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桃溪遊錄

伐草短想 벌초단상

반응형

 

개운하게 벌초를 했는데도 마음은 개운치가 않다. 벌초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그만큼 복잡해졌다는 반증이다. 집안에서는 아직까지 8촌 이내의 소 문중이 함께 벌초를 하는 문화를 견지하고 있다. 모두 벌초에 참석하면 좋겠지만, 벌초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보니 형평성이 맞지 않아 불참자에게 벌금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친족 간에 장려할 일은 아니다. 

 

다행인 것은 자주 만날 기회가 없는 친족들이 벌초를 기회로 함께 모여 안부를 여쭈고 추어탕을 끓여 함께 먹는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문화다.  문제는 참석하는 사람들은 늘 참석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 보니 벌금부과가 능사는 아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벌초할 때마다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벌초를 함께 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다 보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이견이 많다. 젊은 층에서는 각자 나눠서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벌금을 내지 않는 사람에게 강제하지 못하다 보니 벌금을 부과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앞으로 벌초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조상을 돌보는 일에 복잡한 이해관계를 내세워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남기고 싶지는 않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입 꾹 다물고 나 혼자 다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니 답답함이 남는다. 벌초를 하고 돌아서면서 벌써 내년 벌초를 걱정하게 된다. 

 

 

[일     시] 2024년 9월 1일

 

728x90

'桃溪遊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픈 손가락  (11) 2024.10.16
어머님 전 상서  (16) 2024.09.19
어머님 전 상서  (9) 2024.08.27
78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전  (13) 2024.05.30
啐啄同時줄탁동시  (13) 20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