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는 국비 장학생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비자 연장 문제로 공부를 이어가지 못했다. 잠시 본국으로 귀국해서 회사에 취직 중인데, 학위를 받기가 만만찮아 고민이 깊어진 상태다. 폴란드 학생이 한국의 중세 역사학을 공부하려니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마르타의 부모나 국가 입장에서는 조속히 학위 받기를 원하고 있지만, 마르타는 아직 호흡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바르샤바 시내 가이드를 자처했던 마르타가 부모님 집에 우리 일행을 초대했다. 마르타의 아버지는 미술사학 분야 바르샤바 대학 교수를 정년 퇴직하였으나 현재도 일주일에 두 번 강단에 서고 계신다. 어머니 역시 바르샤바 대학 교수 출신의 엘리트 집안이다.
부모님이 기거하고 계시는 집은 바르샤바 구 시가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지은 지 꽤 오래되었을 법한 저층 아파트인데, 거실에는 책이 많아 학자 집안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집의 크기가 작고 소박한 가재도구가 소탈한 성격을 대변한다. 마르타 부모와 세 명이 기거하고 있는 집에는 넉넉함 보다는 검소함이 배어 있어 우리들이 적응하기에는 오히려 편했다.
따뜻하고 품격 있게 우리 일행들을 맞아주시고 만찬을 준비해 주셨다. 정통 폴란드식 식사라며 메뉴를 설명하시고는 우리 일행들의 폴란드에 대한 첫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폴란드의 식사는 향이 강하지 않으며, 양념이나 조리를 적당하게 보태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것이 포인트다. 다만, 소스나 부재료는 다소 짜게 느껴진다.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대접받으며 격의 없게 대화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여행하면서 이런 경험을 갖는다는 것은, 늘 꿈꿔왔던 여행에 대한 로망이었기에 그것을 체험한 여행자의 가슴이 따뜻하다.
식사를 마치고 선물을 교환했다. 우리는 준비해 간 난초 그림 족자를 선물했고 마르타 부모님은 의미 있는 초콜릿을 선물로 주셨다. 이런저런 유쾌한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하루 마무리해 주신 마르타와 부모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관광이 아니 여행인 이유다. 우리 일행은 마르타 가족과 헤어져 숙소인 유스티나 집으로 향했다.
[일시] 2025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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