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56)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름날의 隨想 삶이란 때론 진부하기도 하지만한편으로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격동적이기도 합니다.그런 삶에서우리는 늘 삶을 지배하려고 합니다.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 욕망을 지우지 못합니다.지극히 인간적인 면이기도 합니다. 나의 울타리에서밖을 내다보면서 행복을 꿈꿀 때도 있었습니다.그때는 그것이 행복인 줄 알았던 때문이지요.그러나세월 지나고 보면울타리 안에서나울타리 밖에서도 쉽게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겠습니다.행복이 어디로 숨었을까요.그것은 아니겠지요.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행복보다 더 많은 행복을 가지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행복그거 별거 아닌데우리는 행복보다는 불행에 익숙해져 있습니다.그러고 보면불행이라는 인자가어쩌면 행복의 씨앗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보다는 불행을 더 많이 가진 우리는그것이 아름다움이라.. 북한산 백운계곡 무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하여 멀리 이동하는 것은 또 다른 무더위에 포위되는 경로일 것이다. 하여 가까운 북한산 백운계곡으로 발길을 옮긴다. 더위를 쫓아 여기까지 따라온 마음의 티끌들이 더 이상 발 붙일 수 없는 계곡에 들어서자마자, 낮은 폭포를 이루는 시원한 물줄기가 반겨주고 소나무의 청량한 향기가 손을 내밀어 잡아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갖은 야생화들이 가을을 잉태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 대견하다. 산행할 때마다 힘을 보태주는 친구들이어서 언제나 반갑게 맞는다. 늘 보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을 때면 덜컥 두려울 때도 있다. 야생화 군락지에 다른 잡초들이 침범해서 군락지가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연의 섭리를 에둘러 변호하지는 않는다. 계곡에 발을 담그니 세상.. 북한산 인수계곡 단숨에 오르내리던 숨은 벽 능선 오르는 길에서 컨디션 난조를 겪는다. 더위를 먹었는지, 속도 불편하고 발걸음도 무겁다. 지난주에 이어 폭염을 피해 계곡을 찾아드는 길이 고난의 행군이다.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오르면 되는 간단한 해법이 있는데도 굳이 서두르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나 자신이 습관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습관이 나를 통제하고 있다. 온몸이 땀에 절어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에서 계곡을 만나니 물 만난 고기가 된다. 계곡에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충전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세포가 되살아난다. 더구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니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여정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아름다운 추억의 괴임돌이다. 청담폭포에서 어린아이들 마냥 폭포 샤워를 즐기고 청담계곡으로 들어섰는데, 이정표 없는 갈림.. 남한산성 지루한 장마와 폭우를 견뎌낸 성벽은 8월의 강렬한 태양빛에 아물지 못한 상처를 드러내놓고 아픔을 달랜다. 한강과 더불어 삼국시대 때부터 삼국의 패권을 결정짓는 주요 거점이었던 남한산성은 신라 문무왕 때 처음으로 축조되어 굴곡의 역사를 이어오다가 조선 인조 때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항상 역사의 중심에서 철옹성 같은 든든함으로 서 있기도 했지만, 때로는 굴욕의 현장이기도 했다. 남문에 올라서면 성남시가 발아래다. 쭈뼛쭈뼛 키 재기하듯 다투던 아파트들이 산성을 지키는 장수의 헛기침 소리를 엿듣는다. 남문 밖으로 버티고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성문을 드나드는 역사의 흔적들을 나뭇잎마다 빼곡하게 적어, 지친 나그네의 시비를 가린다. 이 문을 지나는 나는 어느 나뭇잎에 내 흔적을 새겼다가 언제 누구에게.. 북한산 인수계곡 습하고 무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문을 열고 숨은 벽 능선에 올라선다. 바람이 간간이 불어주니 견딜만하다. 산에 오를 때마다 에너지를 완전히 방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산에 오르는 목적을 굳이 채색하거나 따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습관이 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에너지를 방전하여 그릇을 비움으로써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꾼들은 일상에서의 복잡 다단한 스트레스에 널브러진 잔재들을 비워내고 산에 올라 다시 채우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다시 말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뒤틀리고 몸살을 앓는다. 습관처럼 산에 오르면 이유도 없이 행복한 사람들이다. 북한산 구석구석 수없이 다녔지만 아직 미답지가 있었다. 길도 방향도 모르는 계곡길이지만 노련한 산꾼들이 함께 동행하였으니 든든.. 세권의 책 인생을 살면서 세 권의 책을 쓸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한 권은 어제의 나를 기록한 책이고, 또 한 권은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있는 책이고, 마지막 한 권은 내일의 나를 기록할 책이랍니다. 그런데 이 세 권의 책 중에서 어제의 책과 내일의 책은 내 인생의 참고서일 뿐 큰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어제는 이미 기록이 끝난 나이기에 삶의 큰 지표가 될 수 없으며, 내일의 나는 내가 계획한 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 꿈꾸고 있을 뿐입니다.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책은 오늘의 책이랍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나는 이미 기록이 끝난 어제의 나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막내아들이랑 대수롭잖은 일로 화를 내고 다툰 기억이 오늘의 내 가슴에 담겨 있습니다.. 돈 먹는 괴물 - T money [2009년에 일어났던 이야기] 아이가 독서실 갔다가 늦은 시간에 귀가했다. 피곤함보다는 기분이 영 언짢은 표정이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분함을 추스르지 못하여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엉엉 울면서 한밤중의 공기를 데운다. 사정은 학원을 마치고 티머니 잔고가 부족하여 10,000원을 채우고 버스를 타고 집 앞에 내려 편의점에 들렀다. 배가 출출하여 1,200원짜리 간식거리를 샀는데 티머니 잔고가 2,400원이 준 것이다. 점원에게 말했더니 학생이 착각하고 있는 거라며 돌려세웠다. 아이는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니까 억울하다며 항의했다. 그런데도 점원은 학생 같은 사람들 때문에 컴퓨터에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기재된다며 계산용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주면서 1,200원 밖에 결제되지 않았다면서 몰아세웠다. 아이는.. 경포호 경포호에 연꽃이 피면, 경포 비취에서는 해수욕장을 개장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아 해수욕장을 개장해도 사람들이 붐비지는 않는다. 물이 차갑기 때문일 것이다. 연밭에 만개한 연꽃은 볼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일단 꽃송이가 크고 그 기품이 담백하다. 잘난 체하지 않고 수수하게 자기가 가진 매력을 겸손하게 보여준다. 연꽃을 만날 때마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니까 사진을 막 찍어댄다. 문제는 예쁨에 홀려 찍은 사진을 훑어보면 모두 비슷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하지만, 지금 마주한 꽃 한 송이가 이토록 아름다운 건 존경받을 만하다. 그대는 이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흔들리고 흔들리며 걸어왔기 때문이리라. [일 시] 2024년 7월 13일 이전 1 ··· 4 5 6 7 8 9 10 ··· 18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