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桃溪遊錄

啐啄同時줄탁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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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나올 때, 병아리는 안에서 쪼고 어미는 밖에서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의  '줄탁동시'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서로 인연이 잘 맞거나 알맞은 때에 찾아온 기회를 잘 포착하는 걸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손녀가 백일을 맞아 첫 뒤집기를 시도한다. 혼자서 방을 빙빙 돌며 끝까지 용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함을 느낀다. 거의 다 뒤집었다 싶었는데 마지막 팔을 빼지 못해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는 마음이 짠하다. 다시 포기하지 않고 낑낑거리며 시도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을 보낸다. 나중에는 힘이 빠지니까 좀 쉬었다가 다시 뒤집기를 시도한다. 
 
손녀는 이번 기회에 꼭 껍질을 깨고 나오겠다는 각오다. 그에게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대수롭잖은 일상이 아니라 절치부심 껍질을 깨어야만 하는 중요한 디딤돌이다. 지켜보는 할아비의 솔직한 심정은 오늘은 쉬고 다음에 하라고 당부하고 싶은 마음이다. 거의 다 넘었다 싶었는데도 잘 안되니까 용이 쓰인다. 힘을 모아 마지막 뒤집기를 시도하는 때에는 도와주고 싶었다.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를 지켜보는 부모는 껍질을 쪼아 줄 의사가 없다.  
 
부모는 줄탁동시의 기회를 외면했다. 할아비와 부모의 입장은 천양지 차다. 부모인들 왜 도와주고 싶지 않겠냐만은 냉정하게 스스로 혼자 껍질을 깨고 나오기를 기다린다. 이번에 실패하면 다음에 성공하면 된다는 심정으로 땀만 닦아줄 뿐 도와주지 않는다. 부모가 도와줘서 며칠 더 일찍 뒤집어야 큰 의미가 없다는 가르침일 것이다. 
 
끝내 혼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도왔다면 성공의 의미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할아비 입장에서 섣불리 도와주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기회를 잘 포착하기 위해서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때로는 도와주기보다는 혼자의 힘으로 어려운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림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걷기 힘들어할 때마다 업어주는 사랑보다 걸어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사랑이 더 크고 귀할 때도 많다.
 
 '도아' 축하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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