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탁란(托卵)의 정치]
한동훈은 ‘국민의 힘’ 당 대표를 지냈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는 인물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굳이 그의 정치적 색깔이나 노선을 규정한다면 ‘강남좌파’다. 달리 말하면 겉멋이 잔뜩 들어 뭔가 좀 있어 보이는 체하며 거들먹거리는 ‘패션 좌파’라 규정할 수 있다.
그가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는 ‘국민의 힘’에 잠입한 것은, 뻐꾸기가 자기 새끼를 부화하기 위해 붉은 머리오목눈이 둥지에 탁란(자기 알을 남 둥지에 몰래 낳음) 한)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보수 정당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발판 삼에 빠르게 정치의 중심에 진입했다.
검사 시절 그는 기업인 구속, 정치인 구속 등 특수통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특검이라는 완장을 차고 광기를 부렸다. 그중에 이재용 회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종심에서 무죄로 확정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30년 형을 구형하고 구속했지만, 제대로 된 혐의를 찾아내지 못하고 최서원과 ‘경제공동체’라는 법률 사전에도 없는 도식을 그려 정치적으로 매장하는 데 앞장섰다. 그때가 자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라 했다.
자신의 코드와 맞는 좌파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억지 논리로 정치적이고 반역사적인 궤변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한 공이 있었지만,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는 이유로 좌천을 겪기도 했다. 같은 이유로 윤석렬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의 눈 밖에 나서 검찰총장을 사퇴했다. 보스 기질이 강했던 윤석열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한동훈을 품게 된 결정적인 동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윤석렬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한동훈을 초대 법무부 장관에 파격적으로 임명하면서 윤석열은 한동훈에게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던 노고에 대한 보은을 베푼 셈이다. 이어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하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통설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여의도 연구원장’ ‘인재영입위원장’까지 겸직하며 공천권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 대구 도태우, 부산 장예찬이 공천심사에서 확정되었는데도 예전의 말실수를 핑계로 공천 탈락시키고 자신의 세력을 공천했다. 결국, 2024년 4.10 총선에서 108석의 초라한 성적으로 참패했다.
그가 정치적인 감각이 있었으면 이때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 한동안 쉬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비대위원장 시절의 권력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 그해 7월에 치러진 당 대표 선거에서 당 대표에 당선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민의 힘’ 당원들은 강남좌파 한동훈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당 대표가 된 한동훈은 윤석렬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서 안달했다. 다음 정권교체기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윤석렬 대통령 권력이 살아있는 한 자신이 대권을 이어받는다는 보장도 없어 기다릴 수 없었다.
2025년 11월에 당원 게시판 사건이 터졌다. 윤석렬 정권의 폐망을 위해 당원 게시판에 저주를 퍼붓듯 댓글을 올렸다. 당 대표가 자당의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1,200여 개의 비방 글을 올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단순 비방 사건이 아니라 2개의 IP를 이용하여 5명의 계좌 명의로 여론을 조작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가 게시판에 올린 댓글을 살펴보면, 김건희 여사에 대하여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한다”, 윤석렬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적이다”, “윤석렬, 추경호, 김건희가 배신자 트로이목마”라는 등의 댓글을 올렸다. 정점식과 황우여와 같은 인물에 대해서는 실제 욕설을 남겼다.
2025년 12월 3일 윤석렬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한동훈은 국회의원도 아닌 주제에 국회의원실에 모습을 나타내고 곧바로 ‘내란’이라는 말을 좌파 야당보다도 먼저 꺼내 내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비상계엄 선포는 설령 그 절차적 정당성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내란’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는 없다.
국회에서 윤석렬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결과, 첫 의결에서 정족수가 모자라 탄핵소추안이 기각되었다. 두 번째 의결에서 한동훈을 따르는 국회의원 무리가 한동훈의 요구대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당시 국민의 힘 국회의원 108명이 모두 동의하지 않았으면 탄핵안은 기각되어서 계엄 사태는 수습되었을 것이다.
헌재에서는 내란 혐의는 빼버리고 비상계엄 시 직권남용에 대해서만 심리해 탄핵을 가결했다. 이로써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윤석렬 대통령 내란 혐의에 따른 나라의 혼란은 순전히 한동훈의 대통령 야망 때문에 빚어졌다. 결과적으로 그의 꿈은 좌절되었고 이재명 정부에게 성문을 열어준 배신의 정치를 실행했다.
그가 양심 있는 법률가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올바르게 수사했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우리 역사에서 없었을 것이다. 그가 탄핵의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한 최서원 태블릿 PC가 헌재에서는 탄핵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지만, 정작 형사 재판에서는 가짜 태블릿임이 밝혀져 증거로 채택하지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윤석렬 대통령 탄핵은 한동훈의 뜻대로 이뤄졌다. 윤석렬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자마자 한동훈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자신의 야심대로 대권을 준비했지만, 김문수 후보를 극복하지 못했을뿐더러 결국, 이재명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2026년 1월 국민의 힘 윤리위원회에서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한동훈을 제명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짧은 시간 동안 비대위원장과 당 대표를 지냈지만, 정치권에서 사라지는 배신자의 아이콘이 되었다. 결국, 보수의 둥지에 알을 낳았으되, 그 알은 끝내 부화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을 뒤집고 비튼 중죄를 범했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오만은 자신이 빌린 둥지를 자기 것이라 착각하는 순간이다.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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