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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마포 서윤복 마라톤(Half-44)

[비움과 절제]
 
단거리 달리기를 취미로 삼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극한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마라톤은 오히려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는다. 그만큼 마라톤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고통은 줄이고 부상 없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단언하건대 그런 방법은 없다. 식단을 조절하고 훈련량을 늘리는 기본 원칙은 분명하지만, 수많은 조언들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지는 않는다. 결국 자신의 몸으로 견디고 익혀야 할 뿐이다.
 
이십 년 가까이 마라톤을 해왔다. 이제 기록 단축에 대하여 욕심 낼 단계는 지났다. 기록에 대한 과한 욕심은 부상 위험이 가중되므로 자연스럽게 절제를 배워간다. 그렇다고 욕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절제는 포기가 아니라, 욕망을 다루는 또 다른 방식임을 배워가는 중이다.
 
'마포 서윤복 마라톤 대회'는 1947년 서윤복 선수의 보스턴 마라톤대회 우승을 기념하기 위하여 마련된 축제다. 상암동 월드컵 광장에서 출발 준비하며 몸을 풀고 있을 때 속이 좀 거북했다. 어제 야유회 갔다가 술을 과하게 마신 탓이다. 그렇지만 하프 대회여서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출발했다. 
 
16km 지점 통과할 무렵 속이 뒤틀린다. 억지로 참으면서 화장실을 찾았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강공원 화장실을 만나 위기를 면했다. 화장실이 있었기 망정이지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생각하니 식은땀이 난다.
 
마라톤을 준비할 때 우리는 무엇을 먹을지에 집중한다. 탄수화물을 보충하고 단백질을 챙기며, 기록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면 티끌이라도 허투루 여기지 않는 심리가 작동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했더라도 비워내지 못하면 완주조차 장담할 수 없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 적당히 절제하고 채우기보다는 비워야 한다는 순리를 명상하듯 새긴다.
 
[일시] 2026년 4월 19일
[대회] 마포 서윤복 마라톤(상암동 월드컵 공원, 한강 일원)
[기록] 2시간 1분 58초(Half)
 

성산대교
미류나무
월드컵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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