치이고 순리다.늦은 저녁에 도보로 숙소로 이동했다. 늦은 시간에 점심을 거하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 않다. 숙소 앞 상점..
동유럽 기행(9일차) - 체코 프라하 패트린 타워 프라하의 패트린 타워(Petrín Tower)는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유명한 전망대로, 1891년에 세워졌다. 이 탑은 파리의 에펠탑을 모델로 한 구조로, 높이는 약 63.5미터로 에펠탑에 비하면 1/3 높이지만, 패트린 언덕에 위치해 있어 해발 높이는 에펠탑과 비슷하다. 패트린 타워는 원래 1891년 세계박람회를 기념하여 건립되었다. 탑에 올라가면 프라하 시내의 멋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타워 인근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유명한 패트린 공원이 있어 산책이나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여서 우리나라 서울의 남산타워를 연상하게 한다.[일시] - 2025년 3월 21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