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기만 해도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초여름의 청계산에서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내고 호국의 간성임을 자부했던 역사의 발자취에서 한 발 물러서서 동문 선후배들이 모여 교가를 합창한다. 선후배 간에 안면이 확실치 않아 서먹하기는 해도 교가를 부르는 순간 우리는 남이 아님을 확신한다. 교가를 부를 기회가 많지 않아 잊힐 것 같은데도 가슴속 어딘가에 꼬깃꼬깃 재워두었던 교가는 단추를 풀기만 하면 술술 나온다.
이수봉 오르는 등산로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지만 마음먹고 한참을 걸어야 한다. 연세가 지긋한 대선배님들도 끄떡없이 잘 걷는 걸 보면 평소 관리를 잘하셨나 보다. 200 명 넘는 동문들을 한꺼번에 풀어 놓으니 등산로가 가득 차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행복한 걸음이다.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산행을 구실 삼아 함께 모이니 사랑이 된다. 이 순간 사랑은 나이를 잊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틈나는 대로 자주 참석하여 세포를 깨끗하게 씻어내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동문 선후배님들께서 무사히 산행을 마치시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무탈하게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마음이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경 대구상고 춘계 산행대회'를 기획하고 연출한 집행부 임원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아울러 참석한 동문 선후배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다음 산행을 기다린다. 더 많은 동문들이 함께하셔서 젊은 날의 추억과 세월의 아름다움을 짜임새 있게 엮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산행 일시] 2024년 6월 9일
[산행 경로] 옛골 - 이수봉 - 옛골(7km)
[산행 시간]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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