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桃溪遊錄

78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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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
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 ~헤이
에세세 양만세 양만세!
우리 대구상고 야구선수야
오늘도 싸워서 이겨왔구나
내일의 승리의 월계관이다 ~헤이
에세세 양만세 양만세!"
 
설렘과 기대감으로 대구상고에 입학하여 첫 음악 시간에 교가보다 먼저 배웠던 야구응원가 '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로 구성된 응원가를 목청 돋워 외치며 야구장을 들락거렸던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졸업을 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가슴에 지문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던  '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를 꺼내 들고 설렘으로 흥얼거리며 야구장을 찾았다. 아마 45년은 족히 되었으리라.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준결승전에서 강릉고를 제압하고 결승전에서 덕수고와 맞붙게 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총동문회 및 재경 동문회에서 오랜만에 결승전에 올라온 후배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하여 흥겨운 잔치를 벌였다. 어쩌면 후배들이 동문 선배들의 단합과 멋진 이벤트를 위하여 열심히 운동하여 멍석을 깔아 준 셈이다.
 
요즘은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조금 소원해졌지만, 한 때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고교야구를 잊고 지내다가 모처럼 만에 운동장에서 직관하는 기분은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더군다나 모교의 후배들이 결승전에서 겨루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쁘고 우쭐한 일인가. 상대 팀 덕수고 선배들도 기분 좋은 자신감으로 의기양양하다. 거기에 더해 재학생들 응원단 중에는 여학생들이 다수였다는 점이 신선하다. 우리들 학창 시절에는 남고 학교였는데, 세월의 흐름을  따라 여학생들의 주파수 높은 응원 소리가 야구장의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올해로 야구단 창단 100 주년을 맞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78회 황금사자기 야구대회'에서 결승전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그 의미는 남다르다. 작년에 개교 100주년 행사와 더불어 연이은 경사를 맞아 좋기는 하지만, 대형 이벤트를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노고를 아끼지 않는 회장님을 비롯한 집행부 선배님들의 열정에 감사드린다. 
 
'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를 힘껏 외쳐도 예전 같지가 않다. 오랜만에 하는 응원이라서 어딘가 모르게 서툴고 어색하다. 상대팀 덕수고의 응원단은 질서 있고 단합이 잘 되어 맞은편에서 그들의 응원을 부러워하게 된다. 그들은 자주 결승전에 오르락거리고 지역적으로도 가까워서 응원하는 기회가 많아서 그럴 것이라며 자위하면서도 못내 우리 응원단의 어수선한 응원 분위기가 아쉽다. 
 
경기 결과는 덕수고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그들은 올해 벌써  2관왕에 오른 전국 최강의 실력이다. 비록 우리 학교가 준우승에 머물러 아쉽기는 하지만 덕수고의 승리를 양껏 축하한다. 우리 학교는 경기에서도 지고 응원에서도 졌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동문들의 열정으로 그들보다 더 많은 응원단이 참가했으니 기죽을 필요는 없다. 승패는 '兵家之常事'라 했다. 전쟁에서 승리와 패배는 늘 있는 일이다. 오늘의 패배는 다음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명심하고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자.
 
10년 만의 우승 기회를 놓쳐서 아쉬운 마음을 다독이며 운동장을 돌아 나오는 길. 곧 있을 청룡기, 봉황기에서도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툴었던 '너나 마니스사 파이야무야'를 마음껏 부르며 각박한 삶에서 다소 지치고 긴장이 풀린 세포들을 짱짱하게 바짝 조여 새로운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싸워 준 야구선수 후배들에게 무한한 격려를 보낸다.
특히 열악한 조건에서도 열심히 운동하고 학교의 명예를 지켜 온 전국  최강 전력의 럭비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일    시] 2024년 5월 29일
[장    소] 목동 야구장
 

결승전
준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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