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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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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대한 短想 지구를 포함한 대기권에서 물의 절대량이 변하지 않았는데, 세계 각국에서는 물이 부족하다고 야단이다. 물 좋고 산 좋다는 금수강산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물은 어디로 갔을까. 물은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물은 지구에 있으며, 일부는 대기권 안에서 구름으로 저장되어 있다. 그런데 물이 부족하다. 물이 부족하다 함은 물의 절대량이 줄었다는 게 아니라 물을 많이 썼다는 이야기다. 역사를 이어오면서 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1인당 물 소비량도 비교하지 못할 만큼 많이 늘어났다. 인간은 자연이 스스로 정화하고 교류하는 물의 흐름에 끼여 들어서 그 흐름을 교란하고 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역할을 자연이 맡고 있는데, 자연이 재.. 2024. 3. 8.
落枝낙지(청계산) 옛골에서 이수봉 오르는 소나무 길에 나뭇가지들이 혼란스럽게 널브러져 있다. 우렁찼던 소나무 가지가 꺾이고 목이 비틀어졌다. 폭설과 바람에 팔을 잘라내야 하는 아픔을 견뎌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자라난 세월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늘의 명령이었으니 순응할 수밖에 없지만, 아픔을 위로할 길은 없다. 들보 만한 가지를 잘라내야 하는 나름의 이유는 있었으리라. 아픔이지만 희생을 통하여 민족을 살리려 했던 독립운동가 선생님들의 영혼을 떠올려보는 삼일절이다. 소나무는 이번 기회에 가지를 잘라내지 않으면 목이 비틀어질 수 있음을 간파해서 아픔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걱정 없이 웃자랄 때만 해도 잘난 줄만 알았는데, 겸손하지 못했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간의 삶도 이.. 2024. 3. 3.
아! 고구려 역사지키기 마라톤(Half-36) 궂은 날씨를 열고 갑진년 마라톤을 영접한다. 올해 들어 처음 참가하는 마라톤이라 일종의 始走祭시주제인 셈이다. 갑진년 올 한 해도 무탈하고 행복하게 달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겨우내 일기가 고르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여차저차 게으름 부린 탓에 몸이 무겁다. 첫 시작이니만큼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달리고자 다짐한다. 그런데 속도가 별로 나지 않는데도 다리 근육이 뻐근하고 호흡이 고르지 못하다.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이다. 하프 지점 까지는 그런대로 달릴만하다. 기록은 저조해도 달리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25km 지점부터는 쉽지 않다. 달릴까 말까 고민이 생긴다. 기록은 포기하고 끝까지 마무리하고자 입술을 깨물었다. 작년 본 대회에 참가했을 때처럼 달리기 참 힘들다. 결승점 1km를 남겨 놓.. 2024. 2. 28.
정상석이 두 개(운악산) 봄이 오는 길목에 함박눈이 내렸다. 길이 막히면 더디 올 수도 있겠다 싶어 마중을 나간다. 행여 상고대를 만날 수 있으려나 기대했었는데, 나뭇가지에는 눈이 다 녹고 바닥에 잔설만 깔려있다. 오랜만에 만난 운악산의 듬직한 바위와 향기는 변함이 없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출렁다리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출렁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새롭게 신설한 등로를 올라야 한다. 한마디로 기능성이 전혀 없는 관광용 출렁다리다.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싶다. 산과 어울리지도 않고, 기능성도 없는 출렁다리에는 건너는 사람도 뜸하다. 휴일인데도 이 정도이니 얼마 못 가서 흉물로 남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이 상태도 유지하려면 비용을 들여야 할 텐데 한숨이 나온다. 미륵바위를 지나면서부터 .. 2024. 2. 26.
막둥이의 하루 중학교에 입학한 막둥이 녀석이 외모에 꽤 신경을 쓴다. 여학생들이랑 같은 반에서 공부하다 보니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무렇게나 뒹굴며 살아온 그에게는 새로운 일상이다. 더운 여름날 웬만하면 그냥 자면 좋겠지만, 자신에게 선심 쓰듯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고는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기 바쁘게 거울을 본다.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삐죽삐죽 뒤엉켜서 마음에 내키지 않아 속상한 모양이다. 머리를 감으면 될 텐데 귀찮은지, 잠 덜 깬 얼굴에 짜증을 덕지덕지 붙여서 한참을 거울 앞에 서성이다가 물을 바르고 빗으로 빗는다. 그러나 세상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머리카락들이 시위하듯 총총히 일어선다. 한 발짝도 양보하고 .. 2024. 2. 20.
[ 時論]건국전쟁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80년이 다 되어가지만 우리나라 건국의 역사는 그 당위성이 부정되고 있다. 누구에 의해서, 누구를 위하여 역사는 부정되고 있는 것일까. 2024년 2월에 이승만 대통령의 왜곡된 업적을 바로 잡으려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되었다. 김덕영 감독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독립운동과 정부수립 과정, 정부수립 후 6.25 전쟁 수습과 자유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그의 여정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중고등학교 역사책에서 단편적으로 다뤘으나 우리는 건국의 역사를 심도 있게 알지 못한다. 물론, 이 영화의 내용을 진실이라고 규정짓기에는 아직 공부가 모자란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인식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의 역사가 부정적인 측면에서 인식되고 폄.. 2024. 2. 13.
