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54) 썸네일형 리스트형 청산도 [청산도 가거든] 서두르지 마라 욕심부리지도 말고 아니 온 듯 천천히 걸어라 그리고 엎어지듯 낮은 자세로 세상을 보라 진한 삶의 잿물을 뒤척거리다 잊었던 향기를 찾을지도 몰라 청산도 가거든 유채꽃 노란 향기를 탐하지 마라 가끔은 지친 마음에 삐칠지도 몰라 잰걸음으로 가던 느린 걸음으로 가던 항구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 청산도는 또 그렇게 인생을 닮아 있다. [일 시] 2024년 4월 6일 [이동거리] 13.7km 덕룡,주작,두륜산 강진과 해남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호남의 알프스라 알려진 덕룡, 주작산의 봄. 진달래와 암릉의 멋진 조화가 아스라이 기억의 파일에 저장된 지 10년은 넘은 듯하다.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기 위해 몇 번 별렀지만 쉬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서울 양재역에서 밤 11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졸고 있던 새벽을 깨워 도착하니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불 빛을 쫓아 몰려든 부나방을 닮은 그들은 덕룡산의 암릉과 붉은 진달래의 마법에 걸려든 사람들이다. 오징어 배를 연상케 하는 전등을 밝히고 만선을 꿈꾸며 새벽 4시에 가파른 등로를 따라 걷는다. 희꾸 무례한 아침이 열리고 이윽고 해가 떠오른다. 그런데 진달래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봉오리들이 서로 곁눈질하며 아직은 .. 북한산 영봉 백운대까지 오르기가 마땅찮으면 영봉에 올라보라. 절반의 에너지로 산 향기를 오롯이 품을 수 있어서 좋다. 가끔은 에너지가 충분할 때에도 굳이 다 쓰기보다는 아껴 쓰며 천천히 걸어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진달래가 한창 필 시기인데도 아직 맹맹하다. 한기를 쉬 떨치지 못한 까닭이리라. 생강나무 꽃이 노란 양기를 양껏 내뿜고 있으니 보름쯤 지나야 진달래가 기지개를 켜겠다. 볕이 잘 드는 양지 녘에 노랑제비꽃이 오종종 피어있다. 나를 닮아 성급하게 서두른 느낌이 든다. 낼모레 다시 한기가 들 텐데 잘 견뎌내기를 바라며 눈 맞춤을 하니 씽긋 웃어준다. 가끔은 더디게 살아가도 괜찮다고 격려를 보내주니 때때로 산을 찾는다. 하지만 나는 산에 오를 때마다 조급하게 서두른다. 상반된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북한산 비봉/의상능선 [진달래꽃] 사막에 묻어둔 분홍빛 청춘 춘설이 분분하던 메마른 삭정이에 꽃눈을 붙인다 어찌 알았으랴 어설픈 향기에 벌 나비 감기들까봐 애써 감췄던 사연 겨울과 봄 사이 너와 나 사이 분홍 꽃망울을 터뜨릴까 말까 말간 얼굴에 수줍은 첫정 봄이 오는 길목을 막고 따스한 햇살 한 줌 가슴에 품는다 [산행 일시] 2024년 3월 23일 [산행 경로] 불광역 - 장미공원 - 탕춘대 능선 - 비봉 - 사모바위 - 문수봉 - 나한봉 - 나월봉 - 증취봉 - 용혈봉 - 용출봉 - 의상봉 - 북한산성 입구(12km) [산행 시간] 7시간 94회 동아마라톤 (Full-45) [마라톤은 고통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른다거나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극한의 고통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겪는 고통과는 결을 달리한다.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왜 별나게 고통을 즐기려 드는 걸까. 마라톤을 할 때마다 고통의 극한치에 이르는 35km 지점을 지나면서 갈등이 인다. 왜 달리고 있는 걸까. 삭여낼 수도 없는 번뇌를 억지로 눌러보지만 소화가 되지 않는다. 겨우내 연습이 모자랐던 탓으로 결승점에 다가갈수록 축축 늘어진다. 마음은 뻔하지만 발이 움직이지를 않으니 안타깝다. 먼 길을 달려왔으니 힘이 빠졌을 텐데도 씩씩하게 차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일 .. 기회 큰 고기를 삼킬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 고기를 삼키려면 고기의 몸집보다 더 크게 입을 벌려야 한다. 노력과 준비 없이 큰 고기를 삼키려다 자칫 입이 찢어질 수도 있다. 아무리 고기가 많아도 그것을 삼킬 수 있는 큰 입이 없으면 그것은 먹이가 될 수 없다. 풍도 바람을 피해 바람을 기다렸을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양지 녘에 모여, 바람에 쓸려 바람을 쫓아온 객들에게 쌉싸름한 향기를 품은 사생이 나물과 알싸한 달래를 안긴다. 풍도 바람꽃의 가녀린 꽃대를 닮은 할머니들의 연한 미소에 발목을 묶고 이러쿵저러쿵 흥정을 한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지만, 겨우내 언 땅을 이불 삼아 봄을 기다렸을 노루귀와 차가운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풍파를 견뎌내고 온정을 내미는 할머니들과는 묘하게 닮아있다. 풍도 대극이 그 자리에서 사시사철 향기를 물어내듯, 할머니들의 작은 꿈들도 더 이상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사생이 나물 한 봉다리를 덥석 뺏어 배낭에 넣었다. 풍도 할머니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돌아오는 뱃전에 허리가 굽은 할머니의 주름진 웃음이 바람 자락을 놓칠.. 물에 대한 短想 지구를 포함한 대기권에서 물의 절대량이 변하지 않았는데, 세계 각국에서는 물이 부족하다고 야단이다. 물 좋고 산 좋다는 금수강산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물은 어디로 갔을까. 물은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물은 지구에 있으며, 일부는 대기권 안에서 구름으로 저장되어 있다. 그런데 물이 부족하다. 물이 부족하다 함은 물의 절대량이 줄었다는 게 아니라 물을 많이 썼다는 이야기다. 역사를 이어오면서 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1인당 물 소비량도 비교하지 못할 만큼 많이 늘어났다. 인간은 자연이 스스로 정화하고 교류하는 물의 흐름에 끼여 들어서 그 흐름을 교란하고 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역할을 자연이 맡고 있는데, 자연이 재..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18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