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評] 달과 6펜스
지은이 : 서머싯 몸
영국인으로 1874년 프랑스 파리 출생
런던 세인트토머스 의학교 졸업 및 의사 면허 취득
소설가, 극작가, 산부인과 의사
(저서) 인간의 굴레, 회전목마, 면도날 등
옮긴이 : 송무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석사/박사학위
미국 버펄로 대학, 브라운 대학에서 교환교수
경상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역임
(저서) 영문학에 대한 반성, 사유의 공간, 젠더를 말한다 등
(번역) 인간의 굴레에서, 숲 동네 친구들, 보이지 않는 인간 등
발행일 : 2018년 6월 8일(72쇄)
펴낸곳 : 민음사
페이지 : 327쪽
[예술에 사로잡힌 영혼]
‘서머싯 몸’은 187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영국으로 돌아가 숙부의 집에서 성장했다. 캔터베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수학했고, 런던 세인트토머스 의학교를 졸업해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던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에 인간 본성에 대한 냉철한 통찰을 남겼다. 첫 장편의 성공 이후 그는 의사직을 내려놓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 작품은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고갱의 역할을 맡은 인물은 ‘찰스 스트릭랜드’다. 1차 세계 대전 직후 출간된 이 작품은 전쟁으로 인간 문명에 회의를 느낀 세대에게 강렬한 울림을 주었다. 세속적 안정 대신 영혼의 충동을 따르는 삶, 억압된 현실을 벗어나 본능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제목은 상징적이다. 달과 6펜스는 모두 둥근 은빛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달은 인간의 이상과 꿈, 설명할 수 없는 충동을 상징한다. 반면 6펜스는 당시 영국 화폐의 가장 낮은 단위로, 물질적 가치와 세속적 안정을 의미한다. 우리는 하늘의 달을 바라보면서도 세속적인 가치인 6펜스를 추구한다. 이 작품은 바로 그 간극을 파고든다.
소설의 전개 방식도 독특하다. 화자인 ‘나’는 스트릭랜드를 직접 관찰하거나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모아 그의 삶을 재구성한다. 일종의 전기(傳記) 형식을 취함으로써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이 객관적인 거리감은 오히려 스트릭랜드의 광기를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평범한 증권중개인으로 안정된 가정을 꾸리던 스트릭랜드는 돌연 파리로 떠난다. 그는 무례하고 냉혹하며 타인의 감정에 무심하다. 가족과 연인을 파괴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일반적인 예술가 서사에서 기대되는 고뇌와 순수는 그에게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독자는 그를 완전히 미워할 수 없다. 그의 집요함과 광기는 예술의 절대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으로서는 실패자일지 모르지만, 예술가로서는 끝내 자신의 세계를 완성한다.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채 죽지만, 사후에야 작품은 빛을 얻는다. 이는 예술의 가치가 세속적 평가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묻는다. 위대한 예술은 인간적인 선함과 공존해야 하는가? 예술은 삶을 파괴하면서까지 추구해야 할 절대 가치인가? 가족을 떠나지 않고도 예술을 완성할 수는 없었을까? 아내의 헌신과 위로를 받으며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창작할 수는 없었을까? 작품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질문을 남긴다.
이 소설은 한 예술가의 일탈을 넘어, 우리 각자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우리는 체면과 안정, 타인의 시선 속에서 ‘6펜스’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늘 ‘달’이 떠 있다. 그것이 꿈이든 욕망이든 이름 붙일 수 없는 충동이든,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
스트릭랜드처럼 달만을 좇을 용기는 대부분 사람에게 없다. 그렇다고 6펜스만 붙들고 살기에는 어딘가 허전하고 속물적이다. 우리는 결국, 그 사이 어딘가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책을 덮고 나면 질문 하나가 오래 남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달인가, 6펜스인가.
이 책은 예술과 삶의 관계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본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고갱의 삶에 대해 궁금한 사람에게도 참고가 될 만하다. 당장 모든 것을 버릴 용기는 없지만, 마음 한편에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품고 사는 독자라면 이 소설이 던지는 물음 앞에서 오래 머물게 될 것이다.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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