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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書評

[書評]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書評]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
 
지은이 : 송남섭
            수필가, 시인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
            현대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발행처 : 해드림출판사
발행일 : 2024년 11월 30일
페이지 : 200쪽
 
삶의 의미를 조곤조곤 새기며 시와 수필을 즐겨 쓰는 송남섭은 전업 작가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의 에피소드나 지나온 삶에 대한 곰삭은 그리움이 글 향기로 익어가면, 그는 그것을 수줍게 세상에 내놓는다. 그의 문장에는 화려한 수사보다는 진솔하고 담백한 노란 감꽃 같은 향기가 난다.
 
고요히 걷는 이의 문장은 오래 머문다.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는 그런 책이다. 과장된 감정으로 독자를 흔들기보다, 지난 삶의 굽은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다가온다. 
 
이 책은 시와 수필이 서로의 그림자가 되어 흐른다. 산문은 설명에 머물지 않고 시의 여백을 품고 있으며, 시는 감상에 머물지 않고 삶의 체온을 간직한다. 그래서 독자는 한 편의 글을 읽다가도 어느새 자신의 기억 속 골목길을 천천히 걷게 된다.
 
송남섭의 문장은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절제되어 있다. 요란하게 아픔을 드러내지 않지만, 행간에는 오래 견딘 시간의 결이 스며 있다. 특히 가족과 세월, 그리움과 기다림 같은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면서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삶의 풍경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만든다.
 
제목 속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다. 그것은 외로움을 견뎌내고 자신을 지켜내려는 숭고한 삶의 방식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시간을 지나지만, 작가는 그 시간을 회피하지 않고 천천히 통과해 낸다. 독자는 그 걸음의 속도를 따라가며 자기 삶의 상처와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담은 ‘어린 시절‘ ‘제사’ ‘파묘’ 등의 글은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며 작가와 감정을 공유하게 만든다.
 
작가의 삶을 관통하는 '인내'의 배경에는 직업군인 남편을 따라 겪어야 했던 긴박한 삶의 궤적이 자리한다 ‘내 기억 속의 그날’ ‘무제’ ‘비 오는 날이면’ ‘그리운 사람들’ 등 군 생활 관련 에피소드는 생사를 넘나드는 긴장된 순간들을 가감 없이 담아내면서도, 문장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또한, 이 책의 미덕은 ‘적음’에 있다. 작가는 많은 작품을 나열하기보다 스스로 오래 붙들고 다듬은 글들을 엄선해 수록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한편 한편이 가볍게 소비되지 않고, 오래 숙성된 고백처럼 읽힌다. 문장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적고, 독자가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 둔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세상이 점점 빠르고 날카로워질수록 사람들은 쉽게 지치고 고립된다. 그러나 송남섭의 글은 서두르지 않는다. 독자의 곁에 조용히 앉아 “괜찮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이웃집 여자' 는 잔잔한 정으로 소박한 위로를 건넨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책이면서 동시에 잠시 기대어 쉬는 의자 같은 책이다.
 
문학은 거창한 진리를 말할 때보다, 한 사람의 진솔한 체온을 전할 때 더 오래 남는다.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는 바로 그런 온기를 지닌 에세이집이다. 삶의 속도에 지친 사람, 말없이 견디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의 문장들 속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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