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530) 썸네일형 리스트형 돈 먹는 괴물 - T money [2009년에 일어났던 이야기] 아이가 독서실 갔다가 늦은 시간에 귀가했다. 피곤함보다는 기분이 영 언짢은 표정이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분함을 추스르지 못하여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엉엉 울면서 한밤중의 공기를 데운다. 사정은 학원을 마치고 티머니 잔고가 부족하여 10,000원을 채우고 버스를 타고 집 앞에 내려 편의점에 들렀다. 배가 출출하여 1,200원짜리 간식거리를 샀는데 티머니 잔고가 2,400원이 준 것이다. 점원에게 말했더니 학생이 착각하고 있는 거라며 돌려세웠다. 아이는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니까 억울하다며 항의했다. 그런데도 점원은 학생 같은 사람들 때문에 컴퓨터에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기재된다며 계산용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주면서 1,200원 밖에 결제되지 않았다면서 몰아세웠다. 아이는.. 경포호 경포호에 연꽃이 피면, 경포 비취에서는 해수욕장을 개장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아 해수욕장을 개장해도 사람들이 붐비지는 않는다. 물이 차갑기 때문일 것이다. 연밭에 만개한 연꽃은 볼 때마다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일단 꽃송이가 크고 그 기품이 담백하다. 잘난 체하지 않고 수수하게 자기가 가진 매력을 겸손하게 보여준다. 연꽃을 만날 때마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니까 사진을 막 찍어댄다. 문제는 예쁨에 홀려 찍은 사진을 훑어보면 모두 비슷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하지만, 지금 마주한 꽃 한 송이가 이토록 아름다운 건 존경받을 만하다. 그대는 이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흔들리고 흔들리며 걸어왔기 때문이리라. [일 시] 2024년 7월 13일 행복 행복이란 그것을 준비한 사람에게 둥지를 턴다.그렇지만 큰 행복을 준비한다고 행복이 커지는 건 아니다. 사람은 각자 자기의 용량에 맞는 그릇이 있다.그릇이 작다고 행복이 작아지지 않으며,그릇이 크다고 행복이 커지는 건 아니다.행복은 자기에게 주어진 그릇에 얼마만큼 아름답게 채우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질 뿐이다. 앵봉산 장마전선이 펼쳐져 있어서 비를 맞으며 산에 오르기를 망설이다가 우중 산행을 작정했다. 비를 흠뻑 맞아도 수습이 수월한 도심의 산책길 같은 앵봉산을 오르니 습하기는 해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 도심의 공원 같은 산행길이라 산행에 부담은 없으며 빼어난 산세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산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도심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날마다 접하는 도심의 건물들을 조금 더 높은 각도에서 만나면 또 다른 풍경이 된다. 익숙한 것들에 대한 낯 선 풍경을 만나게 되면 고착화된 관념의 변화를 꾀할 수 있어서 새롭다. 가끔은 낯 선 것들에 대하여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익숙한 것들에 대하여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또 다른 행운이 될 것이다. [산행 일시] 2024년.. 마라톤 500회 완주를 기념하며 길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지 16년이 되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앞만 보고 달리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행복한 마라토너 김기옥 님은 풀코스 500회를 완주하셨으니 지구 반 바퀴를 달렸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저는 아직 50회를 채우지도 못한 채 헉헉 대고 있는데, 500회라니 상상할 수도 없는 대기록입니다. 50대 초반에 마라톤을 시작하여 칠순에 入神의 경지에 도달하셨습니다. 아직 달리기를 멈출 기색이 없으시니 지구 한 바퀴를 다 채워야 직성이 풀리시려나 부럽기도 하지만 은근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 수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수십 개의 발톱에 실어 보낸 번민을 되내어 봅니다. 백두산 천지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땀과 하늘에 닿아도 여.. 안산 자락길 서대문구 중심에서 나지막이 버티고 있는 안산이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서울 시내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자존감이 짱짱한 산이다. 지하철로도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런 의미에서 산이라기보다는 공원이다. 서울에는 산이나 하천을 공원으로 꾸며 시민들의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은데, 도시공원으로서 좀 투박한 면은 있어도 다양한 모습, 다양한 식생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인위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인공적인 공원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좋다. 안산은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품에 들면 위안을 얻기에 충분하다. 작은 공원에 깃들어 휴식과 평안을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자족하는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날 안산에 올라 서울을 .. 