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評] 총균쇠
[부제] 인간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지은이 : 재레드 다이아몬드
1937년 미국 보스턴 출생
하버드대학교 졸업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생리학 박사
UCLA 지리학교수로 재직
(저서) 제3의 침팬지, 문명의 붕괴 등
옮긴 이 : 강주헌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졸업, 석사/박사
(번역)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대변동 등
발 일 : 2023. 05. 10(김영사)
페이지 : 784쪽
[우연이 만든 문명, 필연이 된 격차]
저자는 진화생물학자, 지리학자, 인류학자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석학이다. 하버드대학 생물물리학 연구실을 거쳐 UCLA 생리학 교수로 재직했다. 1964년 뉴기니에서 조류를 관찰하며 진화생물학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지리학, 생물지리학, 생태계와 인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환경사문화인류학 등으로 연구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UCLA에서 학생들에게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총균쇠>를 비롯해 <제3의 침팬지>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나의 세계> <대변동> 등이 있다. 특히 <총균쇠>는 수백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 그 격차를 과학적으로 해명하고자 했다. 그의 핵심 사상을 요약하면, 인류의 발전은 지능이나 인종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지리적 조건, 농업의 발달, 가축화 가능한 동물의 존재, 병원균의 교류 등이 문명 발전의 핵심 요인이다. 현대 문명도 예외가 아니며, 환경 파괴와 자원 남용은 또 다른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왜 어떤 인류 집단은 문명을 이루고, 어떤 집단은 그렇지 못했는가. 인류 문명은 지역과 환경에 따라 차이 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인이다. 즉, 인류 문명의 격차는 인종이나 지능이 아니라 지리적·환경적 우연의 산물이다.
인류 문명 발전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은 총은 군사력과 기술, 균은 병원균과 면역력, 쇠는 금속과 산업화의 기반이다. 이 중에서 총과 무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전염병이었다고 지적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멸망은 총칼보다 유럽에서 옮겨온 천연두와 홍역 같은 병균 때문이다. 반면, 말라리아, 콜레라 등 풍토병이 있었던 구세계의 아프리카와 아시아 열대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유럽인들이 식민지화하는데 장애가 되었다.
유럽인들이 강했던 이유는 가축과 농업에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은 가축화 가능한 동물과 작물화 가능한 식물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잉여 식량이 생겨 도시와 기술, 사회조직이 발전했다. 특히 그들은 가축과 가까이하면서 수많은 병원균에 노출되어 면역력을 얻었다. 이런 조건에서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지역을 점령하러 갔던 유럽인들은 총을 들고 전쟁을 하기도 전에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들은 전염병을 견뎌내지 못하고 쓰러져 멸족했다. 최근에 유행했던 코로나바이러스도 이와 유사한 형태다.
유라시아의 가축이나 농업이 유라시아 대륙 내에는 잘 전파되었지만,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지역은 전파가 더뎠다. 그 이유는 유라시아는 수평적 구조인 동서 방향의 지리적 환경이었던 것에 반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는 수직적 구조인 남북 방향의 지리적 환경 때문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농산물을 예로 들면, 수평적 지리 구조에서는 기후, 강수량, 온도가 비슷해서 쉽게 전파되지만, 수직적 지리 구조에서는 기후, 강수량, 온도 편차로 인한 생육조건이 달라 농산물 전파가 쉽지 않았다. 즉, 지리적 운이 문명의 불균형을 낳은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세계 문명사에서 빙하기가 끝난 1만 3천 년 전부터 비옥한 초생달 지역과 중국이 문명의 중심이었다. 비옥한 초생달 지역에는 식물과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이 다양했으며 일찍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이 지역의 농업 발달로 인한 문명의 발전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라시아로 전파되어 유라시아는 일찍부터 문명 발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농업이 발달하고 중앙집권적인 정치가 비교적 빨리 안정되었다. 그 결과 중국은 중세까지 문명의 척도인 문자와 인쇄를 비롯한 기술의 척도인 나침반, 화약, 항해술 등에서 유라시아보다 발전했다.
그렇다면,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중국은 왜 유라시아에 뒤처지게 되었을까. 15세기 중국은 항해술과 선박 건조기술이 유럽보다 훨씬 앞섰다. 당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하여 무려 5개국에 후원을 설득했으나, 마지막 스페인에서 허락받아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는 콜럼버스보다 더 큰 배를 가지고 아프리카를 항해했다. 문제는 이들이 환국했을 때, 중국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항해를 금지하고 조선소를 없애버렸다. 중국은 통일체제였다. 국가의 권력자가 오판하든 슬기로운 판단을 하든 그 결정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반면에 유라시아는 여러 나라로 분산되어 있어서 어느 한 국가에서 항해를 금지하더라도 이웃 국가에서는 허용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때부터 유라시아는 각 나라가 경쟁적으로 신대륙을 발견하고 식민지 건설에 총력을 기울였고, 중국은 항해를 금지하여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상실했다. 그때부터 중국은 현대까지도 유라시아 문명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방대한 학문적 지식을 하나의 질문으로 엮어냈다는 데 있다. 생물학, 지리학, 인류학, 언어학을 넘나드는 그의 분석은 마치 인류 역사를 거대한 퍼즐처럼 맞춰가는 느낌을 준다. 분석학적 전개가 많아 일반인들이 따라가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방대한 자료를 세밀하게 발췌하고 엮었지만, 방대한 지식에도 논리의 비약이 없다는 점은 저자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 “우월한 인종은 없다. 다만 환경이 다를 뿐이다” 다이아몬드의 이 문장을 독자는 가슴에 품는다.
역사를 지나치게 환경결정론으로 분석하여 단순화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선이 있다. 물론 다이아몬드의 설명은 ‘환경’에 과도한 비중을 둔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인류의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인종주의적 설명을 반박하기 위해 환경을 중심에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총균쇠>는 단순한 과학서가 아니라, 인류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기도 하다. 이 비판에 대해서 다이아몬드 편을 든다면, 한 권의 책으로 전 세계 역사를 모순 없이 전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벽한 이론을 세우려고 이 책을 펴낸 게 아니라, 인류 문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지금의 세계 질서는 인간의 능력 차이 때문일까. 국가 간의 격차, 산업의 불균형, 그리고 오늘날의 기후 위기까지.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결국 ‘환경’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문명이 발전했던 유라시아 지역과, 중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그리고 유럽인들이 개척한 미국, 캐나다 국가들이 현재 세계 문명을 이끌고 있다. 이들 지역 사람들이 단순히 우수한 인종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운이 좋아서 그럴까. 1만 3천 년 전 빙하기 이후로 지리적 환경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문명을 이끌었던 지역이 1만 3천 년이 지난 현재도 문명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은 곰곰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양서가 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지리적, 환경적 영향에 따른 국가의 미래에 대한, 관심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많은 우연의 결과인가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본다.
2025.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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