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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書評

[書評]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書評]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가, 번역가)

19491, 일본 교토 출생

와세다 대학 문학부 연극과 졸업

노벨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됨

(저서) 노르웨이 숲, 해변의 카프카, 상실의 시대, 어둠의 저편, 비밀의 숲 외

옮긴이 : 임홍빈(번역 문학가)

1930년 충남 금산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번역) 도쿄기담집, 비밀의 숲 외

페이지 : 277

 

 

[달리기, 나를 써 내려가는 또 하나의 문장]

 

무라카미 하루키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다. 노벨상 후보에 종종 거론되며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가졌다. 그의 대표 작품인 <노르웨이 숲>은 일본 내에서 4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 문학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펼치며 30여 개의 작품이 번역 출판되었다.

 

그는 달리는 소설가로 유명하다. 록 음악을 들으면서 꾸준하게 달리며 소설을 써온 그의 성실함은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작품은 문체가 유려하고 리듬감이 있다.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고 평이한 것 같으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은근히 붙잡는 특유의 문장력은 매력이 있다.

 

이 책은 평범한 에세이집이 아니라 하루키의 개인적이고 철학적인 자서전적 산문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우리나라에 많이 번역 출판되었지만, 독자는 이 책이 그와의 첫 만남이다. 처음 한 번 읽었을 때는 그저 그런 느낌이었다. 무미한 리듬에 다소 지루하게 써 내려간 느낌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건성건성 읽었다. 몇 개월 만에 다시 책을 들었다. 왠지 모르는 끌림이 있어 정독했다. 신기하게도 두 번째 읽을 때의 느낌은 완전 다른 책이었다.

 

소설가라는 고된 노동을 직업으로 택한 그가 버텨낼 수 있는 힘을 달리기에서 찾았다. 저자는 달리기를 단순한 육체적인 운동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글쓰기와 닮은 생활의 리듬이자 사유의 방식으로 인식한다. 이 책은 왜 달리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보편적인 물음으로 확장한다.

 

책 내용은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긴장감을 유발하는 내용은 없다. 소설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성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지구력을 달리기에서 찾는다. 그는 달리기와 소설 쓰는 일이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두 활동의 공통점을 지속성과’ ‘자기관리로 설명한다. 달리기를 멈추면 몸이 녹슬 듯, 글쓰기를 게을리하면 마음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한 문장을 발췌하면, “나는 달리기를 하며, 조금씩 나 자신을 만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이 문장이 나의 삶의 방식과 닮아 있어 꼭 새긴다. 그는 천재적인 영감보다는 매일 달리는 사람의 꾸준함을 더 신뢰한다. 달리기와 글쓰기 모두 자기 자신을 다듬는 일이며, 결국 그것은 인생을 다듬는 일로 이어진다. 하루키 자신이 25년 이상 달리기와 글쓰기를 병행하며 서로 간 호흡을 잘 맞춰 실천했음은 그의 성실성을 대변한다.

 

하루키는 마라톤 외에도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해 자신만의 성취를 이뤘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체력이 달려 기록이 저조해지는 자신에 대하여 한계를 인정한다. “젊었을 때보다 느려졌지만, 이제는 그 느림을 좋아하게 되었다”라고” 고백하는 지점에서 나는 무릎을 쳤다. 달리기를 즐겨하는 나의 입장에 대비하면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다. 이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나의 속도에 맞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하루키의 다른 소설들을 접해보지 않아서 그의 문학성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이 책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주인공으로 등장한 게 아닐까. 작가이기 이전에 달리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 중 가장 진솔한 자서전이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 아닌 조용히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그 평범함 속에서 삶의 단단함을 찾는다.

 

이 책은 우리나라 마라토너들에게 눈에 뜨였을 뿐만 아니라, 달리기에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울림을 준다. 하루키의 달리기는 삶의 은유이기 때문이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자신만의 리듬으로 나아가는 것. 하루키가 전하고 싶은 인생의 태도다. “고통이 없으면 성취도 없다. 그러나 성취가 없더라도, 달리는 일은 여전히 아름답다.”

 

책 마지막 부분에 그가 묘비명의 문구를 자신이 직접 선택 가능하다면’, 이라는 전제를 달고 한 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그는 달리기에 진심이었다. 나도 그를 닮고 싶다.

 

20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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