신 인류의 탄생 줄기세포 복제 연구 성과가 생명공학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생명공학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경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인류의 탄생 이래로 최대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생로병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위 신의 영역에 한 걸음 더 접근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윤리적 저항에 부딪혀 지속적인 연구와 상용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명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민법은 태어난 이후부터를 생명이라고 주장하고, 형법은 수정 후 8주부터 생명으로 인식한다. 더 넓게는 종교적인 인식에 따라, 민족적 특성에 따라 생명의 시작점에 대한 인식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다양한 생명 시작점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 [時論] 일본은 망하는가 2023년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5,793 달러이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6,194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앞섰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일본에 앞섰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지만 현실이 되었다. 이에 더해 2024년 1월부터 한국과 일본은 수출 총액에서 세계 5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2024년 5월 수출액이 581억 5,000만 달러로 일본을 추월했다. 1인당 국민소득의 경우 일본의 엔화가 평가절하 되고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본 엔화 가치 하락이 일시적인 쇼크에 의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경제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수출 총액 비교에서도 일본의 인구가 한국에 비해 2.5배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총액.. 푸른 오월 보석보다 아름다운 오월입니다.풀 한 포기, 이름 모를 야생화 한 송이가 물방울 다이아몬드보다 더 아름다운 보석입니다. 다이아몬드는 눈에 띄는 순간 더 이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오월의 하늘 밑에서 수줍은 듯 방그러진 꽃 한 송이는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내일보다는 내년에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 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무한한 아름다움을 줍니다. 우리는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히 변치 않을 모습을 좋아합니다.그렇지만 변치 않는다 하여 아름다움이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풀이나 꽃과 벌, 그들은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니까 변덕쟁이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그들이야말로 마음을 변치 않는 진정한 우리들의 친구입니다. 욕심을 묻고 초연하게 자연에 순응하여 꽃을 피워 올린 열정이 숭고합니다.당신.. 강북오산종주(북도사수불) 강북오산종주를 두 번 정도 했었는데, 할 때마다 체력의 한계를 느껴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덮은 지가 10년은 족히 되었다.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불암산을 연계해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겠다는 잠재워 둔 욕망에 친구가 불을 지폈다. 강북오산종주 산행을 함에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수사도북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우리는 난이도가 더 많은 북도사수불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금요일 밤 11시에 불광동 장미공원을 출발하여 대장정을 시작한다. 서울 시내의 불빛들도 졸려서 하나 둘 잠기고 구름사이로 무거워진 눈꺼풀을 가늘게 뜨고 있다. 산길에는 둘의 발자국 소리만 선명한데, 정적을 울리는 소쩍새가 밤새도록 슬피 울어댄다. 소쩍새의 열정적인 구애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새벽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청계산 이수봉 스치기만 해도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초여름의 청계산에서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내고 호국의 간성임을 자부했던 역사의 발자취에서 한 발 물러서서 동문 선후배들이 모여 교가를 합창한다. 선후배 간에 안면이 확실치 않아 서먹하기는 해도 교가를 부르는 순간 우리는 남이 아님을 확신한다. 교가를 부를 기회가 많지 않아 잊힐 것 같은데도 가슴속 어딘가에 꼬깃꼬깃 재워두었던 교가는 단추를 풀기만 하면 술술 나온다. 이수봉 오르는 등산로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지만 마음먹고 한참을 걸어야 한다. 