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점기행
지은이 : 김언호
1945년 경남 밀양 출생
동아일보 기자 역임(1968년~1975)
1976년 ‘한길사’ 출판사 설립
파주출판도시 건설 참여 및 헤이리 예술마을 기획
(저서) ‘책의 탄생’ ‘출판 운동의 상황과 논리’ 책의 공화국에서‘ 등 다수
펴낸곳 : 한길사
발행일 : 2020년 1월 20일(개정판)
페이지 : 501쪽
[서점을 통하여 세계를 만나다]
김언호는 출판사 ‘한길사’를 설립해 책과 출판에 자신의 삶을 투영해 온 출판인이다. 사상과 철학서를 중심으로 출판 활동을 이어왔고, 파주 출판도시와 헤이리 예술마을 조성에도 깊이 관여하며 한국 출판문화의 지형을 넓히는 데 힘써왔다.
『세계서점기행』은 그런 그의 이력과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이다. 제목은 ‘기행’이지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저자는 세계 각국의 서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터뷰하고 기록하면서,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 사회의 문화와 정신을 읽는다.
김언호가 바라보는 서점은 책을 사고파는 상점이 아니다. 서점은 생각이 머무는 장소이자, 정신과 문화가 교류되는 공공의 장이다. 그는 서점을 통해 각 나라의 시대정신과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조용히 관찰한다.
책에는 역사적 건축물이 서점으로 재탄생한 사례들이 여럿 등장한다. 800년 된 고딕교회가 서점이 된 네덜란드의 도미니카넌 서점, 폐쇄된 기차역을 개조한 영국의 바터북스, 군용 벙커를 서점으로 바꾼 중국 난징의 셴펑서점 등이 그렇다. 이 공간들은 공통적으로 ‘버려진 장소’에 책을 들여놓음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서점은 공간을 살리고, 도시는 다시 사람을 불러들인다.
인상적인 것은 서점이 도시 재생의 중심이 되는 장면들이다. 미국의 미드타운 스콜라는 방치된 극장을 서점으로 바꾸며 낙후된 지역을 문화 공간으로 되살렸고, 웨일스의 헤이온와이는 헌책방을 통해 쇠락한 마을을 세계적인 책의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서점은 조용하지만 확실한 방식으로 도시의 체온을 회복시킨다.
저자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현실로 시선을 돌린다. 종로서적이 사라진 종로, 서점이 줄어든 거리 풍경은 독서 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외국에서는 시민들이 나서서 서점을 지켜내는 사례가 많은 반면, 우리는 서점의 소멸을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게 된다.
『세계서점기행』은 서점 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책’이 있고, 그 책을 둘러싼 인간의 태도가 있다. 저자는 서점을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공간으로 대하며, 독자 역시 그 시선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여행지의 서점보다 먼저 내가 사는 동네의 다소 빛바랜 서점 간판을 다시 보게 된다. 서점이 남아 있는 한, 책을 통한 인문의 통찰을 관통할 수 있는 창문은 열려있다는 믿음과 함께.
이 책을
세계 곳곳 서점 탐방을 통해 문화·사회 인문학적 통찰을 얻고 싶은 분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단순한 풍경 묘사에 그치지 않는 책을 찾는 분
책과 서점이라는 공간의 미학과 존재 의미를 되짚어 보고 싶은 분
서점 개업을 기획하고 계신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2026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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