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山 行

예봉산, 운길산

반응형

 

예봉산을 가끔 오르긴 했지만, 운길산 까지 종주 산행을 해 본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예봉산, 운길산 종주 산행을 계획하고 팔당역에서 가파른 예봉산을 오르는데, 예나 지금이나 산은 변함이 없고 세월 따라 나만 변해가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내가 좋아서 오르는 산이지만, 산은 한 번도 내게 좋다 싫다 내색한 적이 없다. 나는 산에 대해서 일방적인 짝사랑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누구를 좋아하거나 사랑할 때, 그에 응당한 대응이 없으면 실망을 하게 되어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거두게 된다. 대가를 바라는 사랑이었다면 참사랑이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산에 대하여 보내는 무한의 사랑은 참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그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상관없이 나는 그를 좋아할 뿐이다.

 

예봉산의 가파른 등로는 내가 힘들어해도 조금의 동정도 주지 않는다. 그냥 무덤덤하게 나를 지켜볼 뿐이다. 어쩌면 산과 내가 오랫동안 싫증 내지 않고 만날 수 있는 근본적인 작동 원리였을 것이다. 만약에 내가 힘들어 칭얼거릴 때마다 산이 나의 편을 들어주고 달래줬더라면 우리는 벌써 남남이 되었을 것이다. 상대방에 대하여 대가를 바라는 관계라면 다툼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봉산에서 운길산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비교적 평탄하고 나무가 많아서 좋다. 가끔씩 부는 바람은 청량감이 있어서 피로를 덜어 준다. 하지만 운길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만만치 않다. 가파른 오르막 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적잖이 지치게 한다. 운길산도 무덤덤하게 그냥 버티고 서 있을 뿐이다. 세상에 쉬운 길이 어디 있으랴. 아무리 작고 하찮은 미물이어도 나름대로의 깡다구는 있다. 

 

운길산 정상에서 한숨 돌리고 수종사로 하산하는 길 역시 가파르다. 반대로 운길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종사는 예나 지금이나 조용하고 멋진 경관을 안고 있을 뿐, 객이 오는지 가는지 관심이 없다. 오는 사람 말리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겠다는 듯 산을 닮아 있다. 산은 내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아무런 반응이 없지만, 산을 좋아하는 내가 산에 있을 때 행복을 느낄 뿐이다.

 

[산행 일시] 2024년 6월 6일

[산행 경로] 팔당역 - 예봉산 - 적갑산 - 새재고개 - 운길산 - 수종사 - 운길산역(13.5km)

[산행 시간] 5시간 20분

 

엉겅퀴
예봉산 기상관측소
털중나리
두물머리
수종사 대웅전
인동초
수종사 은행나무
지칭개

728x90

'山 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북오산종주(북도사수불)  (10) 2024.06.16
청계산 이수봉  (13) 2024.06.10
운문산,가지산  (15) 2024.06.02
지리산 종주(18)  (15) 2024.05.27
계양산  (13)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