연세가 지긋한 대선배님들도 끄떡없이 잘 걷는 걸 보면 평소 관리를 잘하셨나 보다. 200 명 넘는 동문들을 한꺼번에 풀어 놓으니 등산로가 가득 차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행복한 걸음이다. 모교를.. 예봉산, 운길산 예봉산을 가끔 오르긴 했지만, 운길산 까지 종주 산행을 해 본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예봉산, 운길산 종주 산행을 계획하고 팔당역에서 가파른 예봉산을 오르는데, 예나 지금이나 산은 변함이 없고 세월 따라 나만 변해가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내가 좋아서 오르는 산이지만, 산은 한 번도 내게 좋다 싫다 내색한 적이 없다. 나는 산에 대해서 일방적인 짝사랑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누구를 좋아하거나 사랑할 때, 그에 응당한 대응이 없으면 실망을 하게 되어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거두게 된다. 대가를 바라는 사랑이었다면 참사랑이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산에 대하여 보내는 무한의 사랑은 참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그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상관없이 나는 그를 좋아.. 운문산,가지산 영남알프스를 종주했던 17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가지산과 운문산을 다시 만난다. 긴 산행 길을 버텨내며 탈진한 상태에서 마지막 힘을 모아 가지산과 운문산을 올랐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영남알프스는 울주, 밀양, 청도, 양산을 아우르며 1,000미터 넘는 고산준봉들이 시위하듯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가지산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가지산 정상에서 세상을 품어 안는 맛은 천하일미다. 가파른 가지산의 등로를 힘겹게 올라 잠시 호흡을 고르며 둘러보는 세상은 온 천지가 산이다. 척박한 산세를 기둥 삼아 삶을 이어왔을 조상들의 숨결이 연한 산그리매에 겹겹이 쌓여있다. 영남알프스는 설악산과 같이 웅장한 기암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절경은 없다. 지리산처럼 푸근하고 넓은 품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넉넉함만.. 78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 "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 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 ~헤이 에세세 양만세 양만세! 우리 대구상고 야구선수야 오늘도 싸워서 이겨왔구나 내일의 승리의 월계관이다 ~헤이 에세세 양만세 양만세!" 설렘과 기대감으로 대구상고에 입학하여 첫 음악 시간에 교가보다 먼저 배웠던 야구응원가 '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로 구성된 응원가를 목청 돋워 외치며 야구장을 들락거렸던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졸업을 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가슴에 지문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던 '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를 꺼내 들고 설렘으로 흥얼거리며 야구장을 찾았다. 아마 45년은 족히 되었으리라.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준결승전에서 강릉고를 제압하고 결승전에서 덕수고와 맞붙게 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총동문회 및 재경 .. 지리산 종주(18)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시지 마라' 했거늘 나는 견딜만하지 못하여 다시 지리의 산문을 연다. 고행길 같은 산행을 할 때마다 힘들어하면서도 때가 되면 기다려지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냥 내 삶의 길이려니 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견뎌낼 뿐이다. 새벽 3시 성삼재의 바람은 언제나 그랬듯이 얼씨년스럽다. 흐릿한 하늘에는 별들이 총기를 잃어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음을 예견한다. 가쁜 숨을 몰아 땀 한 줌 짜내며 오른 노고단의 공기도 만만치 않다. 울퉁불퉁한 밤 길을 손 전등에 의지해 걸음을 재촉한다. 산 길 30km 이상을 걸어야 하니 마음도 바빠 여유가 없었지만, 숲이 내어주는 달콤하고 신선한 공기가 위안이 된다. 삼도봉에 이를 즈음에 여명이 열.. [時論]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단상(短想)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인가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버킷리스트라 함은 평생 한 번 해보고 싶은 일, 또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이라고 정의한다. 그런 면에서 버킷리스트는 개인의 인생에서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버킷리스트를 실행함에 있어서 개인의 열정과 숭고한 가치가 이입되어야 그 본연의 의미를 오롯이 품을 수 있을진대, 최근에 버킷리스트의 의미를 희화한 일이 발생해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칼럼과 관련해서 중앙일보 남정호 논설위원은 청와대 측으로부터 김정숙의 외유성 해외순방 행태를 비판하였으며, '외교상 방문지 국가의 요청과 외교 관례를 받아들여 추진한 대통령 순방 일정을 ‘해외유람’으로 묘사'.. 이전 1 ··· 6 7 8 9 10 11 12 ··· 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