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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桃溪遊錄

할배 신분증

by 桃溪도계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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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아이가 귀한 요즘 세상에 앞뒤 재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따라 생명을 잉태하고 건강하게 자식을 순산한 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세상에 이 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디 있으랴. 우리 가족에게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이벤트다. 아울러 국가에서도 귀한 자산을 얻었으니 든든하고 복 된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출산을 기피하는 사조가 팽배해 있다. 사회 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연의 질서를 경시하는 풍조는 극단적인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즉,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너무 자만적이고 겸손하지 못하다. 혼자만의 능력으로 충분히 행복을 꾸릴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자신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세상을 좀 더 살아 본 사람의 입장에서 경험을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즐거움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견에 한 마디 조언을 한다. 행복이란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결코 즐거움만으로는 항상적인 행복을 유지할 수는 없다. 즐거움은 단맛과 같아서 잠깐 행복을 느끼는 순간 단물이 빠지면 다시 불행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단 맛만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지켜보는 내 마음이 씁쓸하다.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대업을 이뤄 준 며느리가 그저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손녀가 세상에 태어남으로 인해 아들과 며느리는 부모가 되고, 나와 아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어머님은 증조할머니가 된다. 그뿐이랴. 아들과 딸은 삼촌과 고모가 되고, 나의 동생과 제수씨들은 작은할아버지 작은할머니가 된다. 새삼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 증손이 태어났습니다. 많이 기쁘시지요.
 
비로소 핸 폰 사진에 떡하니 손주 사진을 올려놓고 넌저시 자랑하던 친구들 무리에 끼어들 수 있게 되었다. 나도 할배 신분증을 득템 한 것이다. 그 어떤 자격증이나 신분증 보다도 복 되고 값진 할배 신분증을 자랑스럽게 흔들고 다닐 것이다. 언제나 상냥하게 웃으며 집안일에 긍정적인 며느리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산후조리 잘하고 건강한 엄마의 역할에 충실해 주기를 바란다. 
 
아이는 잘 클 테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과한 걱정이나 간섭만 하지 않으면 된다. 절대로 앞에서 이끌려고 하지 마라. 그것은 부모의 과한 욕심이다. 옆에서 또는 뒤에서 함께 웃으며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축하한다. 
 
[일    시] 2024년 1월 16일 1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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