삼각산 세밑에 산문을 여니 아버지가 생각난다. 유년시절 친구들은 방학을 맞아 자치기, 깡통차기, 얼음 썰매 타기, 딱지 치며 놀기 바쁜데 나는 아버지를 따라 추운 겨울산을 올라 삭정이, 솔가지 등 땔감을 구하던 그 시절. 어린 나이에 나무를 한들 얼마나 하겠냐만은 아버지는 맏아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는 일이 든든했던가 보다. 깜깜한 발자국을 따라 새벽을 깨우니 새록새록 단잠에 들었던 손녀가 기지개를 켠다. 어느덧 손녀는 내 가슴속에 더 진한 인연의 향기로 스며든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 지는 묘한 이 감정선은 무엇일까. 설날에 산소를 찾아 아버지께 고하고 무탈하게 잘 자라도록 보살핌을 구해야겠다. 준비 없이 길을 나선 터라 발걸음이 더듬거린다. 다행스럽게 손전등을 비춰주는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할머니가 반갑게 인.. 2024. 2. 9.
소백산 겨울을 떠나보내기 전에 소백산 바람을 맞아야 직성이 풀리는 고약한 버릇이 생겼다. 여차저차 기회를 놓치게 되면 마음이 개운치 않아 한 해 보내기가 찜찜하다. 하여 칼바람을 맞으리라 단단히 각오를 하며 소백산을 오른다. 솔직히 소백산은 기기묘묘한 바위나 수려한 풍광이 마음을 끄는 산은 아니다. 험준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산이다. 그나마 철쭉이 피는 계절에는 철쭉꽃이 군락을 이루어 가끔 안부가 그리운 산이다. 겨울에 소백산을 오르는 이유는 면역 예방주사 같은 세찬 바람을 맞기 위함이다. 예전에 지인은 겨울 산행 경험이 많지 않았을 때, 아내와 함께 겨울 소백산에 올랐다가 바람을 제대로 만나 혼쭐이 난 적 있다. 장갑도 부실했고, 볼싸개 등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느 겨울 산 오르듯 올랐다가 감당할 수 없.. 2024. 2. 5.
연습이 필요하다 흔히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한다. 삶이든 마라톤이든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맞는 말도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은 연습을 할 수가 없을뿐더러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에 마라톤은 연습을 하지 않고는 그 문턱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다. 며칠간 기승을 부리던 맹추위가 다소 느긋해진 틈을 골라 오랜만에 양재천을 달린다. 새해 들어 처음 맞춰 보는 걸음이라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진 느낌이다. 나이를 쌓아 갈수록 걸음이 무뎌지는 느낌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힘든 달리기가 부담은 되지만 아직 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탄천에 무리를 이루고 있던 물닭들이 몇 마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환경이 맞지 않아 자리를 뜬 것인지. 아니면 추위를 피해 잠시 피난을 간 것일까. .. 2024. 1. 29.
쓰임과 용도 장인이 평생을 공들여 억센 수염도 단 번에 흔적 없이 자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잘 드는 면도칼을 만들었다. 어깨를 으쓱거리며 면도를 하다가 면도날을 세로로 그어보았다. 단 한 개의 수염도 잘리지 않는다. 평생 동안 들인 공이 말짱도루묵인가. 그렇지만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하찮은 미물도 그 쓰임이 있으며 쓰는 방법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질 뿐이다. 면도칼로 나무를 자르려 했다면 헛된 노력이 된다. 나무를 자를 때는 도끼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생 공을 들인 결과가 그 용도와 쓰임이 옳지 못하면 헛된 노력이 된다. 2024. 1. 24.
德덕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할 수 있는 수단이 '德'이라 했다. 德은 인간 세상에 순하게 적응할 수 있는 기초적인 에너지이며,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리더십의 근본이다. 세상 살아보니 쉽지 않다. 중생 제도는 고사하고 세상에 적응하기도 만만치 않다. 修身齊家수신제가라 했거늘 부침이 많다.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가정을 가지런히 관리하여 울퉁불퉁함이 없게 해야 하거늘 모자람이 많다. 德이 부족한 탓이다. 2024. 1. 20.
할배 신분증 며느리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아이가 귀한 요즘 세상에 앞뒤 재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따라 생명을 잉태하고 건강하게 자식을 순산한 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세상에 이 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으랴. 우리 가족에게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이벤트다. 아울러 국가에서도 귀한 자산을 얻었으니 든든하고 복 된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출산을 기피하는 사조가 팽배해 있다. 사회 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연의 질서를 경시하는 풍조는 극단적인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즉,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너무 자만적이고 겸손하지 못하다. 혼자만의 능력으로 충분히 행복을 꾸릴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자신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거추장스럽게 생각하..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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